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117 (2026. 6. 25)
실존주의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철학이 아닙니다. 그것은 앞선 시대의 철학자들이 던졌던 치열한 질문들을 자양분 삼아 자라났습니다. 특히 세 가지 철학적 흐름은 실존주의가 탄생할 수 있는 비옥한 토양을 마련해 주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세계를 ‘나의 경험’ 안으로 끌어들인 현상학, 차가운 이성이 아닌 뜨거운 삶의 역동성에 주목한 생의 철학, 그리고 거대한 시스템이 아닌 ‘단 한 사람’의 고독한 결단을 철학의 중심에 세운 키에르케고르의 사상입니다. 이 세 가지 물줄기가 어떻게 실존주의라는 거대한 강으로 합류하게 되었는지 그 여정을 따라가 보겠습니다.
1. '나'의 경험이 세계의 시작이다: 후설의 현상학
"모든 이론적 지식에서 벗어나 사물 자체로!(Zu den Sachen selbst!)"
독일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의 이 외침은 근대 철학의 방향을 뒤바꾼 유명한 슬로건입니다. 여기서 ‘사물 자체’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사물을 뜻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입니다. 후설이 말하는 ‘사물’이란, 온갖 편견과 선입견, 과학적 이론의 껍질을 벗겨내고 ‘나의 의식에 나타나는 있는 그대로의 생생한 현상’을 의미합니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