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정말 다시 태어난 것일까

너와 남은 시간 D-8년

by스테디김

태양이 정수리를 녹일 듯이 내리쬐는 8월의 토요일,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파워포인트 시험을 보러 갔다. 장소는 **상업고등학교. 시간에 거의 맞춰 갔더니 운동장은 이미 차량으로 꽉 들어찬 모양이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몸통 만한 봉을 휘두르며 교문을 지키고 있던 남자가 차창 안의 나와 눈이 마주쳤다. 그는 자외선에 지지 않을 팔토시를 착용한 한쪽 팔과 반대편에 들려있는 무적의 봉으로 자신의 몸통을 가로질러 커다란 엑스 표시를 했다. 초조의 시작.


나는 가장 가까운 골목길을 향해 핸들을 틀었다. 골목길로 들어서자 이곳도 역시나 차가 빼곡히 주차되어 있었다. 초조는 더해갔다. 나는 목을 핸들 위로 길게 빼어 가능한 높은 고지에서 시야를 확보하고 발의 힘을 살짝 풀어 엑셀을 얕고도 빈번하게 밟았다. 더불어 한 없이 확장된 동공, 그 동그란 광원에서는 제아무리 탈옥에 도가 튼 탈주범이라도 비껴갈 수 없는 강력한 수색 광이 나오고 있었다.


사각지대는 결코 허용하지 않을, 정교하게 설계된 이 수색광은 골목 이곳저곳을 촘촘하게 비추고 있었다. 나의 온 신경세포가 빈 공간 수색에 동원된 가운데, 드디어 수색광의 움직임이 멈추고 곧이어 눈이 부실 정도로 밝은 헤드라이트가 비췄다.


불 꺼진 허름한 술집 앞.

다양한 술병들이 출입문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예술 작품처럼 나란히 정렬되어 있었다. 한낮에는 잠들어 있다가 밤이 되면 따뜻한 태양 빛을 발하며 일어나는 곳. 어느 객이라도 마지막 술병의 뒤를 계속해서 이어 붙일 수 있으니 어서 들어오라고, 바로 그곳이 나의 손을 잡아끌었다. 그리고 나를 위해, 오직 한 대만 허락된 귀빈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나는 술병 라인에 빠져 있는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차를 박아 넣었다. 그리고 아이들과 서둘러 차를 빠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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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것에 의미를 부여하는 생각쟁이 입니다. 생각하는 것, 꾸준한 것을 즐깁니다. 건축 사업을 하고, 읽고 쓰는 것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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