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간 김경윤 86 (2026. 5. 5.)
활자 속에 깃든 잔인함과 어쩔 수 없는 아늑함에도 불구하고 '말' 안에는 늘 이상한 우스움이 서려 있다. 멋지게 차려입고 걸어가다 휘청거리는 언어의 불완전함 같은 것이. 언어는 종종 보다 잘 번식하기 위해 보다 불완전해지기로 결심한 어떤 종種처럼 보인다.
파라솔 모양의 아니 불不 자가 완전完全함 앞에 붙어, 완전함에게 그늘을 만들어주는 풍경을 그려본다. 지시대상으로부터 언제나 잘 미끄러지는 언어를 타고 좀 먼 곳으로 가보자면, 아니 불不 자는 나무 목木 자와 또 닮은 것 같다. 그리고 그 나무란 우리가 잘 아는 바로 그 나무일지 모른다. 나는 이곳이 낙원이 아니라 기쁘다. 인간끼리 소통이 잘 안 돼 다행이고 언어가 순결하지 않아 좋다.
작가들은 그 말 주위를 부지런히 싸돌아다닌다. 삶이 가진 진부함의 잔등을 부르럽게 쓰다듬어주면서. 그러다 가끔은 말들의 뒤뚱거림 속에서 또 새로운 박자를 발견해 가면서 말이다. (2006)
- <말의 약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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