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94 (2026. 5. 22)
"주나라 왕이 기성자(紀省子)에게 싸움닭을 훈련시켜 달라고 부탁했다. 열흘이 지나 왕이 묻자 기성자가 답했다. '아직 안 됩니다. 닭이 허세를 부리고 제 기운만 믿고 날뜁니다.' 다시 열흘 뒤에 묻자 답했다. '아직 멀었습니다. 다른 닭의 울음소리나 그림자만 봐도 덮치려 듭니다.' 또 열흘 뒤에 물었으나 여전했다. '아직도 상대를 노려보고 기세가 등등합니다.' 40일이 지나서야 기성자가 말했다. '이제 됐습니다. 다른 닭이 아무리 울어도 미동도 하지 않습니다. 멀리서 보면 마치 나무로 깎은 닭(목계) 같습니다. 덕이 온전해진 것이지요. 다른 닭들이 감히 덤비지 못하고 도망쳐 버립니다.'"
- 《장자》, 달생(達生) 중에서
글을 쓰는 사람의 마음가짐을 이토록 단계적으로, 그리고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우화가 또 있을까요? 기성자가 닭을 훈련시키는 과정은 흡사 초보 작가가 거장으로 성장해가는 과정과 판박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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