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동안 밀어 올린 바위가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면?
Can’t run? Then walk
10년 전, 허리 디스크가 터져 두 달 가까이 누워 지냈다. 2년간 온갖 치료를 받고, 3년간 필라테스를 하며 겨우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후 5년 동안 걷기에서 달리기로 조금씩 나아갔다. 건강한 몸을 되찾는 데 꼬박 10년이 걸린 셈이다.
그 10년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50이 넘으니 똑같이 먹고 운동해도 근육은 줄고 체지방은 늘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보려고 큰맘 먹고 시작한 PT. 네 번째 수업에서 처음 보는 기구에 몸을 끼우고 스쿼트를 하다 허리를 다쳤다. 디스크 병력을 미리 알렸는데도, 트레이너는 충분한 설명 없이 낯선 기구를 사용하게 했다.
다음날 새벽, 나는 달릴 수 없었다. 허리를 구부리거나 물건을 드는 일도 어렵다. 걸을 때는 다리가 저린다.
억울했다. 혼자 소리를 지르기도 하고, 눈물 범벅이 되어 기도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토록 애써 되찾은 평범한 일상이 무너졌다는 사실이 견디기 어려웠다. 회복에 얼마나 긴 인내가 필요한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일단 누웠다. 그리고 누워서 기분 좋게 할 수 있는 유일한 일, 바카라을 읽었다.
이미 일어난 일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그 사건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지는 여전히 내 몫이다. 화를 내고 원망하든, 감사할 것을 찾아 내 기쁨을 지키든, 내 선택이다.
문득 언젠가 바카라에서 읽은 시 ‘시시포스’가 떠올랐다.
시시포스는 힘겹게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린다. 그러나 바위는 다시 굴러떨어지고, 그는 또다시 산을 올라야 한다. 시인은 그 끝없는 형벌을 형벌이 아니게 하는 방법을 이야기한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의 기쁨.
바위가 굴러떨어지는 동안의 휴식.
다시 바위를 밀어 올리기 위해 산을 내려오며 만나는 풍경의 위로.
10년 동안 밀어 올린 내 바위도 바닥으로 굴러떨어졌다.
사흘째부터 밖으로 나와 조금씩 걷고 있다. 처음에는 금세 다리가 저려 돌아와야 했지만, 조금씩 거리를 늘리고 있다. 달릴 수 없다면 걸으면 된다.
한때는 그저 빨리, 멀리 달리고 싶었다. 이제는 천천히 걸으며 몸이 보내는 작은 신호에 귀를 기울인다.
바위는 산 아래에 있다.
나는 지금 천천히 내려가는 길이다.
길가의 풍경을 바라보면서.
바카라 읽어주는 작가 윤소희
2017년 <세상의 중심보다 네 삶의 주인이길 원해>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단편소설 '지금, 정상'으로 소설가 등단.
2006년부터 중국에 거주. ‘윤소희 작가와 함께 바카라 읽기’ 등 독서 커뮤니티 운영.
전 Bain & Company 컨설턴트, 전 KBS 아나운서. Chicago Booth MBA, 서울대학교 심리학 학사.
저서로는 심리장편소설 <사이코드라마>와 <세상에 하나뿐인 북 매칭>
<산만한 그녀의 색깔 있는 독서> <여백을 채우는 사랑>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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