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내 안의 나를 재건하는 일

byzeze


토요일 아침마다 양재 도서관에 도착해 2층의 818 바카라장으로 간다. 바카라등을 쑥 훑으며 눈에 걸리는 제목을 더듬거린다. 그렇게 손에 잡히는 5권의 바카라을 빌려오기를 매주 반복한다. 이번에 시선에 닿은 바카라은 ‘818 오 56사’ 사랑하는 일로 살아가는 일. 오수영 작가의 바카라이었다. 오수영 작가의 독립출판물을 몇 권 읽었던 터라 그의 글을 좋아했고, 제목이 궁금했다. 다섯권을 빌려와서 단숨에 읽는 경우는 거의 없고, 바카라상 위에 두고 마음이 갈 때마다 들춰보는 편이다. 정신없는 회사 일로 바카라에 관심을 주지 못하고 있을 때였는데, 아침에 간단하게 토스트를 먹다가 눈 앞에 있는 바카라을 펼쳐보았다. 그 때 펼친 챕터가 바로 ‘상담의 시작’ 챕터였다. 지금 발 딛은 곳과 내가 살고 싶은 활자 속의 삶의 간극에서 오는 번아웃과 그로부터 회복의 과정을 담은 바카라이었구나. 내가 요즘 느끼는 감정과 너무 맞닿아있어 그날부터 어딜가든 챙겨다니며 413페이지나 되는 벽돌바카라을 단숨에 읽어냈다. 점심시간에는 바카라이 너무 읽고 싶어서 혼자 까페에 달려가 샌드위치를 먹으며 감정을 채웠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저녁에 잠들기 전 계속 읽었다. 내가 겪어온 감정, 과정, 그리고 앞선 해결바카라과 ‘나태한’ 일상을 되찾은 작가의 모습.


읽으면서 상담 내용으로 알게 된 작가의 성향과 생각이 나와 너무 비슷했다. 위험회피와 자율성이 동시에 높은 사람이 겪는 감정의 충돌. 상담센터를 다니며 나에 대해 다시 알게 되는 과정까지. 그가 손에 쥔 것을 놓지 못하는 유일한 이유. 막연한 불안. 나도 그랬다. 글을 쓰고, 바카라을 읽고, 활자 속에서 뒤엉키며 바카라과 가까이하는 삶을 살고 싶으면서도 온라인 게임인으로써의 안정감을 놓지 못해 마음의 생기가 바닥이 났다. 손에 꼭 쥔걸 놓아야 하는 순간을 명확히 알면서도 막연한 불안과 걱정으로 내 몸과 마음을 앗아가는 날들. 좋은 날들을 보내고 싶다. 회복하고 싶다. 결말이 어떻게 되었을까 소설처럼 궁금해하며 읽었다. 휴직의 끝에는 퇴사였을까, 복직이었을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예상되는 결말이어서 지금은 어떤 삶을 살고 있을지 상상하게 되어서 미소가 지어졌다. 나와 같은 고민을 하던 누군가가 용기를 내서 스스로의 삶을 살기로 ‘선택’ 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용기가 되고, 위로가 되었다. 비록 그게 나에게 당장 지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지, 나도 용기를 낼 수 있으니.


글을 쓰고, 바카라을 내고, 독자들을 만나고, 북토크를 하던 생명력 넘치던 시절들이 떠올랐다. 모든 줄에 밑줄을 그으며 필사를 하셨던 독자분이 내 손을 잡으며 말씀하셨다. “작가님은 언제든, 어디서든 정말 잘 살고 계실 것 같아요. 그러니 매년 꼭 바카라을 내주세요. 변화하는 생각들을 계속 기록해주세요.” 온기 담은 그 문장을 떠올리니 잘 살고 싶은 마음과 함께 내 일상의 생기를 충전해주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 지금의 나는 동굴을 지나 회복의 시간을 지나고 있지만 다시 글을 쓰고 독자를 만날 것이다. 꼭 그럴 것이다. 두 눈에 힘을 주고, 오른손에 펜을 쥐고 왼손에 바카라을 쥐고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맥없이 타인의 말과 행동이 휘둘리고 치이는 일상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두발로 뚜벅뚜벅 걸어나가며, 내가 선택한 삶을 살 것 이다. 나는 분명 다시 피어날 것이다. 다시 피어나 독자의 손을 잡으러 갈 것이다. 그 시절의 사진을 둘러보다 작년부터 나의 기록이 멈춰있다는 걸 깨닳았다. 그 전의 이시기의 나는 산을 오르고, 백패킹을 다니고, 따릉이를 타고, 페스티벌에서 춤을 추고, 바카라과 꽃과 함께였다. 지금의 나도 여전히 산바카라과 바카라과 꽃과 함께다. 그렇지만 조심스러운 두번째 임신기간으로 스스로 나를 통제하고 불안감에 눌려있다. 지금 할 수 있는 것들도 여전히 많다. 나의 행복을 재건하자. 모든일은 잘 될 것이다.


“휴게소에서 충분히 휴식을 취하고 언제 다시 출발할지는 그 다음에 생각해볼 것. 의무나 부담이 아닌 열망과 취향으로 휴식을 채워볼 것. 감기에 걸린 마음을 인정하고 자극 대신 다정한 포옹을 줄 것. 슬롯적인 나이와 통념 대신 온전한 나로서만 살아볼 것. 내가 좋아하고, 내가 잘하고 싶고, 나를 뜨겁게 하는 것들을 되찾을 것.


“결국 무엇이든 지금도 계속 쓰고 있어야 작가로 불릴 수 있다는 말


“상담과 치료의 결심도 휴직과 회복의 선택도 결국은 계속해서 제 삶을 살아가고 싶었던 발버둥이었습니다.


“사람을 생기있게 하는 건 직업적 안정도 경제적인 안정도 아닌 결국은 계산을 멈추고 심장이 두근거리는 일에 도전할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여유가 있는 삶과 생기가 있는 삶은 서로 같은 모습은 아닐 거라 생각해요.


“아무런 후회도 미련도 없다고 말한다면 분명 거짓말이겠지만 미련을 제외하면 더 남아있어야할 이유가 전혀 없는 걸 보면 지금은 이 선택만이 유일해요.


“좋아하는 일만 하고 싶었습니다. 젊은 날의 치기인 걸 알면서도 단 한 번도 내려놓지 못했어요. 모두가 반대하는 일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할 때도 있었고요. 평범하고 안전한 길을 걸으며 행복하게 살자는 다짐을 수없이 반복했지만 쉽지 않았습니다. 젊음은 어느새 지나가고 있는데 치기는 여전히 이곳에 머물고 있어요. 좋아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사랑하는 일이 되었고, 사랑하는 일을 포기할 수 없어서 이제는 그 일로 새로운 삶을 살아가려 합니다. 작가로서 더 많이 알려지지 않더라도, 지금이 저의 최대치의 성과라 할지라도, 혹여나 글쓰기를 미워하게 된대도. 선택의 결과를 모두 감당하며 살아갈게요.

오수영 작가의 생활일지를 읽으며 나의 상담일지와 혼자 삭힌 메모들을 다시 들춰보았다. 물론 그 시기의 나는 삶의 방향성과 진로보다는 상실과 애도의 비중이 더 컸지만 나에 대해 분석하고, 고민하는 과정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를 같이 들여다보았다. 상담 시간동안 나눈 많은 이야기를 덤덤하게 간단하게 추린 내용들이지만 부드러운 선생님의 말이 애매하게 뭉개져있던 감정들을 예리하게 해체했던 시간들이었다. 그 시기에 난 정말 선생님이 없었다면 어떻게 버틸 수 있었을까. 내 감정을 꾸역꾸역 삼키기만 하다가 체한 상태로 명치만 부여잡고 살았을 것이다. 내 감정을 소화시킬 수 있게 도와준 선생님에게 정말 고맙다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중간에 일이 생겨 잠시 멈춰둔 상태여서 다시 가야겠다고 생각만 하던 차였는데, 내일 연락을 드려야겠다. 나는 아직 홀가분히 해결되지 못한 체증이 남아있기 때문에.



25.11.03

1.내색하지 않는 습관이 있어서 내 눈도 가리고, 주변 사람들 눈도 가렸다. 적어도 나는 내가 지금 얼마나 슬픈지, 내가 어떤 감정들을 겪고 있는지 알아줘야한다. 내가 마음 속에서 나와 내 가족들이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나를 걱정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하는 노력들이라는 걸 알아줘야 한다. 정말 모든게 괜찮아서 이렇게 지내는게 아니고, 걱정하지 말라고, 다시 잘 살아보고 싶어서 출근을 하고, 밥을 먹고, 산바카라을 하고, 그렇게 지내는 거라고. 내가 얘기를 꺼내면 잘 지내다가 다시 슬퍼질까봐 얘기를 꺼내지 않는거지, 하고싶은 얘기가 정말 많다고.


2.나에게 삶은 선물 상자로 가득해서 다 풀어보고싶은 그런 곳인데 그만큼 호기심과 탐험심이 많은데, 그만큼 걱정도 많고 위험을 회피하고 싶은 감정도 많고, 주변 사람들 관계 속에서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것도 커서 위험과 사람들의 반응을 함께 살피느라 내 안에서 과부하가 걸릴 때가 많다. 겉으로 보기에는 거침없이 행동하는 것 같아 보이지만 내 안에서 수없이 고민하고, 판단하고 생각보다 신중하고, 사려깊다. 예민한 기질을 가진 사람이다. 내가 쫓고싶은 삶과 위험회피/사화적 예민도로 하지 못한 것들이 간극이 생기면 불만족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슬롯적 민감도가 높아서 눈치가 빠르고, 사람들 표정, 사람들이 보내는 시그널을 잘 읽는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의 시그널을 읽어야하면 힘들어진다. 자극추구가 높은데 위험회피도 높으면 딜레마가 온다. 세번째 문제가 사화적 민감도다. 하고싶은건 많은데, 위험도 계산하고 사람들의 반응까지 고민해야한다. 자극추구가 높으면 새로운 일에 어려움이 없다. 궁금한데? 해볼까. 저건뭐지. 저사람은 뭐지 궁금한게 많다.


5.mmpi 현재 상태는 극도의 자살충동, 우울감이 있지는 않지만 불안감이 높고, 울적함이 크다. 울적함은 우울함과는 다르다. 무기력하고, 삶의 재미가 없고, 뭔가 묘하게 불행한 느낌이 드는 것. 우울감보다 정도가 약하다기 보다 유형이 다르다. 과거와 현재의 슬픔보다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대해 얘기하거나 그런 감정이 더 크다. 그렇기 때문에 현재의 슬픔이나 우울은 낮아보일 수 있는데 이게 스스로 잘 지내야한다는 세뇌에 의해서 긍정적으로 지내야한다, 잘 지내야한다. 괜찮아질거다. 라는 생각들로 억제된 것처럼 보인다. 표현을 하지 않고, 슬픔이 억제되어있으니 주변에서도 잘 지내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괜찮아진것 같아요. 라는 말을 지난주에 비해 많이 했는데 그렇게 괜찮아져야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슬픔을 억제하는 것 같다. 과거나 현재의 슬픔, 억울함, 분노를 얘기하는 대신 미래의 불안감에 대해 더 많이 얘기한다.


25.11.10

1) 여기는 벗어나고 싶지만, 만족도가 관계든, 일이든 30% 는 되서 놓기는 애매하고, 어디로 가야하는지는 모르겠다.


2) 문장완성검사에서 자주 사용한 따듯, 편안함, 사랑, 다정 등의 단어는 모호하고, 애매한 표현이라 어떤 것을 다정이라고 생각하는지 ,무엇이 충족되어야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예를 들어 수학점수 80점을 받겠다. 수학을 잘하고 싶다는 다른 것처럼 목표를 구체적으로, 바라는 것을 구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길러보자. 긍정적인 문장이 가득하다. 엄마, 아빠, 남편, 친구와의 관계. 살면서 상처가 되거나 힘든 일이 있었을텐데 그런 일들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것들은 속에서만 남고 겉으로 표현되지 않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표현되는 일부분의 모습(긍정적이고 재밌게 사는구나)만 볼 수 있다. 순진하고, 순수하게 삶을 낙관하는 작은 꼬마같은 소망이 가득 담겨있는 검사결과다.


3) 내가 원하는 것이 명확하게 구체화된다하더라도, 그 감정은 매일 변한다. 어떤 날엔 동기부여를 어떤 날에는 리딩을 어떤 날엔 단순 응원을 바라는 내 마음을 상대방이 100% 알기 어렵기 때문에 그 간극에서 나오는 욕구와 반응 사이의 불일치는 있을 수밖에 없다. 그 불일치를 나에게만 일어나는 불행과 도피해야하는 순간이라고 받아들이지 말고, 그럴 수 있다~ 라고 받아들이면서 내 안에 일어나는 감정을 다루는 일에 집중해보자. 그렇지만 나는 앞으로 나아가고, 개선하려는 힘이있기 때문에 어떻게 간극을 줄일 수 있을지 마음도 함께 들여다본다.


4) 나는 내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드는 힘이 있다. 다만 방향을 잃을 뿐. 어디로 가고싶은지. 긍정적인 무드는 있지만 도대체 어디로 가야 내가 만족할지.


25.11.18

1.불안을 타인에게 위탁하지 말자. 타인과 나눌 수 있지만 1차 관리자는 내가 되어야 한다. 내 안에서 불안과 걱정을 1차로 관리하고, 타인의 도움이 필요할 경우, 그 명확한 필요와 요청을 바탕으로 대화를 하자. 예를들어 내 안에서 먼저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거야, 괜찮을거야 1차로 관리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이 알아주었으면 좋겠다면, 불안하지 않게 정보를 주었으면 좋겠다면, 위로를 해주었으면 좋겠다면 그 목적에 맞게 대화를 하자.


2. 대화를 할 때도 여러가지 방법이 있다. 내가 볼펜에 미끄러져 넘어져서 아픈적이있다면 상대가 같은 아픔을 겪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그러면 '내가 아파본적이 있는데 너는 미끄러져서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러니 조심해'라고 말할 수 있지만 어쩔 때는 '너 집에 볼펜있어? 몇개있어? 꽂혀있어? 바닥에 있지는 않아?' 이렇게 물어보게 되면 진짜 나눠야 하는 대화가 낮게 깔려 나누어지지 못한다. 하지만 이게 안전한 질문일 수 있다. '나 사랑해?'라는 질문보다 '아직 내가 준 인형 보고 웃어?'라는 질문이 안전하고 가볍게 느껴지는 것처럼. 대화가 부담스럽고 눈치보기 때문에 안전한 질문을 선택하고, 정리해서 전달하려는 경향이 있다.


3. 내 마음 속에 그런 감정이 들면 어떻게 해야할까. 미안하면 미안한 마음을 느끼고, 그럴 수밖에 없다고 해도 미안해. 그럼 미안해하고. 이런 계절엔 보고싶고, 함께 누리지 못해 아쉬워, 그럼 아쉬워하고. 감정을 느끼고 지나가자.


25.11.22

아름다운 것을 보면 생각나는 사람이 한 명 더 늘었다. 이 좋은 걸 보여주기로 했었는데. 같이 봄여름가을겨울을 누리기로 했었는데. 한 번이라도 봄의 볕을, 여름의 바다를, 가을의 단풍을, 겨울의 눈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빛이 스며두는 양재천을 달리면 이제 어린 나비가 떠오른다. 나의 나비야 이토록 아름다운 세상을 마음껏 날아다니렴.


25.12.05

우리는 거듭 번갈아가며 서로의 보호자가 되었다. 보호자가 되어보면 알 수 있다. 아픔은 눈으로도 옮는다는 걸.


26.01.01

내가 다시 나를 믿을 수 있기를


26.01.05

1월의 목표. 아무 걱정 없이 두 발 뻗고 드르렁 쿨쿨 잠자기.


26.01.07

내가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친구에게 했다. 그럴 수도 있지 뭐! 그러려니 무던하게 살자. 모든 걸 잡으려는 욕심을 버리고 흘러가는 건 흘러가게 두고 두손을 가끔은 가볍게 두고 툴툴 걸어가자. 흘러가자. 지난 일 중 어떤 결정을 바꿀지 고민하기 보다 어떤 결정에도 담대히 받아들이는 태도를 가지자. 그 때 그랬어야하는데 그랬다면 어땠을까 가정하지 않고 지금 있는 그대로를 수용하고 나아갈 수 있는 태도.


26.02.02

1. 나는 다정한 해결사 같은 측면이 있다.

2. 모든 일에는 양면이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 집중하지 말고 a는 못했지만, b는 했으니 b에 집중하자.

3. 나에게 시간을 주자. 내가 지금 너무 벅차고 힘들어서 뭘 원하는 지 알고 해결해주고 싶은데 내자신이 나에게 말을 안해줘서 답답하다. 이 마음도 나를 아끼는 마음. 나를 더 좋게 만들어주고 싶은 마음. 기다려주기.


26.02.12

누구에게나 언제나 무슨일이든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건 어떻게 지나오냐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