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고 지친 날, 우연히 바카라에서 본 이야기나 짧은 문장이 위로가 될 때가 있다. 특히 내 마음을 꼭 집어낸 문장을 만나면 어떻게 내 마음을 이렇게 잘 표현했을까 하는 생각에 한동안 그 문장을 곱씹게 된다. 나만의 고민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누군가 이미 겪었고, 그것을 글로 남겼다는 사실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것이다.
바카라을 읽는 이유도 그 때문인지 모르겠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고, 마음속에 뒤엉켜 있던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때로는 내가 그토록 고민했던 일이 생각만큼 대단한 문제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기도 한다.
오래전 읽었던 최진영의 소설 《구의 증명》에서도 그런 문장이 나온다.
소설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였던 구와 담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 가난과 고단한 현실 속에서도 서로를 놓지 못했던 두 사람의 삶을 되짚으며, 구의 죽음과 그를 잃은 담의 상실을 그려낸다. 그만큼 이들의 사랑은 절박하고 애틋했다.
소설 속에서 담은 보고 싶은 구를 찾아 그의 집 앞까지 걸어간다. 집 안에서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자, 담은 구가 자신을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고 느낀다.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한다.
"보고 싶다, 보고 싶다 생각하며 걸으니 내 발은 당연하게도 구의 집으로 향했다. 구의 집 앞에 서서 녹슨 철문을 골똘히 쳐다보았다. 집 안에선 아무 기척도 들리지 않았다. 기다릴까. 기다리다 만나면 뭐라 말할까. 잘 지냈냐고 물어볼까. 너 때문에 나는 만사가 시시해졌는데 너는 사는 게 어떠냐고 물어볼까. 이 생각 저 생각을 엮으며 마음속으로 구를 계속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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