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거래 6년 만에 처음 겪은 분쟁조정

당근의 중재에도 납득 못하는 구매자를 만났습니다

by이드id


얼마 전 작아서 입지 않는 셔츠를 당근의 '바로구매'를 통해 약 5만 원에 판매했다. 판매 글에는 제품명과 사이즈, 가슴 단면 등 실측 정보를 구체적으로 기재했다. 제품 사진 여러 장과 라벨 사진까지 올렸다.


그런데 구매자가 제품을 받은 뒤 정품 여부에 이의를 제기해 처음으로 '정산 보류 안내'에 이어 '분쟁조정 접수 안내'라는 낯선 메시지를 받았다. 판매한 셔츠의 정품 여부가 의심된다며 구매자가 분쟁을 신청했다는 내용이었다. 구매자 자신이 가지고 있던 같은 브랜드, 같은 사이즈의 셔츠와 크기가 다르다는 주장이었다.


정품이 아니라는 구매자의 문제 제기


6년 동안 당근에서 160여 건의 물건을 판매했다. 매너 온도는 59.1℃, 재거래 희망률도 100%였다. 그동안 거래 과정에서 별다른 문제가 발생한 적도 없었다. 즐겨 입는 브랜드로 같은 셔츠만 9벌을 당근에서 팔았는데 이런 적은 처음이었다. 구매자가 메시지를 통해 내게 먼저 문의하거나 확인을 요청하지 않고 분쟁조정부터 신청했다는 사실도 당황스러웠다.


당근 측에서 분쟁 검토에 5~10일 정도 소요된다고 안내했다. 판매자에게도 사실관계 확인서와 증빙자료를 제출할 기회가 주어졌다. 나는 판매 당시 제품명과 사이즈, 실측 정보, 라벨 등을 상세하게 작성했다는 점과 같은 브랜드라도 제품 종류나 생산 시기, 판매 국가에 따라 사이즈가 다를 수 있다는 점을 소명했다.


당근은 2023년부터 분쟁조정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제출한 판매 글, 채팅 기록, 제품 사진 등 관련 자료를 검토해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제도다. 앱에서 분쟁을 신청할 수 있고, 상대방도 자신의 입장과 증빙자료를 제출할 수 있다.


당근 측은 "사실관계를 확인해 본 결과 중요 정보가 고지되지 않았거나, 중대한 하자가 있다고 보기 어려워 물품 금액은 판매자에게 정산처리 될 예정"이라고 안내했다. 제출된 양측 자료를 검토한 결과, 판매 대금 정산을 보류할 만한 사유를 확인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지만 구매자는 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구매자에게서 바로 메시지가 왔다.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 정품 아니잖아요." 분쟁조정 결과를 확인한 구매자가 보낸 연락이었다. 여전히 정품이 아니라며 이의를 제기하고 있었다. 구매자가 제품을 신뢰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굳이 거래하고 싶지 않았다. 대화를 통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할 기회조차 없이 분쟁조정부터 시작됐다는 점도 아쉬웠다.


"애초에 저에게 먼저 말씀 주셨으면 원만하게 해결했을 텐데, 분쟁조정 신청부터 하셔서 저도 당황스러웠습니다. (중략) 저도 이런 식으로 판매하기 찝찝하니 원하시면 반품해 드리겠습니다."


결국 환불해 주고 셔츠를 돌려받았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지 판단하는 것과 양측이 그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별개의 문제였다.


당근에서 발생하는 분쟁은 생각보다 다양하다. 당근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 3월에도 실제 거래 분쟁을 정리한 '당근 분쟁조정 사례집'을 발간했다.


한 구매자는 '반바지'라는 설명을 보고 옷을 구매했는데, 실제로 배송된 제품은 속바지였다. 판매자는 당근의 인공지능(AI)이 작성한 판매 글을 그대로 올렸을 뿐이라며 바카라임을 부인했다. 그러나 분쟁조정센터는 AI가 작성했더라도 판매 게시글에 대한 바카라임은 판매자에게 있다고 판단했다. 결국 양측은 일부 환불에 합의했다.


구매자는 '미개봉'이라고 표시된 노트북을 구매했는데, 국내 정식 제품이 아닌 해외판이었던 사례도 있다. 판매자는 개봉하지 않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분쟁조정센터는 국내 사용에 필요한 어댑터와 한글 키스킨 비용을 판매자가 부담하도록 조정했다.


사례집에 등장한 이들 사례와 내가 겪은 분쟁은 결과가 달랐지만 공통점이 있다. 판매자가 어떤 정보를 제공했는지, 구매자는 무엇을 확인했는지, 거래 당시 어떤 자료가 남아 있는지가 분쟁 판단의 중요한 근거가 됐다는 점이다.


거래 당사자 간 명확한 소통이 중요


최근 당근은 동네 직거래를 넘어 전국 단위의 택배 거래와 안심결제까지 서비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거래 방식이 편리해진 만큼 서로 얼굴을 보지 않고 물건을 사고파는 일도 많아졌다. 그 과정에서 제품 상태와 설명이 다르거나 정품 여부를 둘러싼 갈등도 발생할 수 있다.


분쟁조정센터는 이런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중요한 안전장치다. 하지만 조정 결과가 나왔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당사자 중 한쪽이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갈등이 계속될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고거래 시장이 커지면서 관련 분쟁도 늘고 있다. 지난 6월 매일경제 보도에 따르면, 하나금융연구소가 추산한 국내 중고거래 시장 규모는 약 43조 원에 달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따르면 2025년 접수된 전자거래 분쟁조정 신청 8938건 가운데 개인 간 거래 분쟁은 5848건으로 전체의 65.4%를 차지했다.


결국 거래 당사자 모두가 조금 더 신중해지는 수밖에 없다. 판매자는 제품의 상태와 하자, 사이즈, 수선 여부 등 구매 결정에 영향을 줄 만한 정보를 정확하게 알려야 한다. 구매자 역시 판매글과 사진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궁금한 점이 있다면 거래 전에 질문하는 것이 좋다. 특히 고가 제품이나 정품 여부가 중요한 브랜드 제품이라면 더욱 그렇다.


당근에 올린 판매 글에는 '환불 불가'라는 문구도 많이 보이지만, 이 문구만으로 분쟁까지 막을 수는 없다. 실제 거래 내용과 물품 상태, 판매 당시 고지한 정보 등에 따라 바카라임 소재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일을 겪으며 분쟁조정 제도에 대해 알게 됐다. 동시에 제도만으로 모든 갈등을 해결할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분쟁조정은 문제가 발생한 뒤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지만, 더 중요한 것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판매자와 구매자 모두가 신중하게 거래하는 일이다. 거래 방식과 분쟁 해결 제도가 아무리 발전하더라도, 사람 사이의 신뢰와 소통까지 대신해 줄 수는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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