뛰는 사람 vs 걷는 사람

나는 왜 뛰지 않고 걷는가

헬스장에 가지 않는 날이면 나는 집 근처 양재천을 걷는다. 1시간, 빠르게. 옆을 지나치는 사람들 중에는 뛰는 이도 있다. 나는 걷는다. 처음에는 ‘나도 뛸까?’하고 생각했지만 이제는 아니다. 왜 걷는지, 어떻게 걷는지를 알게 된 뒤로 그 걸음에 확신이 생겼다.


만 70세, 운동을 시작한 지 10년이 됐다. 60세에 처음 운동화 끈을 묶었고, 지금도 매일 새벽 몸을 움직인다. 그 10년 동안 달리기는 포기했다. 고질적인 무릎 관절 문제로 중년 이후 뛰는 것은 일찌감치 내려놓았다. 뛰는 것을 포기하는 대신, 걷기를 제대로 하기로 했다. 그 선택이 10년째 이어지고 있다.


뛰는 것 같은데 왜 더 느릴까

걷는 방식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있다. 그냥 걷는 일반 워킹, 팔을 힘차게 흔들며 빠르게 걷는 파워 워킹, 그리고 슬로우 조깅. 나는 이 세 가지를 섞어 쓴다. 무릎이 시원찮아 달리기는 못하지만 슬로우 조깅은 다르다. 달리기보다 충격이 작고, 걷기보다 더 많은 근육을 쓴다. 그래서 지금도 하고 있다.

그런데 슬로우 조깅은 직접 해보면 이상한 느낌이 든다. 분명히 '뛰는' 동작인데, 파워 워킹보다 속도가 더 느리다. 비밀은 발에 있다. 파워 워킹은 언제나 한 발이 바닥에 붙어 있다. 슬로우 조깅은 순간적으로 두 발이 동시에 공중에 뜬다. 이 체공(體空)의 순간이 '조깅'을 조깅으로 만드는 것이다. 속도가 아니라 발이 땅에서 떨어지는 그 찰나가 걷기와 뛰기를 가른다.


실제 수치로 보면 더 명확하다. 분


파워 워킹의 속도는 6~7 km/h, 슬로우 조깅은 5~6 km/h다. 숫자만 보면 파워 워킹이 더 빠르다. 그런데 칼로리 소모는 오히려 슬로우 조깅이 비슷하거나 높다. 뛰는 동작 자체가 더 많은 근육을 한꺼번에 동원하기 때문이다. 속도보다 동작의 질이 운동 효과를 결정한다.


나는 어떻게 걷는가

그렇다면 나는 실제로 어떻게 움직이는가. 세 가지를 섞는다.

슬로우 조깅은 체중의 2~3배에 달하는 충격이 무릎과 발목에 전해진다. 젊을 때는 그 충격을 근육이 흡수한다. 하지만 고질적인 무릎 문제가 있는 나에게 일반 달리기는 선택지가 아니지만, 슬로우 조깅은 보폭이 좁고 충격이 작아 내 무릎이 감당할 수 있는 방식이다. 나는 지금 이 운동을 10년, 20년 더 할 생각이다. 할 수 있을 때까지.


그래서 나의 야외 걷기 1시간은 이렇게 구성된다.

준비 (10분) | 일반 워킹으로 관절을 깨운다

본 운동 (40분) | 파워 워킹 5분 → 슬로우 조깅 3분 반복

마무리 (10분) | 일반 워킹 5분 → 뒤로 걷기 5분


처음 10분은 천천히 관절을 깨우고, 40분은 파워 워킹 5분과 슬로우 조깅 3분을 번갈아 반복하는 인터벌 방식으로 심박수를 끌어올린다. 마지막 10분은 속도를 낮춰 몸을 정리하고, 5분은 뒤로 걷는다. 뒤로 걷기는 앞으로 걷기와 완전히 다른 근육군을 깨우고, 무릎 관절을 보호하며, 균형 감각을 다듬는다. 남들이 이상하게 볼 수도 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는다. 이것 역시 10년 뒤를 위한 오늘의 선택이다.


시니어 모델이 된 뒤로는 거리에서 걸을 때도 걷는 방식이 달라졌다. 코어에 힘을 주고, 앞발과 뒷발 간격을 최대한 넓혀 시옷(ㅅ) 자로 걷는다. 모델 워킹을 따라 하는 것이다. 처음엔 어색했지만 지금은 습관이 됐다.


걷는다는 것의 의미

운동은 철학이다. 어떤 운동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느냐는 결국 어떤 삶을 얼마나 오래 지속할 수 있느냐와 같은 질문이다.


나는 《자기 인생의 각본을 써라》에서 건강에 대해 이렇게 썼다. 몸은 가장 오래 함께할 동반자이고, 그 몸을 어떻게 쓸지 결정하는 것도 인생 각본이라고. 양재천을 걸으며 파워 워킹을 선택하고, 뒤로 걷기를 선택하고, 모델 워킹으로 걷는 것도 그 각본의 한 장면이다. 남들보다 빠르게 달리는 것이 목표가 아니다. 오래, 다치지 않고, 내 몸으로 걷는 것이 목표다.


60세에 처음 운동화를 신을 때, 나는 달리고 싶었다. 무릎이 말려들었고, 달리기는 포기했다. 그런데 10년 동안 걷기와 근력 운동을 꾸준히 이어온 지금, 더 이상 무릎이 아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걷기가 무릎을 살렸다. 이 상태로 100세까지 걸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지금 내가 가진 가장 현실적이고 간절한 목표다.


뛰지 않는다는 것은 포기가 아니다. 더 오래 걷기 위한 선택이다.



가정행복코치, 건강 칼럼니스트

이수경 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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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인생의 각본을 써라 - YES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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