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레어 키건의 <남극>

일간 김경윤 95 (2026. 5. 26)

by김경윤

그녀가 어렸을 때 수녀님이 지옥이란 사람마다 다르다고, 각자가 생각하는 최악의 장소라고 했었다. "난 지옥은 견딜 수 없을 만큼 추운 곳이라고 늘 생각했어요. 반쯤 얼어 있지만 절대 의식을 잃지 않고 아무것도 느끼지 못하는 거예요." 그녀가 말했다. "차가운 태양과 당신을 지켜보는 악마만 있을 뿐, 아무것도 없어요." 그녀가 부르르 떨더니 생각을 떨친 다음, 잔을 입술에 대고 목을 뒤로 젖혀 와인을 삼켰다. ㄱ그녀는 목이 길고 예뻤다.

"그러면 나의 지옥은 황폐한 곳이겠네요.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 말이에요." 남자가 말했다. "악마도 없고, 지옥에 사람이 바글바글할 줄 알고 늘 마음 놓고 있었는데. 친구들이 전부 거기 있을 테니까요." 그가 자기 샐러드에 후추를 좀 더 갈아 넣고 빵 한가운데 부드러운 부분을 떼어냈다.

- <남극>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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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자, 장자, 예수, 부처, 디오게네스를 좋아하는 인문학 작가입니다 . 인문학적 소재로 30여권의 바카라을 썼습니다. 현재 가파도 매표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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