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멋진 삶을 산다는 것, 『사는 동안 멋지게』박칼린을 읽고
나는 '남자의 자격 합창단' 이후 대중적으로 알려진 박칼린 감독의 에세이를, 어쩐지 반짝했다 사라질 셀럽 에세이 정도로 여겼던 것 같다. 얼마나 좁고 오만한 시선이었는지, 뒤늦게 부끄러워졌다.
이번 팔콘비 7월 모임에 감독님을 게스트로 모신다는 소식을 듣고, 파트너로서 소개 자료를 준비하며 그녀의 이력을 처음으로 찬찬히 훑어봤다. 그리고 놀랐다. 그녀는 셀럽이 아니라 모든 순간에 뜨겁게 진심을 다했던 진짜 멋진 언니였다.
박칼린 감독은 한국인 아버지와 리투아니아계 미국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산과 LA를 오가며 유년을 보냈다. 캘리포니아 예술대학에서 첼로를 전공하다가 돌연 한국으로 건너와 서울대 대학원에서 국악을 배웠고, 명창 박동진에게 "자네는 소리를 해야 쓰것네"라는 인정을 받았다.
뮤지컬 음악감독으로 『명성황후』, 『렌트』, 『아이다』, 『시카고』 등 한국 뮤지컬사를 다시 썼고, 대학 교수, 전주세계소리축제 집행위원장, 아시아경기대회 개폐회식 총감독까지. 최근에는 2025년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폐회식을 나란히 이끌었다.
그녀가 걸어온 발자취만 나열해도 숨이 찬다. 그런데 이 사람의 진짜 감동은 이력 그 자체가 아니라, 매 순간 자신을 통째로 던진 그 태도에 있다. 첼로에서 판소리로, 무대에서 강단으로, 합창단에서 개폐회식으로. 그녀는 옮겨 다닌 게 아니라, 매번 그 한복판으로 걸어 들어갔다.
『사는 동안 멋지게』는 그런 사람이 쓴 바카라이다. 정답을 주는 자기계발서도, 흔한 셀럽 에세이도 아니다. 자기 삶을 통째로 예술로 만들어 살아온 한 사람이, 우리에게 조용히 건네는 편지 같다. '나는 이렇게 살아봤어. 당신은 어떻게 살고 있어?'라고 묻는.
지난 3~5월 팔콘비는 '공감 설계'라는 키워드로 김애란, 성해나, 류재언 작가의 텍스트를 통과했다. 인간의 결함이 어떻게 미덕이 되는지, 매끈하게 연출된 자아 뒤의 '진짜'는 어디에 있는지, 진심으로 상대와 공감을 나누는 진정성 있는 대화란 무엇인지.
그 여정을 마치고 6~9월 '자기 설계' 시즌으로 넘어왔다. 6월 니키리 작가는 자신의 몸을 다양한 페르소나에 완전히 녹여내는 방식으로 '나는 누구인가'를 물었다. 그리고 7월, 박칼린 감독님이 그 질문에 응답하러 오신다. 정체성을 실험한 사람이 아니라, 올곧은 정체성 그 자체를 살아낸 사람의 목소리로.
바카라을 덮으며 나는 요즘 붙들고 있는 드라마 시나리오를 떠올렸다. AI 시대의 인간을, 판교 테크노밸리를 배경으로 그리고 있는 그 이야기 속에서 나는 계속 묻고 있다. 기술이 매끈한 답을 대신 내놓는 시대에, 인간이 지켜야 할 마지막 좌표는 무엇인가.
그녀의 삶은 그 질문에 하나의 답을 준다. AI는 무수한 커리어 옵션을 시뮬레이션 할 수 있지만, 첼로를 내려놓고 판소리를 찾아 태평양을 다시 건너는 결정을 흉내 낼 수는 없다. 데이터로 최적화된 삶에서는 결코 나오지 않는 궤적, 오직 자기 삶을 뜨겁게 밀고 나간 사람만이 그릴 수 있는 궤적. 그것이 '사는 동안 멋지게', 그리고 '자기 설계'의 진짜 뜻이 아닐까 싶었다.
모임을 앞두고 소개 자료를 만들며 내가 가장 오래 붙잡고 있던 문장은 이거였다.
'누구보다 뜨겁게 자신의 삶을 살아온 사람.'
이번 모임이 유독 설레는 이유는, 어쩌면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자꾸 부풀어 오르기 때문이다. 다가오는 7월 모임, 뜨겁고 멋진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감독님을 만나는 날이 정말 기대된다.
26.07.18 트레바리 북클럽 '팔리는 콘텐츠의 비밀' 7월 모임 바카라 - 박칼린『사는 동안 멋지게』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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