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남은 시간 D-8년
아들이 성인이 되는 스무 살을 디데이로 삼고 내 삶의 가장 화창하고 싱그러운 시절이 될 그 하루들을 기록해 봅니다.
이 연재는 '너'가 초등학교 5학년인 2025년의 하루들입니다. 엑스트라로 등장하다 가끔 정면에 등판하기도 하는 제이는 물론, 남편입니다.
엄마, 컴퓨터 자격증을 따면 회사에 취직할 수 있어?
그렇겠지. 기본적으로 컴퓨터를 잘해야 사장님이 일을 시켜주지 않을까?
그럼 나 일단 컴퓨터 자격증부터 따야겠다. 취직해야 하니까.
아침 식사 중인 서준이는 숟가락을 테이블 위에 소리 나게 내려놓으며 심각한 표정으로 말했다. 어제까지만 해도 결혼도 안 하고 둘이서 무인도에 가서 살겠다, 며 부싯돌로 불 피우는 방법과 작살을 만들어 생선 뱃살에 정확히 꽂아 넣는 연습 등 야생에서의 생존 방법을 궁리하던 쌍둥이들이 오늘은 도시에서의 생존 방법에 심취해 있다. 그새 또 뭔가를 본 모양이다.
두 아들은 말이 많은 편이다. 고학년이 되면 말이 서서히 줄어든다고 하는데 아직은 입속 모터가 힘 좋게 돌아간다. 끊임없이 돌아가는 그 모터 덕분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아들과의 대화는 언제나 풍성하다.
나는 부모님과 대화가 충분치 않았다. 충분치 않았다는 것은 양적으로 보다는 질적으로의 의미가 강하다. 일상적인 얘기는 곧잘 했지만 마음속 깊은 얘기들, 진짜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얘기해 본 적이 많지 않다.
엄마는 가장의 일로 종일 바빴다. 가장의 일을 아내에게 가볍게 넘긴 아버지는 다른 형태(앞면에는 여러 짐승들, 가끔 사람도 등장, 뒷면은 통일된 진한 빨간색이 인상적인 작은 ‘패(牌)’를 돌리느라)로 바쁘긴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나에게는 항상 뭔가 비어있는 부분이 있었고 그 부분은 나 스스로 뭐라도 채워 넣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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