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른 소리가 났다

by호세

현장을 돌다 보면 눈보다 귀가 먼저 걸음을 세우는 순간이 있다. 신선기 옆을 지나는데 늘 듣던 낮은 웅웅거림 위에 얇은 쇳소리가 한 겹 얹혀 있다. 설비 앞에 선 작업자에게 슬쩍 묻는다.


"이 소리, 원래 이래요?"


그는 잠깐 귀를 기울이다가 고개를 갸웃한다. "어제부터 좀 그런 것 같긴 한데요. 돌아가긴 하니까."


돌아가긴 하니까. 이 말을 현장에서 참 많이 듣는다. 설비는 돌고 있고, 수량은 맞고, 불량도 안 나온다. 소리 하나로 라인을 세울 이유가 없어 보인다. 게다가 세우는 순간 따라오는 일이 많다. 목표 수량이 밀리고, 반장 표정이 굳고, 정비팀을 불러야 하고, 원인을 못 찾으면 괜히 호들갑 떤 사람이 된다. 이 계산이 머릿속에서 일 초도 안 걸려 끝나고, 결론은 대개 이렇다.


"에이, 뭐 괜찮겠지."


나도 처음엔 그랬다. 정확히는 지금도 가끔 그렇다. (안전 담당이라고 귀가 특별히 밝은 건 아니다. 설비 소리는 매일 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훨씬 잘 안다.) 그래서 이 장면이 오래 걸렸다. 소리가 달라졌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없다. 다들 안다. 문제는 아는 것과 말하는 것 사이가 생각보다 멀다는 거다.


그 거리가 왜 이렇게 멀까. 곰곰이 따져 보니 이유가 하나는 아니었다. 우선 확신이 없다. 소리가 정말 달라진 건지, 오늘 컨디션 탓인지, 옆 라인 소음이 섞인 건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숫자로 찍히는 이상은 보고하기 쉽다. 온도가 몇 도 올랐다, 전류가 몇 암페어 튄다, 이렇게 말하면 된다. 그런데 "뭔가 소리가 좀"이라는 말은 근거가 없다. 근거 없는 말을 꺼내려면 틀려도 괜찮다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말 해도 될까?' 하는 망설임이 생긴다.


다음은 익숙함이다. 소리는 하루아침에 확 변하지 않는다. 조금씩, 어제보다 아주 살짝 달라진다. 매일 듣는 사람 귀에는 그 변화가 변화로 들리지 않는다. 시계 초침 소리를 한 달 같이 사는 사람이 못 듣는 것과 비슷하다.


이 대목에서 슬롯학자 다이앤 본(Diane Vaughan)이 떠올랐다. 챌린저호 폭발 사고를 오래 파고든 사람이다. 그가 1996년에 낸 바카라 『The Challenger Launch Decision』에서 널리 알려진 개념이 '일탈의 정상화(normalization of deviance)'다. 내가 이해한 대로 옮기면 이렇다. 설계 기준에서 벗어난 징후가 나왔는데 당장 큰일은 없었다. 그러면 조직은 그 징후를 위험 신호가 아니라 '이 정도는 일어나는 일'로 받아들이기 시작한다. 한 번 넘어가면 두 번째는 더 쉽고, 세 번째쯤 되면 아무도 문제 삼지 않는다. 누가 게을러서가 아니라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한 결과가 쌓여서 그렇게 된다는 점이 이 이론에서 가장 서늘한 부분이다.


물론 케이블 공장의 신선기와 우주왕복선은 비교가 안 된다. 규모도, 걸린 것도 다르다. 하지만 "어제부터 좀 그런 것 같긴 한데요, 돌아가긴 하니까"라는 문장 구조는 놀랄 만큼 닮았다. 이상은 있었고, 아무도 모른 척한 게 아니고, 다만 그걸 비정상으로 부를 계기가 없었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될까. 처음엔 소리 점검표라도 만들까 했다. 소음 측정기를 들고 다니며 데시벨을 적어 두는 방법도 생각해 봤다. 그런데 직접 해 본 사람 얘기를 들어 보면 점검표는 이내 동그라미만 남는다. 측정값이 기준 안에 있어도 소리의 결이 달라진 건 숫자에 안 잡힐 때가 많다.


그래서 요즘은 질문 하나를 바꿔 보고 있다. 예전에는 "이상 없죠?"라고 물었다. 이렇게 물으면 대답은 거의 "네, 없습니다"다. 작업자 입장에서 이상이 있다고 답하는 건 뭔가를 시작하는 일이고, 없다고 답하는 건 아무것도 안 하는 일이다. 사람은 대체로 덜 번거로운 쪽을 고른다. 지금은 이렇게 묻는다.


"어제랑 오늘, 뭐가 달라요?"


이 질문에는 '없다'로 끝낼 자리가 없다. 비교를 하려면 어제를 떠올려야 하고, 떠올리다 보면 "아, 그러고 보니 아침에 좀 뜨끈했어요" 같은 말이 나온다. 정답이 필요한 질문이 아니라서 틀릴 걱정도 덜하다. 소리든 냄새든 손에 닿는 진동이든, 말이 되기 전의 감각을 일단 꺼내 놓게 하는 질문이다. 다행히도(?) 이건 큰 비용이 들지 않는다. 일 분이면 된다. 대답이 시원찮아도 상관없다. "잘 모르겠는데 오늘은 좀 조용해요" 같은 말이 나오면 그걸로 충분히 건진 거다. 그 말을 들은 쪽이 정비팀에 "한번 와서 들어 봐 주세요" 하고 전화 한 통 넣으면 되니까. 틀렸다고 밝혀져도 손해 본 사람은 없다.


집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세탁기가 며칠째 덜덜거려도 빨래는 마르니까 한 주를 그냥 넘기는 일, 누구에게나 있다. 아내가 "이거 소리 좀 이상하지 않아?" 하고 물었을 때 "어, 괜찮아" 하고 대답해 버린 적도 있다(다행히도 세탁기는 끝까지 버텨 줬다). 집에서는 그래도 된다. 현장에서는 같은 대답이 다른 값을 치른다. 압출기 스크루 쪽 이음, 신선기의 다이스 부근, 인취기 모터처럼 소리가 먼저 말해 주는 자리가 있고, 그런 곳은 야간에 사람이 적을수록 더 오래 아무도 못 듣는다. 새벽 세 시의 현장에서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한두 명이다. 그 한두 명이 말해도 되는지 망설이는 동안, 소리는 조금 더 커진다.


결국 설비 소리를 가장 먼저 듣는 건 안전 담당도 정비팀도 아니고, 그 옆에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다. 그 사람이 "소리가 이상한데요" 한마디를 해도 아무 일이 안 생기는 현장이 있고, 눈총이 따라오는 현장이 있다. 이상 신호는 두 현장에서 똑같이 나온다. 달라지는 건 그 말이 입 밖으로 나오느냐 하는 점뿐이다.


사고는 대개 큰 실수에서 시작되지 않는다. 들렸지만 말하지 않은 작은 소리가 쌓여 어느 날 멈추지 않는 소음이 될 뿐이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귀마개는 왜 주머니에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