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105 (2026. 6. 9.)
용기가 부족한 내게 새벽이 있었다. 사람들은 새벽에 찾아든 감정은 믿을 게 못 된다고들 말한다. 연인과 이별한 후에는 가장 조심해야 하는 시간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건 헤어진 연인에게 연락했다가 낭패를 본 사람들이 새벽에 씌운 누명일 뿐이다. 안타까운 사실이지만 그 관계는 새벽에 연락해서 틀어진 게 아니다. 내게도 새벽만 되면 못 견디게 보고 싶은 사람이 있었다. 어느 날 그에게 연락해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처음엔 그 감정이 새벽에 의해 부풀려진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내 깨달았다. 내가 그를 그만큼 열렬히 좋아하고 있다는 걸.
해가 뜬 뒤 달뜬 마음이 사그라드는 건 새벽이 고요해서가 아니라 아침이 소란한 탓이다. 마음은 늘 거기에 있다. 나는 지금부터 새벽의 도움을 받아 새벽을 좋아한다고 말해볼 작정이다. 그 끝에 싫어하는 것보다 좋아하는 것들이 많아진 내가 있기를.
드디어 새벽이다. (9~10쪽)
- 박수영, <아무튼 , 새벽>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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