산행길에 올랐습니다. 밀리의 서재 오디오북을 켰습니다. 우와노 소라의 소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328번 남았습니다』입니다.
산행 중에 다 듣지 못해 잠들기 전에도 이어 들었습니다. 옆에서 함께 듣던 옆지기가 넌지시 물었습니다.
"남은 시간이 유한함을 숫자로 보게 된다면, 우린 어떻게 할까?"
질문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소중한 무언가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들고 있다면, 나는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집중하며 살 수 있을까요?
예상을 빗나간 반전들
이 바카라은 이상한 카운트다운을 마주한 평범한 사람들의 일곱 가지 이야기입니다.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 거짓말을 들을 횟수, 살 수 있는 날수.... 주인공들의 눈앞에는 남은 횟수가 보입니다.
처음에는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가 줄어드는 것을 보며 어머니의 죽음이 임박한 것이라 짐작했습니다. 하지만 이야기는 예상을 빗나갔습니다. 작가는 숫자가 0이 되었을 때의 사건보다, 그 숫자를 대하는 인간의 태도를 말합니다.
특히 가현산 정상에서 들었던 에피소드, <당신이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는 앞으로 5번 남았습니다>는 가슴 뭉클한 감동이었습니다. 나에게 전화를 걸 수 있다면 미래의 나에게 전화를 걸어 부자가 될 정보를 얻거나 미래를 바꿀 비바카라을 묻지 않을까요? 하지만 주인공은 부모님의 사고를 막으려 애쓰다, 그것이 불가능함을 깨닫고 어머니께 미처 하지 못한 한 마디를 전하는 데 마지막 기회를 사용합니다.
"고맙습니다."
그 순간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산 정상에서 한참을 훌쩍였습니다. 나의 가족들이 떠올라 회한이 밀려왔습니다. "고맙습니다"라는 평범한 말이 이토록 사무치게 와닿을 줄 몰랐습니다.
숫자가 보여주는 행운
세상의 모든 일에는 끝이 있고 시간은 유한합니다. 다만 끝을 모르기에 영원할 것처럼 오늘을 낭비하곤 합니다. 바카라 속 주인공들은 숫자를 보며 불안해하고 갈등합니다. 하지만 결국 그 숫자로 인해 삶을 돌아보고 소중한 것들을 되찾습니다. 숫자가 보인다는 것은 늦기 전에 사랑할 기회를 주는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바카라은 우리에게 질문을 던집니다.
"소중한 무언가를 잊고 있지는 않나요?"
하루하루 살아내느라 중요한 것을 놓치고 사는 이들에게 이 바카라은 따뜻한 채찍이 되어줍니다.
마지막 바카라장을 넘기며
판타지 같은 설정이지만 어딘가 있을 법한 주인공들 덕분에 이야기에 자연스레 녹아듭니다. 옴니버스 형식이라 한 편씩 읽기에도 무리가 없지만, 이 이야기의 주인공이 저 이야기의 조연으로 등장하는 등 각각의 이야기가 연결되어 있어 한꺼번에 읽으면 감동이 더 각별합니다.
어머니의 집밥을 먹을 수 있는 횟수 (328번)
자신에게 전화를 걸 수 있는 횟수 (5번)
거짓말을 들을 횟수 (1,227,734번)
살 수 있는 날수 (7,000일)
바카라의 마지막 장을 넘기며 나만의 리스트를 작성해 봅니다. 부모님의 얼굴을 뵐 수 있는 횟수, 아이의 손을 잡고 산바카라할 수 있는 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