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112 (2026. 6. 18)
철학은 진공 속에서 태어나지 않습니다. 모든 위대한 사상은 그 시대의 가장 깊은 고통과 가장 절박한 질문에 대한 응답입니다. 실존주의만큼 이 말을 극적으로 증명하는 철학도 없을 것입니다. 카뮈의 소설 속 인물처럼 어느 날 갑자기 세상에 던져진 듯한 이 철학은, 20세기 초 유럽을 뒤덮은 거대한 파괴와 깊은 정신적 공황 속에서 피어난 한 송이 검은 꽃과도 같았습니다. 실존주의의 탄생 배경을 이해하는 것은, 이 철학이 왜 그토록 인간의 ‘구체적인 삶’과 ‘개인의 선택’에 집착했는지를 이해하는 첫걸음입니다.
1. 두 번의 세계대전이 남긴 폐허 속에서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 유럽은 ‘벨 에포크(Belle Époque, 아름다운 시절)’라 불리는 낙관주의의 정점을 달리고 있었습니다. 과학 기술은 눈부시게 발전했고, 인간의 이성은 세상을 더욱 합리적이고 풍요롭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팽배했습니다. 진보의 역사는 계속될 것이고, 인류는 더 나은 내일을 향해 행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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