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9월, 강사의 일기 열흘.
9월 9일 · 수요일
서울역 05시 40분 부산행. 4호차 12A. 창가에 앉으면 노트북을 펴기 불편하다는 걸 알면서도 매번 창가를 잡는다. 커피 한 잔 3,500원. 텀블러를 안 챙겨서 종이컵으로 받았다. 광명을 지날 때까지 창밖은 검고, 천안아산 즈음부터 논이 보인다. 벼가 누렇다.
참석자 명단을 열었다. 예순한 명. 본부장 네 명, 팀장 열아홉 명, 나머지는 차장과 과장. 사전 진단 회수율 87퍼센트. 응답하지 않은 여덟 명은 전부 생산본부 소속이다. 교대 근무 중이었을 것이다. 문항 중 ‘최근 3개월 안에 상사로부터 구체적인 인정을 받은 경험이 있다’에 ‘아니다’로 답한 비율이 64퍼센트. 이 숫자를 슬라이드 첫 장에 넣기로 했다. 보태는 말 없이 숫자만 띄울 생각이다.
동대구에서 사람이 많이 탔다. 옆자리가 찼다. 노트북을 닫고 남은 사십 분은 창밖을 봤다. 터널이 일곱 번 있었다.
같은 날 밤
강의는 13시에 시작해 17시 10분에 끝났다. 10분 초과. 에어컨이 강해서 뒷줄 몇 명이 재킷을 입었다. 마이크 배터리를 한 번 갈았다. 점심 도시락에 갈치조림이 들어 있었는데, 강의 전에 생선을 먹지 않는다는 원칙을 이십 년 지키고 있어서 밥과 나물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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