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매일 아침 거르지 않는 예방의 습관들
내가 자주 다니는 한의원 벽에는 이런 글귀가 걸려 있다.
不治已病 治未病.
“이미 병난 것을 다스리는 것이 아니라, 아직 병들지 않은 것을 다스린다”는 뜻이다.
처음 그 문구를 마주했을 때 나는 한참을 들여다봤다. 그동안 흔히 봐온 문구려니 했는데, 곱씹을수록 이것이 내 삶을 관통하는 원칙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유비무환’이라는 말도 결국 같은 이야기다. 사고가 터진 다음에 수습하려 들지 말고, 애초에 사고가 나지 않도록 관리하라는 것. 큰 병에 걸려 세상을 떠나는 거야 누가 어쩌겠는가. 하지만 평소 운동을 게을리하거나 몸을 해치는 습관을 방치하다가 무너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나는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막을 수 있었던 일이었기 때문이다. 그 안타까움을 반면교사 삼아, 나는 매일 아침 몇 가지 예방활동을 거른 적이 없다. 거창한 처방이 아니다. 병원비보다 싸고, 약보다 부작용이 없는, 아주 소박한 습관들이다.
4W1H — 나만의 운동 최저선
나는 스스로 정한 규칙이 있다. 주 4회 이상, 매회 1시간 이상. 나는 이것을 ‘4W1H’라고 부른다. 매일 하겠다고 다짐하면 작심삼일로 끝나기 쉽고, 그렇다고 느슨하게 잡으면 흐지부지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지키지 못할 목표 대신, 반드시 지킬 수 있는 최저선을 정했다. 컨디션이 나쁜 날에도, 여행 중이라도 이 최저선만큼은 지킨다. 몸이 아프고 나서 재활하듯 운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아프지 않을 만큼의 운동량을 미리 정해두고 지키는 것. 그것이 내가 4W1H를 고집하는 이유다. 10년 넘게 그 원칙을 지키고 있다.
뒤로 걷기
무릎 관절이 예전 같지 않아 러닝은 하지 않는다. 대신 나는 트레드밀에서 35분 정도 파워 워킹을 하는데 말미에 5분 정도 뒤로 걷는다. 앞으로 걸을 때는 거의 쓰지 않던 근육들이 뒤로 걸으면 새롭게 깨어난다. 무릎에 실리던 하중의 방향이 달라지면서 관절이 받는 부담은 줄고, 동시에 균형 감각까지 함께 단련된다. 처음에는 넘어질까 봐 조심스러웠지만, 몇 주 지나니 오히려 정면으로 걸을 때보다 몸의 중심을 더 예민하게 느끼게 됐다. 남들이 잘 하지 않는 방식이라 시선을 끌기도 하지만 신경 쓰지 않는다.
한 발로 서서 버티기
나는 새벽마다 1시간 반 정도 운동을 하는데, 그중 스트레칭에 가장 정성을 들인다. 대략 20분간 하는데 운동 중 부상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스트레칭 마지막 동작으로 한 발로 서서 1분 버티기를 한다. 처음에는 30초도 못 버티고 넘어졌지만 이제는 거뜬히 1분이다. 나이 들어 낙상 예방이 가장 큰 화두인지라 이 동작을 5년 넘게 하고 있는데, 몇 살까지 가능할지 나도 궁금하다. 넘어지고 나서 병원에 실려가는 것이 아니라, 넘어지지 않는 몸을 미리 만들어두는 것 — 나에게는 이것도 예방이다.
걷는 자세도 예방이다 — 코어에 힘, ㅅ자 걸음
시니어 모델로 활동하며 나는 걷는 법을 다시 배웠다. 발의 좌우 폭은 11자로 곧게 걷되, 무릎을 구부리지 않고 앞다리와 뒷다리를 끝까지 쭉 편 채로 걷는다. 한 걸음마다 앞으로 뻗은 다리와 뒤에 남은 다리가 동시에 일직선으로 곧게 펴지는 순간, 두 다리는 마치 ㅅ자처럼 벌어진다. 여기에 코어에 힘을 준 채 걸으면 골반이 덜 흔들리고, 무게 중심이 안정되어 넘어질 위험이 줄어든다. 자세가 무너진 채로 오래 걷는 습관은 무릎과 허리에 조용히 빚을 쌓는 것과 같다. 그 빚은 반드시 나이가 들어 청구서로 돌아온다. 나는 그 청구서를 받고 싶지 않다. 그래서 오늘도 걸을 때마다, 습관처럼 코어에 힘을 주고 ㅅ자 걸음을 점검한다.
不治已病 治未病. 이미 아픈 곳을 고치는 의사보다, 아프기 전에 막는 습관이 낫다. 4W1H로 운동의 최저선을 지키고, 뒤로 걸으며 안 쓰던 근육을 쓰고, 한 발로 버티며 낙상을 막고, 모델 워킹으로 자세를 지킨다. 거창한 처방이 아니다. 매일 아침 반복하는 작은 선택들일뿐이다. 하지만 그 선택들이 쌓여, 병원 대신 헬스장으로 향하는 아침을 만든다.
유비무환 — 나는 오늘도, 아직 오지 않은 병을 다스리며 걷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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