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은 왜 미래가 되는가

사유의 디자인,

by컬러코드


최근 도시디자인 분야에서는 지역의 재료를 활용하는 것이 단순한 경관 연출을 넘어 지속가능한 전략으로 주목받고 있다.

운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지역의 정체성을 지켜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제주의 현무암은 친환경 재료이면서 동시에 제주를 가장 제주답게 만드는 디자인 언어인 셈이다.일본 고치현의 작은 산간마을 유스하라에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인구보다 숲이 더 많은 이 마을은 도서관을 지으면서 외부의 화려한 재료 대신 마을에서 자란 삼나무를 선택

했다.


서가와 천장, 기둥과 가구 대부분이 지역 목재로 만들어졌다.

도서관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바카라보다 나무의 향과 질감이 느껴진다.

마치 숲 속에서 바카라을 읽는 듯한 경험이다.

흥미로운 점은 사람들이 이 공간을 단순한 공공시설이 아니라 마을의 자부심으로 이야기한다는 것이다.

전통은 오래된 것을 보존하는 일이 아니라 지역의 자원을 오늘의 삶과 연결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우리는 종종 친환경 건축을 미래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실은 반대일지도 모른다.

한옥을 떠올려보자.

처마는 여름 햇빛을 막아주고 겨울 햇빛은 실내 깊숙이 들인다.

마당은 바람길을 만들고 창호는 자연스럽게 실내를 환기시킨다.

오늘날 건축에서 이야기하는 패시브 디자인(Passive Design)의 원리가 이미 그 안에 담겨 있다.

전통은 비효율적인 과거의 방식이 아니라 오랜 시간 검증된 생활의 기술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미래의 건축은 의외로 과거로부터 많은 힌트를 얻는다.


일본 교토의 거리를 걷다 보면 특별한 이유를 설명하기 어렵다.

건물이 화려해서도 아니고 시설이 최신식이어서도 아니다.

그저 오래된 골목과 목조건물이 만들어내는 시간의 밀도 때문이다.

교토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도시이지만 도시의 기억은 쉽게 지우지 않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교토를 방문하면 관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시간을 경험한다고 말한다.

부산의 영도다리도 그렇다.

영도다리는 단순한 교량이 아니다.

부산의 산업화와 항구도시의 역사, 그리고 수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 있는 장소다.

도시를 기억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건물이 아니라 이야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AI는 이미 수많은 이미지를 만들고 있다.

앞으로는 도시도, 건축도, 디자인도 더욱 빠르게 변화할 것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만의 이야기를 찾게 된다.

왜 세계의 도시들은 지역 목재를 사용하고,
왜 제주에서는 현무암을 이야기하며,
왜 교토는 오래된 골목을 지키려 하는가.

그 이유는 결국 정체성에 있다.

기술은 누구나 가질 수 있지만 이야기는 쉽게 복제할 수 없다.

그래서 가장 미래적인 디자인은 가장 새로운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오래된 것을 새롭게 읽어내는 것에서 시작된다.



전통은 과거의 유산이 아니다.

그것은 시간을 견디며 살아남은 지혜이며, 지역이 축적해 온 기억이고,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방향이다.

좋은 디자인은 새로운 것을 만드는 일만이 아니다.

오래된 것의 가치를 발견하고 오늘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전통을 지키는 것보다 전통을 읽어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사유의 디자인은 오래된 것 속에서 미래를 발견하는 일이다.

그리고 가장 미래적인 디자인은 어쩌면 가장 깊이 뿌리내린 전통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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