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남은 시간 D-8년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5학년 겨울방학이 시작되자 나는 급한 대로 머릿속 한구석에 구겨 넣어둔 아이들의 ‘자격증 취득’이라는 미해결 과제를 다시 메인 작업대 위에 올렸다. 조명을 환히 켰다. 그리고 아이들이 두 차례나 낙방한 원인에 대해 골똘히 생각했다.
나는 컴퓨터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이북보다는 바카라을 좋아하는 부류라고 해야 할까.
물론 먹고살기 위해 하루 종일 노트북 앞에서 키보드를 두드리고는 있다. 매일 같이 견적서와 단가표를 작성하고 그리 친하고 싶지 않은 숫자를 엑셀 위에 수놓으며 마진을 따진다. 이런 밥벌이로서 기본적인 업무 외에 컴퓨터로 다른 작업을 하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아, 또 다른 나로 이렇게 문장을 만들어가는 것은 제외하고.
파워포인트 역시 많이 다뤄보지 않았다. 때문에 아이들이 어디서 막혔는지 문제파악이 빠르지 않았고 그에 대한 대처 또한 느릴 수밖에 없었다.
무엇인가 잘 알지 못한 상태에서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좌하고 응원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것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으면 가르치고 이끌기 훨씬 쉬워진다. 코치나 감독이 그러하듯.
내가 직접 해 보는 수밖에 없다.
아이들은 겨울방학에 다시 시험을 보겠노라 했지만 자신감이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 그동안 공부한 것이 아까워서라도 이번에는 꼭 합격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실패나 포기 같은 단어를 이런 식으로 일치감치 접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이들은 앞으로 수많은 벽을 마주할 것이다.
그 벽은 때론 가볍게 넘어설 수 있는 낮은 울타리가 될 수도, 때론 키를 훌쩍 뛰어 넘는 거대한 장벽이 될 수도 있다. 지금의 나라면 어떻게든 사다리를 구해오거나, 나무라도 베어와 스스로 못질을 해서라도 장벽을 넘어설 수 있는 구조물을 만들 것이다. 그도 아니면 암벽 기술이라도 익히든지, 아니면 벽을 절단 낼 뭔가를 찾아오겠지.
다들 그러하겠지만, 이런 마음가짐의 내구성은 고생한 만큼, 비참했던 만큼 더 견고해지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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