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의 숙제가 아니라, 아버지였구나
아버지가 응급실로 실려 갔다. 그때까지도 병원이 아니라 집으로 가겠다고 하셨단다.
그 말을 전해 듣는데, 화가 목울대까지 올랐다. 아버지다운 모습이었다.
2M 넘는 담장 위에서 나무가지를 자르다가 균형을 잃고 떨어지셨다고 했다.
그것도 아버지다웠다.
평범하지 않은 사람.
쓰레기하나 놓치지 않으려는 강박으로 살아온 아버지였다.
걱정하는 자식들 따위는 아랑곳없이, 자기밖에 모르는 아버지의 삶에
담장 위에 위태로운 뒷모습은 꼭 들어맞는 장면이었다.
그날 이후로 잠을 이루지 못한다. 눈을 감으면 떨어지는 아버지가 보이고, 바닥에 머리를 박고 울고 있는 아버지가 그려진다.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탯줄로 이어진 관계는 고통까지 전해오는구나.
만약 아버지가 잘못된다면 나는 수없는 자바카라과 후회를 안고 살아가겠구나.
그렇게 아버지가 아픈 상황에서도 나밖에 모르는 모습마저도,
참 아버지를 닮았다.
항상 미움과 사랑이 함께 있었다. 그래서 아버지를 멀리하려 했다.
미워하니 불편한 것들이 많았고, 사랑하니 걸리는 것들이 많았다.
거리를 두면 덜 힘들 줄 알았다.
아버지가 병상에 누워 계시니, 가장 솔직한 나를 마주하게 되었다.
그는 나의 숙제가 아니라,
아버지였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