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뒤에는 불가능보다는 무한한 가능성이 기다리고 있다고
30주 5일, 두 달만에 산전 마사지를 받으며 생각했다.
'피로감을 그 때 그 때 풀어줄 수 있는 것, 피로감이 없다는 것이 진짜 럭셔리구나'
피로감이 없는 안색, 일상의 피로를 바로 풀어줄 수 있는 몸, 마음, 시간, 돈의 여유.
피로만 바로 바로 풀어줄 수 있어도 일상의 태가 달라진다.
소개받아서 다녀왔던 산전마사지샵이 있는데, 집에서 30~40분 거리라 근처에서 찾아보려 하다가 매번 예약시간이 안맞아서 두 달이나 마사지를 못 받았다. 그 동안 요가와 필라테스를 꾸준히 하고 있었기 때문에 크게 아프거나 불편한 곳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누워서 얘기하다보니 머리부터 발끝까지 불편하지 않은 곳이 없었다.
등이 요즘 뻐근하고, 아프기 시작했어요. 꼬리뼈가 아파서 앉지를 못해요. 엉덩이허벅지 셀룰라이트가 심하고, 쥐가 잘 나요. 발바닥에도 쥐가 너무 잘 나고, 목어깨도 뻐근해요. 아 오른쪽 손목과 전완근도 아파요.
정말 머리부터 발 끝까지 온통 불편함 투성이였구나. 이 곳은 2시간이 기본 코스라 30주가 넘은 지금은 조금 힘들지 않을까 싶어서 걱정했는데, 받는 내내 이 시간이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뿐 이었다. 남편이 해주는 것과 바디프렌즈, 풀리오가 해주는 것과는 차원이 다른 시원함. 보통 산전마사지는 아주 살살 하시는데 이 분은 위험한 혈자리를 피하면서도 나의 불편함을 모두 풀어내주신다.
받으면서 생각했다. 내 몸에 쌓인 피로감을 그 때 그 때 바로 풀어주고 싶다. 마사지를 받든, 잠을 자든, 휴식을 취하든. 어떤 방식으로든.
그러면서 또 미래가 떠올랐다. 출산한 뒤에는 늘 피로감과 함께겠지...? 2시간 마다 깨는 신생아 육아 시기, 이후에도 아이를 챙기다보면 늘 피로감과 함께 하는 일상일까? 분명 지금보다 훨씬 더 피곤하고, 나를 위한 시간이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의 피로를 풀어주는 시간을 무조건 확보하겠다고 다짐했다. 그게 나에겐 정말 큰 럭셔리니까.
지난 금요일에 다녀온 퍼블리셔스테이블에서 채자영님의 둘째에 대한 이야기 '이토록 사랑스럽고 아름다운 보통날'을 사왔다. 거기서 내가 만나고 싶은 문장들을 만났다.
내가 이야기하는 '나다운 삶'은 독립된 주체로서 가지는 자유로운 삶이다. 분명한 것은 아이를 낳기 전의 나보다 지금의 내가 훨씬 자유롭다고 느낀다. 아이 때문에 불가능한 일이 아니라 아이 덕분에 가능한 일. 불가능보다는 가능성에 집중하며 앞으로의 삶을 가꾸어 가고 싶다. 엄마로서의 나 그리고 여성으로서의 나 사이에서 속도보다는 방향을 다지며, 성공보다는 행복을 향하며'
아이를 낳으면 이건 못하겠지? 이런 시간은 없겠지? 이런 생각이 정말 끊임없이 떠오른다. 마치 시한부의 인생처럼 출산일 d-70일을 하루하루 계산하며, 나에게 남은 자유 몇 일을 떠올린다. 이건 모두 불가능한 일, 제한되는 삶을 걱정하는 불안에서 온 계산법이다. 반대로 생각하자. 불가능보다는 앞으로 새로 다가올 가능성을 기대하고 꿈꾸며. 물론 지금은 그 가능성이 어떤것들이 될 지 전혀 알 수 없다. 그러니 더 설레는 여정이겠지.
드디어 30주 5일을 지났다. 작년 은채가 태어났던 시기다. 30주 5일. 하루가 지났을 뿐인데 조금 안심이 된다. 지금 내가 해야하는 건 무조건 분만 예정일까지 안전하고 건강하게 이 아이를 품는 일. 두렵고 무서워서 눈물로 지새던 날들이 있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 활기차게 발차기를 하며 존재를 확인시켜주고 안심시켜주는 햇살이 덕분에 조금 안심해본다. 이렇게 발차기를 힘차게 하는데 넌 분명 건강할거야.
산전휴직을 한 날 이후로 단 하루도 집에 가만히 있던 날이 없이 하루도 빠짐없이 외출을 했다.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정말 원없이 자고, 먹고, 쉬고, 놀고, 하고 싶은 것 다하고 지냈다. 마음 속 스트레스나 걱정없이 '오늘 뭐하고 놀지'라는 생각만 하면서 친구들을 만나고, 엄마랑 데이트하고, 남편과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나 혼자서도 읽고 쓰고 쉬었다. 중간 중간 햇살이 맞이를 위한 준비도 곁들이면서.
물론 컨디션은 계속 요동치고, 하루 괜찮다 싶으면 다음날은 죽어있을 때도 있고, 한시간전엔 괜찮았다가도 바로 피곤해지지만 그래도 큰 이슈 없이 잘 지나왔다. 중기까지는 중요한 검사들이 줄지어있어서 검사 전날 불안감에 울며 밤을 지새웠는데, 이제 아기에 대한 중요한 검사는 어느정도 끝났고 산모의 컨디션만 잘 유지하면 된다. 나만 잘하면 된다.
여전히 매일 요가와 산바카라을 하고, 필라테스를 다니고, 건강한 식사를 하고, 깔깔깔 많이 웃는다. 아직 두달 좀 안되게 남았다. 남은 시간도 정말 잘 지내야지. 몸과 마음의 피로감을 그 때 그 때 풀어주고, 미래에 대한 걱정과 불가능에 집중하기보다는 무한한 가능성과 기대감에 집중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