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가에 핀 문장, 일곱

스치면 먼지로 사라지지만, 머물면 우주가 되는 것들에 대하여.

by시윤

"스치면 먼지로 사라지지만, 머물면 우주가 되는 것들에 대하여."

친정엄마가 홀로 계신 집은 두 사람이 마주치면 어깨가 닿을 듯한 좁은 골목길이 두 갈래로 나뉘기 전 낡은 철대문 안쪽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꽤 오래 변하지 않은 집들이 다닥다닥 마주 보며 붙어있고 잡초라 불리는 초록이들이 틈마다 비집고 살아보려 애쓰는, 서울에선 흔치 않은 소소한 풍경이 있는 길입니다.

골목에 들어서면 발아래 시선을 두고 아주 느리게 걸음을 옮깁니다. 운이 좋으면 베일 듯 삐죽 솟은 풀 사이 먼지처럼 앉은 작은, 그러나 더없이 청초한 꽃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행여 지나시다 걸음을 멈추고 주저앉은 여자가 보인다면 운 좋은 날의 저를 만나신 겁니다. 오늘도 그랬습니다.


보도블록과 벽면의 좁은 틈새, 아무도 눈길 주지 않는 곳에서, 화려한 봄날의 꽃은 아니지만, 단단하게 껍질을 터뜨린 채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있는 작은 풀꽃을 만났습니다.


허리를 바짝 숙이지 않으면 그저 흙먼지나 마른 잎사귀처럼 보였을 이 작은 존재를 보며, 문득 스치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마음이 있으면 보인다."


소중한 것들은 대개 목소리가 작고 몸집이 작습니다. 화려하게 반짝이며 "나를 좀 보아달라"라고 소리치지 않지요.


앞만 보고 질주할 때, 마음이 차갑게 닫혀있을 때는 길가에 피어난 풀꽃도, 곁에 숨 쉬는 소중한 이들의 마음도 눈에 들어오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소중한 존재로 여긴다는 것은 결국 '기꺼이 발견해 주는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가족의 지친 어깨, 늘 씩씩해 보이지만 속으론 외로웠을 친구의 나지막한 한숨, 매일 숨 가쁘게 버텨내느라 정작 돌보지 못했던 내면의 아이까지.


이 모든 것들은 '보려는 마음', '들으려는 다정함'을 가진 사람에게 모습을 드러냅니다.


스쳐 지나면 아무것도 아닌 존재지만, 마음을 다해 바라보는 누군가를 만나는 순간, "나도 소중한 존재구나"라는 귀한 의미를 선물 받게 됩니다. 다정한 시선을 만난 작은 풀꽃이 특별해진 것처럼 말입니다.


우리 주변에도 바라봐주는 다정한 눈길을, 마음의 서성임을 기다리는 풀꽃 같은 존재들이 있을지 모릅니다.


"나 여기 있어요"라고 말하는 대신, 조용히 자리를 지키며 먼저 알아채 주기를 기다리는 소중한 인연들 말이지요.


오늘도 빠르게 걷고 있는 당신, 속도를 조금만 늦추고 발밑을, 곁의 소중한 이들을 가만히 떠올려 보세요. 그 순간 당신의 세상은 눈부신 빛으로 채워질 겁니다.


"최근에 여러분이 비로소 발견할 수 있었던 일상의 소중함이나 기쁨은 무엇이었나요? 댓글로 특별한 시선을 나누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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