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업자 안전을 위한 비용을 고려해야 한다
신약 개발하는 스타트업에서 의외로 비용이 많이 드는 복병이 있다.
바로 실험실 안전 관리이다.
대다수 창업자가 파이프라인의 유효성 검증이나 임상 진입 시점에는 민감하게 반응한다. 하지만, 그 데이터를 만들어내는 안전 환경의 유지 비용은 과소평가한다. 신약 개발의 특성상 포름알데히드, 자일렌 등 고위험 유해 화학물질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며, 세포와 바이러스, 유전자 조작 세포(LMO) 등 생물학적 위험이 따르는 소재를 다루는 일이 빈번하다. 작업자들은 매일 위험 물질의 노출과 생물학적 감염의 위험과 싸우며 데이터를 쌓아 올린다.
결국 안전한 의약품을 만드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중요하게 고려한다. 이는 공장 설립의 본질적인 목적이자 신약 개발의 전제 조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보다 앞서야 할 것은 이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주체인 연구자와 작업자를 보호하는 일이다.
실험실 안전 환경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지출이 발생한다.
유해 물질과 작업자를 격리하는 장비는 기본으로 구비해야 한다. 또한 작업공간 내 음압을 유지하고 오염된 공기를 정화해 배출하는 공조 시스템은 일반 사무실 대비 10배 이상의 전력을 소모하며 24시간 가동되어야 한다. 또한 부품 교체 시마다 장비가 정상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검증 비용으로 수백만 원이 추가로 지출된다. 시약병 하나, 팁 하나조차 일반 쓰레기로 버릴 수 없는 실험 폐기물 처리비는 전문 업체의 위탁 비용이 매년 상승하며 경영의 고정적 부담으로 작용한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영역에도 있다.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연안법)과 산업안전관리법(산안법)에 따라 주기적인 정밀 안전진단과 점검을 받아야 하며, 이를 전담할 안전관리자를 선임하거나 대행업체를 고용하는 데 정기적인 수수료가 발생한다. 연구원들에게 필수적인 특수 건강검진과 화학 보호구 구매 역시 누적되면 무시할 수 없는 규모가 된다.
간단히 말하면, 안전한 생산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전체 비용의 약 40% 이상이 바카라정되고 있다. GMP 생산소 뿐만 연구실에서도 마찬가지다. 규정 상 전체 연구비의 1% 이상을 바카라정하도록 되어 있지만, 1년에 5~10% 정도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연구실의 안전관리에만 약 수천만원 정도가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경영진이 이러한 비용을 고려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또한 인식하더라도 당장 파이프라인의 진척을 방해하는 매몰 비용으로 여기며 예산 편성에서 제외하곤 한다.
작년 인도에서는 제약공장 폭발과 함께 화재가 일어나 많은 사상자를 냈다. 우리나라도 매년 제약 및 화학공장에서 화재와 사고로 피해를 입는 사람들이 생기고 있다. 물론 안전관리를 충실히 했으나, 예상치 못한 사고에서 참사가 일어날 수 있다. 문제는 안전관리가 미흡한 상태에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이러한 환경에서 단순히 인명 피해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생존을 송두리째 흔든다.
실험실 내 화재나 누출 사고로 연구실이 한시적으로만 폐쇄되어도 그 파급력은 치명적이다. 수년간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구축한 독점적 세포주(Cell line)나 희귀 실험 샘플은 정전이나 공조 시스템 중단으로 단 며칠 만에 폐사하며, 이는 복구가 불가능한 자산의 소실을 의미한다. 특히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리는 장기 반복 실험 데이터는 연속성을 잃는 순간 과학적 신뢰성을 상실해 전량 폐기해야 하는 상황에 몰린다.
이는 단순히 연구의 지연이 아니라 투자자와의 약속인 마일스톤 달성 실패로 직결된다. 또한 기업 가치의 핵심인 파이프라인의 실패를 뜻한다. 사고 발생 시 진행되는 정밀 조사와 행정 처분은 신약 허가 프로세스를 멈춰 세우고, 기술 이전(L/O) 협상 중인 파트너사에게는 관리 역량 부재라는 최악의 시그널을 준다. 투자자들은 기초적인 안전과 환경조차 통제하지 못하는 기업이 수조 원대 가치의 신약을 글로벌 시장까지 완주할 수 있을 것이라 절대 믿지 않는다.
결국 혁신적인 신약은 위태로운 모래성 위에 쌓을 수 없다.
연구자가 물리적, 화학적 위험에서 보호받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야 말고 기업에서 마땅히 해야할 일이다. 연구실의 공기를 정화하고, 폐기물을 규정대로 처리하며, 고위험 시험의 단계를 세밀하게 점검하는 지루하고 값비싼 과정이 필요하다. 이 부분에 관심을 갖는 것이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이다.
만약 초기 자본이 부족한 스타트업이 자체적인 안전 인프라 구축에 한계를 느낀다면, 고위험 바이러스 시험이나 대규모 독성 시험 등 특수 설비가 필요한 공정은 전문 위탁 시험 기관에 맡기는 것도 영리한 전략이다. 위험 요소를 전문기관에 맡김으로써 사고 발생 시의 법적, 운영적 리스크를 분산하고 연구원은 핵심 설계에만 집중하게 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안전에 투자하는 비용은 매몰되는 소모 비용이 아니다. 이는 신약 개발이라는 거대한 여정에서 마주할 수 있는 수많은 변수를 사전에 차단하고, 최종 목적지까지 흔들림 없이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지불해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비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