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를 낮추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인다

D-39 │ 슬롯적 가치 디자인까지 39일

by컬러코드

어린이와 함께 길을 걷다 보면 가끔 예상하지 못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저게 뭐야?”

아이가 가리키는 곳을 바라보지만 처음에는 무엇을 말하는지 찾지 못합니다.

나는 간판을 보고 있었는데,

아이는 바닥의 작은 그림을 보고 있었습니다.

나는 멀리 있는 건물을 보고 있었는데,

아이는 눈앞에 피어난 작은 꽃을 보고 있었습니다.

같은 길을 걷고 있지만

우리는 서로 다른 도시를 보고 있었습니다.


어린이를 위한 공간을 디자인한다고 생각해 봅니다.

우리는 흔히 밝은 색을 사용하고,

귀여운 캐릭터를 넣고,

놀이시설을 설치합니다.

그러면 어린이를 위한 디자인이 되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한번 무릎을 굽혀 아이의 키만큼 몸을 낮춰 보면 공간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어른에게 잘 보이던 안내판이 보이지 않을 수도 있고,

낮다고 생각했던 선반이 아이에게는 너무 높을 수 있습니다.

평범했던 계단이 크게 느껴지고,

어른의 허리 높이에 있는 모서리가 아이에게는 얼굴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습니다.

공간은 그대로인데

보는 사람의 높이가 달라지자 문제가 달라집니다.


이것이 사람 중심 디자인에서 중요한 이유입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나를 기준으로 세상을 판단합니다.

내가 읽을 수 있으니 글씨가 충분히 크다고 생각하고,

내가 찾을 수 있으니 안내가 잘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내가 쉽게 사용할 수 있으니 누구에게나 편리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디자인의 사용자는 내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어린이,

어르신,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

외국인,

처음 방문한 사람.

같은 공간에서도 보는 위치와 경험은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좋은 디자인은 사람에게

“여기에 맞춰 사용하세요.”

라고 말하기 전에 먼저 묻습니다.

“당신의 자리에서는 이것이 어떻게 보입니까?”


아이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것은 단순히 시설을 낮게 설치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정보를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바꾸는 것,

혼자서도 사용할 수 있게 만드는 것,

위험한 부분을 아이의 움직임에서 살펴보는 것,

그리고 어른이 정한 사용법이 아니라

아이가 실제로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관찰하는 것까지 포함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이 공간을 만들고 나서

“아이들이 왜 이렇게 사용하지?”

라고 생각하는 순간이 있습니다.

우리가 앉으라고 만든 곳에서 뛰고,

지나가라고 만든 곳에서 멈추며,

전혀 예상하지 못한 곳을 놀이공간으로 사용합니다.

그럴 때 아이의 행동을 잘못이라고 판단하기보다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왜 아이에게는 저곳이 더 재미있었을까?”

그 질문에서 새로운 디자인이 시작됩니다.


이런 태도는 어린이 디자인에만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공공서비스를 만들 때도,

제품을 만들 때도,

브랜드를 만들 때도 같습니다.

회의실에서 우리는 쉽게 말합니다.

“고객이라면 이걸 좋아할 거야.”

“시민이라면 이렇게 사용할 거야.”

하지만 실제 고객과 시민은 우리의 예상대로 움직이지 않습니다.

그들에게는 그들만의 생활과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디자인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멋진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내 자리에서 잠시 내려오는 것.

내가 알고 있는 것을 잠시 내려놓고,

다른 사람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것입니다.


문득 사람 사이의 관계도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왜 그것도 이해하지 못해?”

라고 말할 때가 있습니다.

내 자리에서는 너무 분명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상대의 자리로 가 보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 사람이 무엇을 보고 있었는지,

무엇을 경험했는지,

어떤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를 알게 되면

같은 일이 전혀 다르게 보이기도 합니다.


공감은 상대의 마음을 모두 이해하는 능력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완전히 같은 사람이 될 수도 없습니다.

다만 잠시 내 시선을 내려놓고

상대가 서 있는 자리에서 바라보려고 노력하는 것.

디자인도 그 작은 움직임에서 시작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린이 공간을 볼 때 가끔 몸을 낮춰 보는 것이 좋은 디자인 연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높은 곳에서 내려다보던 공간이

낮은 곳에서는 어떻게 보이는지 경험해 보는 것입니다.

몇십 센티미터를 낮췄을 뿐인데

전혀 다른 문제가 보입니다.

그리고 그 순간 깨닫게 됩니다.

문제가 없었던 것이 아니라,

내 자리에서는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는 사실을.


좋은 디자인은 사람을 내 기준에 맞추는 일이 아닙니다.

내가 서 있는 자리를 움직여

다른 사람의 세상을 바라보는 일입니다.

때로 디자인을 바꾸기 위해 가장 먼저 움직여야 하는 것은

시설도,

제품도,

사람도 아닙니다.

디자이너의 시선일지도 모릅니다.



[오늘의 깨달음]

좋은 디자인은 다른 사람을 내 눈높이에 맞추는 일이 아닙니다.

내 눈높이를 낮추어 다른 사람의 세상을 발견하는 일입니다.



[오늘의 사유]

오늘 익숙한 공간 한 곳에서 평소와 다른 높이로 주변을 바라보세요.

앉아서 바라보고,

아이의 높이에서도 바라보세요.

평소에는 보이지 않았던 것이 무엇인가요?



[함께 사유해 볼 질문]

우리는 누군가를 위한 디자인을 하면서

실제로 그 사람의 자리에서 세상을 바라본 적이 있나요?

아니면 여전히 내 자리에서 그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상상하고 있지는 않나요?



English Summary

Lower Your View, and You May See What Was Invisible

The same space can look completely different depending on where we stand.

Designing for children—or for anyone—requires more than assuming what they need. It requires changing our own perspective and observing the world from their position.

Sometimes the problem was always there.

We simply could not see it from where we were standing.



Keywords

Human-Centered Design
Children-Centered Design
Empathy
User Perspective
Observation
Inclusive Design
Social Value Design

#사유의디자인

#사람중심디자인

#어린이디자인

#공감디자인

#사용자관점

#관찰

#포용디자인

#슬롯적가치디자인

#크로스컬러디자인연구소

#박영심


사유는 질문에서 시작되고, 디자인은 변화에서 완성된다.

디자인은 무엇을 만들었는가보다 무엇을 변화시켰는가로 평가받아야 한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오래 쓰게 만드는 것도 디자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