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인의 삶에 관하여
한 주의 정 중간인 수요일. 회사를 쨌습니다. 이유는 없지만 굳이 대자면 번아웃 사전 방지쯤이라고 해 두겠습니다. 소중한 휴무이므로 무조건 힐링해야 합니다.
방학이 끝난 딸이 새벽 또는 아침 댓바람부터 자기 방을 드나드느라 분주한 바람에 늦잠도 못 자고 평상시와 같이 일어났습니다-딸 방에서 잡니다.
쉬는 날 거창한 계획을 세울 필요는 없었으나 집에서 보내기에는 흐르는 시간이 너무 아까울 것 같아 때마침 고장 난 큰아이의 노트북을 들고 서비스센터에 다녀왔습니다.
껍데기는 브랜드 제품이나 그 안에 든 부속품은 속칭 '사제'가 대부분으로, 놀라울 정도의 잡동사니 조립품 그 자체였습니다. 결정적으로 라이선스 때문에 '윈도 11'을 깔 수가 없다고 하여 포기한 채 되돌아왔습니다.
최근에 동네에서 오픈한 컴퓨터 수리업체에 들르기 위해 집을 나서다가 현관 앞에 놓인 자전거가 보였습니다. 오랜만에 타는 자전거는 이 더위에도 바람을 잉태했습니다.
노트북 실은 백팩 위로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도착한 그곳은 문이 굳게 잠겨져 있었습니다. 간판의 번호로 전화하니 하필 오늘 13시에 출근한다고 했습니다. "가게 도어록 비밀번호를 알려줄 테니 안에 노트북을 두고 가세요."
이상한 기분이 들어 차마 그렇게는 못하겠다고 하고 땡볕을 헤쳐 가며 수 킬로미터를 거쳐 물막국수를 먹고 다시 그 자리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어중간하여 도서관 문 닫았을 때 자주 가던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평일인데도 사람들로 그득했고, 일부 목소리 큰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질 세라 더 크게 떠들어댔으나 혼자 와서 조용하게 노트북으로 무슨 '작업'인지 하는 사람들도 몇몇 보였습니다.
시원하니 격렬하게 졸음이 밀려옵니다. '이거 확실하게 힐링하는 거 맞나?' 자칫 꿈을 꿀 뻔했습니다. 내일이 되어 봐야 알겠지만 한 주를 빨리 보내는 방법 중에 하나로 꼭 수요일 하루 연차를 추천합니다.
어차피 안 쓰면 날리는 연차잖습니까. 그것마저 대가리 눈치 보느라 가도 못했는데 이제 인생 그렇게 살지 않으려고요.
적정가에 노트북을 수리하고 저녁에는 에어컨으로 한랭한 탁구장에서 운동하며 일찍 잠자리에 들 계획입니다. 눈 뜨면 어느새 목요일이 밝아져 있을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