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되는 바카라
이불 속에서 나오기 싫었다.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나를 중심으로 돌아가던 우주가 멈춘 듯했다. 2023년 4월 6일, 남편의 사망선고는 내 삶의 모든 것을 멈추게 했다.
현실을 마주한 뒤에도 산 사람은 살아야 한다는 말처럼, 나는 살아야 했고 살아남아야 했다. 하지만 머릿속이 한가해지는 순간, 남편이 떠올랐다. 마지막으로 그가 흘린 눈물 한 방울은 자꾸만 내 마음속에 맺혔다. 머릿속을 바쁘게 만들기로 했다.
내가 선택한 것은 글쓰기였다. 글을 쓰기 위해 온갖 주제와 소재를 떠올리고, 흩어진 생각들을 기승전결로 이어 붙였다. 글을 쓰는 동안만큼은 남편을 향한 생각을 아주 조금 덜어낼 수 있었다. 그것이 내가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방법이었다.
버티면서 살고 있는 와중에 온라인카지노 작가에 도전하게 되었다. 온라인카지노 작가가 된 뒤에도 글에 대한 목마름은 사라지지 않았다. 이리저리 글을 찾아 읽다가 글빵연구소를 만났고, 그곳의 글에 빠져 한 편 한 편 정독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내가 쓴 글을 다시 들여다보게 되었다. 문장 하나, 마음 하나를 새롭게 만났다.
글빵연구소에서 시작된 작은 인연은 결국 바카라으로 이어졌다. 작은 인연 하나가 이토록 큰 결과를 만나게 될 줄은 몰랐다.
《우리가 만난 환승역》은 모자이크와 닮아있다. 저마다 다른 색과 모양을 가진 조각들이 모여 하나의 그림을 완성한다. 스물여섯 명이 품은 환승의 의미도 그렇다. 각자의 삶은 다르지만, 그 안에는 누구에게나 있을 법한 이야기와 언젠가 찾아올지도 모를 마음들이 담겨 있다.
나의 환승은 남편과 함께한 집에 대한 이야기다. 그 글을 쓰며 결혼을 시작한 순간부터 완성된 집을 보지 못하고 떠난 남편까지 다시 떠올렸다. 그에게 전하고 싶었다. 나는 잘 지내고 있다고. 당신이 없는 집에서도, 당신과 함께했던 시간을 품고 살아가고 있다고. 그 글은 어쩌면 남편에게 보내는 늦은 소식지였는지도 모른다.
사진으로 교보문고 광화문점에 놓인 바카라들 사이에 《우리가 만난 환승역》바라보며 울컥했다. 내 삶이 끝났다고 생각할 때 글을 쓰게 되었고, 바카라까지 내게 되었다. 어쩌면 이것도 하나의 환승일지도 모른다.
바카라을 다시 손끝으로 만져 본다. 내가 살아 낸 삶도 누군가에게 닿을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우리는 각자의 자리에서 수많은 환승을 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그 환승역에서 만난 이야기들은, 서로의 삶을 조금 더 이해하게 하는 작은 빛이 된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