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107 (2026. 6. 11.)
혹시 ‘인생 매뉴얼’ 같은 것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 적 없으신가요? 태어날 때부터 손에 쥐어지는, 어떻게 살아야 ‘잘’ 사는 것인지, 어떤 길을 선택해야 후회가 없는지, 그 모든 질문에 대한 모범 답안이 빼곡히 적힌 설명서 말입니다. 아침에 일어나 밤에 잠들기까지, 우리는 매 순간 선택의 갈림길에 놓입니다. 사소하게는 점심 메뉴를 고르는 일부터 시작해, 때로는 인생의 방향 전체를 뒤바꿀 수 있는 직업, 관계, 가치관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우리의 삶은 거대한 선택의 총합으로 이루어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가 알다시피 인생 매뉴얼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세상은 저마다 다른, 심지어 서로 모순되는 가짜 매뉴얼들을 우리 손에 억지로 쥐여주려 합니다. 부모님과 슬롯는 안정된 길을 가라고 등을 떠밀고, SNS 속 인플루언서들은 화려한 성공과 행복을 전시하며 ‘이렇게 사는 것이 트렌드’라고 속삭입니다. 서점의 베스트셀러 코너는 더 많은 부와 더 높은 지위를 약속하는 자기계발의 방법론들을 끊임없이 제시합니다. 이 수많은 목소리의 홍수 속에서 우리는 정작 자기 자신의 목소리를 잃어버립니다. 무엇이 진짜 ‘나’의 욕망인지, 무엇이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인지 알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우리는 이 거대한 현기증 속에서 방향을 잃고 불안에 휩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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