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은 단순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철학'

일간 김경윤 99 (2026. 6. 1.)

by김경윤
많은 사람들은 학교에서 배운 공식보다도, 함께 웃고 울었던 장면들을 더 오래 기억합니다. 운동회 날의 먼지 냄새, 수학여행 버스 안의 소란, 친구와 다투고 다시 말을 걸던 순간 등을 말이죠. 하지만 최근 학교는 점점 더 조용해지고 있습니다. 운동회와 소풍, 수학여행 같은 공동체의 시간들은 사라지거나 축소되고, 교실 안에서는 교사와 학생 모두가 쉽게 지치고 고립됩니다. 학부모 민원과 교권 침해, 이어지는 교사들의 죽음, 청소년 우울증 증가 같은 뉴스 또한 더이상 낯설지 않습니다. 우리는 더 안전하고 효율적인 환경을 만들고 있다 말하지만, 정작 함께 부딪히고 관계 맺으며 살아가는 감각은 잃어가고 있는 건 아닐까요. 갈등을 견디는 힘, 누군가를 이해하려는 노력, 서로 다른 존재와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감각 등을 말이죠. 스승의 날을 맞아, 고양시에서 오랫동안 인문학과 철학을 통해 시민들을 만나온 김경윤 작가를 만났습니다. 최근 신간 『사랑이 어려운 그대에게』를 펴낸 작가는 사랑을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철학’으로 이야기합니다. 사랑이 어려워진 시대, 우리는 지금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고양신문 나경호 작가


❚『사랑이 어려운 그대에게』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바카라이 몇 번째 바카라인가요?


제 아이들의 성장 과정을 따라가며 바카라을 출간해왔는데, 이번에는 청년들을 위한 바카라을 써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다 보니, 이 바카라이 청년만이 아니라 사랑과 관계가 어려운 모든 사람들을 위한 바카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 역시 이 안에 포함되며 바카라을 쓰면서 새롭게 배운 점이 많았습니다. 몇 번째 바카라인지는 30권이 넘어가면서부터 세지 않게 되더군요.


❚『사랑이 어려운 그대에게』에서 사랑을 ‘만남과 갈등, 약속과 우정의 과정’으로 설명하셨습니다. 왜 지금 시대에 다시 사랑과 관계를 이야기해야 한다고 느끼셨나요?


현대 슬롯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개인화와 파편화라고 생각합니다. 공동체는 점점 해체되고 있고, 대가족은 이미 오래전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 핵가족마저 흔들리면서 많은 사람들이 홀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저 역시 제주에서 혼자 생활하며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살아가는 분들이 참 많다는 걸 느낍니다. 혼자 살아가는 일이 슬롯의 기본값처럼 되면서, 이제는 누군가를 만나고 사랑하고 갈등을 견디는 일 자체가 점점 부담으로 여겨집니다. 청년들뿐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관계 자체를 포기하는 분위기도 점점 커지고 있고요.

저는 사랑이 한 슬롯의 건강성을 보여주는 가장 민감한 척도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오늘날 사랑은 어느새 ‘가성비’와 ‘리스크 관리’의 언어로 설명되곤 합니다. 최소한의 감정 노동으로 최대한의 안정감을 얻고 싶어 하고, 상처받을 가능성은 미리 차단하려 합니다. 이런 현상은 비단 연인 관계에만 국한되지 않습니다. 친구를 사귈 때도, 동료, 심지어 스승과 제자의 관계에서도 우리는 보이지 않는 손익계산서를 먼저 꺼내 듭니다. 이제는 사랑이 관계보다 관리가 우선되는 시대가 된 셈입니다. 제가 사랑을 만남과 갈등, 약속과 우정의 과정이라고 말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사랑은 소유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 부단히 배워나가야 할 과정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학교에서는 운동회·소풍·수학여행 같은 공동체 경험들이 줄어들고, 교실 안에서도 관계 맺기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다는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늘날 교육이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시험용 지식은 넘쳐나지만,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배울 기회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제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운동회나 소풍, 수학여행은 단순히 노는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교실 밖 ‘세상’이라는 텍스트를 온몸으로 함께 읽는 가장 중요한 수업이었죠.

계획대로 되지 않는 돌발상황 속에서 함께 대처하고, 불편함을 견디며 서로 배려하고, 갈등을 해결하며, 타인의 가장 빛나는 모습과 곤란한 상황을 공유하고, 서로가 입체적인 존재임을 이해하게 됩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런 경험들이 위험하고 비효율적인 것으로 여겨지며 점점 사라지고 있습니다. 입시와 시험 중심의 교육 환경 속에서 학교는 관계와 경험을 확장하기보다, 문제 상황을 미리 차단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간은 단순히 교과서적 존재가 아니라 창의적이고 관계적인 존재입니다. 지금 교육은 그 가능성을 충분히 경험하게 하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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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바카라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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