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by배대웅

지금 방 안을 한번 둘러봅시다. 손에 들고 있는 스마트폰, 바카라상 위에 놓인 물컵, 창밖을 지나가는 자동차, 그리고 멀리 하늘에 떠 있는 구름까지. 우리 주변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물건과 현상들이 존재합니다. 하나하나만 살펴봐도 설명할 것이 끝도 없습니다. 스마트폰은 반도체와 전기로 작동하고, 자동차는 엔진과 바퀴로 움직이며, 구름은 대기와 물의 순환 속에서 만들어집니다. 만약 이 모든 것을 각각 설명하는 설명서를 만든다면, 아마 거대한 도서관을 가득 채워도 모자랄 것입니다.


그런데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다른 생각을 해 왔습니다. "정말 세상은 복잡하기만 할까? 겉으로 보기에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 현상들조차 사실은 몇 가지 단순한 원리에서 나온 것은 아닐까?“ 그래서 복잡하게 얽힌 세상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거대한 기계를 나사 하나, 톱니바퀴 하나 단위로 분해해서 들여다보는 방식으로 연구해왔습니다.


복잡한 현상을 한두 가지 기본 원리로 설명하려는 이런 접근을 ‘환원주의’라고 부릅니다. 환원이란 본래의 상태로 돌아간다는 뜻이죠. 예컨대 물을 파고들면 수소와 산소라는 원자가 나옵니다. 또 바퀴의 움직임 하나만 완벽하게 이해하면 자동차도, 기차도 모두 설명할 수 있죠. 겉으로는 복잡하고 다양한 현상이라도 밑바닥까지 내려가 보면 생각보다 단순한 규칙이 숨어 있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과학의 역사는 어떤 면에서 이런 ‘통일의 역사’였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원자론자들은 세상의 모든 물질이 더 이상 쪼갤 수 없는 작은 입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상상했습니다. 17세기 아이작 뉴턴은 사과가 땅으로 떨어지는 현상과 달이 지구 주위를 도는 현상이 중력으로 설명된다는 사실을 밝혀냈습니다. 제임스 클러크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가 서로 다른 현상이 아니라 하나의 전자기력임을 보여주었습니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공간과 시간이 하나로 연결된 4차원 시공간 개념을 정립하며 중력의 비밀을 풀어냈습니다. 이렇게 과학이 발전할수록, 과학자들은 서로 다른 것처럼 보이던 현상들이 하나의 원리로 연결되어 있음을 반복해서 발견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런 질문도 가능할 것입니다. 사과가 떨어지는 이유,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이유, 태양이 빛나는 이유, 그리고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들이 존재하는 이유까지. 이 모든 것을 설명하는 더 근본적인 설계도가 존재할 수는 없을까? 20세기 물리학자들은 바로 그 질문에 도전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밝혀진 우주의 가장 근본적인 규칙들을 하나의 체계로 정리한 이론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것이 바로 ‘표준모형(Standard Model)’입니다.


우주의 문법을 찾아서


과학자들은 처음에 원자가 물질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알고 보니 원자 속에는 전자와 원자핵이 있었고, 원자핵 속에는 양성자와 중성자가 있음이 드러났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 안에는 더 작은 쿼크가 숨어 있었습니다. 마치 끝없이 이어지는 러시아 인형을 하나씩 열어 보는 것과 비슷했습니다. 가장 작은 조각에 도달했다고 생각할 때마다 그 안에서 또 다른 세계가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image.png복잡한 것을 이해하려면 더 작은 단위로 나누어 보아야 합니다. 러시아 인형은 환원주의의 발상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비유입니다.


20세기 물리학자들은 이 미시 세계로의 탐험을 계속한 끝에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우주를 이루는 모든 물질은 생각보다 훨씬 적은 수의 재료로 만들어져 있다.” 그렇다면 그 재료는 무엇일까요? 표준모형은 바로 이 질문에 대한 답입니다.


표준모형을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우주라는 거대한 바카라을 조판하는 알파벳과 문법바카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이 쓰는 수많은 글은 결국 A부터 Z까지 26개의 알파벳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셰익스피어의 희곡도, 과학 논문도, 여러분이 친구에게 보내는 문자메시지도 모두 같은 알파벳을 사용하지요.


표준모형은 우주에도 이와 비슷한 원리가 있다고 말합니다. 밤하늘의 별과 은하, 지구의 바다와 산, 공룡과 인간, 그리고 지금 여러분이 읽고 있는 이 바카라까지. 겉으로는 무한히 다양한 모습이지만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보면 소수의 기본입자만 남습니다. 현재 표준모형에 따르면 물질을 이루는 기본입자는 모두 12종류입니다. 전자와 중성미자, 그리고 양성자와 중성자를 이루는 쿼크들이 바로 이 우주의 알파벳입니다.


하지만 알파벳만 있다고 바카라이 쓰이는 것은 아니죠. 알파벳을 잇도록 단어와 문장을 만드는 문법도 필요합니다. 우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입자들은 가만히 존재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끌어당기고 밀어내며 끊임없이 관계를 맺습니다. 태양이 지구를 붙잡아 두는 것도, 원자들이 결합해 물과 공기, 생명체를 만드는 것도, 원자핵이 수십억 년 동안 무너지지 않고 버티는 것도 모두 보이지 않는 힘 때문입니다.


물리학자들은 이 복잡한 상호작용 역시 몇 가지 기본 힘으로 설명할 수 있음을 발견했습니다. 우주에는 중력, 전자기력,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이라는 네 가지 힘이 존재합니다. 표준모형은 이 가운데 중력을 제외한 나머지 세 힘과 기본입자들을 하나의 틀 안에서 설명합니다.


전자기력은 전기와 자기 현상을 일으키며 우리가 만지고 보는 물질세계를 만들어 냅니다. 강한 핵력은 원자핵이 흩어지지 않도록 붙잡아 두고, 약한 핵력은 입자가 다른 입자로 변하는 과정을 담당하며 태양이 빛을 내고 방사성 원소가 붕괴하는 현상을 설명합니다. 물리학자들이 20세기 내내 매달린 거대한 프로젝트는 바로 이 우주의 알파벳과 문법을 하나의 체계 안에 정리하는 일이었습니다.


표준모형의 위대함은 단지 기본입자의 목록을 만든 데에만 있지 않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수많은 자연 현상을 하나의 설계도 안에서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는 점입니다. 전구에 불이 들어오는 이유도, 태양 내부에서 핵반응이 일어나는 이유도,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는 이유도, 우리 몸을 이루는 원자가 안정적으로 존재하는 이유도 모두 같은 이론 안에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 과정은 한 명의 천재가 완성한 업적이 아니었습니다. 20세기 내내 수많은 물리학자가 바통을 이어받으며 거대한 퍼즐을 맞추어 갔습니다. 어떤 과학자는 새로운 입자의 존재를 예측했고, 어떤 과학자는 이를 설명하는 수학을 만들었으며, 또 다른 과학자는 거대한 실험 장치를 건설해 그것이 실제로 존재하는지 확인했습니다.

image.png겉으로는 무한히 다양한 우주도 가장 깊은 곳까지 내려가 보면 소수의 기본입자와 몇 가지 힘만 남습니다. 표준모형은 그 목록을 정리한 현대 물리학의 가장 성공적인 설명서입니다.


마지막 빈칸, 힉스 입자


다만 이 퍼즐에는 물리학자들이 수십 년 동안 풀지 못한 결정적인 빈칸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질량의 기원'이었습니다. 전자도, 쿼크도, 원자도, 사람도 모두 질량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입자들은 빛처럼 우주를 떠돌기만 하지 않습니다. 서로 결합해 원자를 만들고, 별을 만들고, 지구와 생명체를 만듭니다.


그런데 표준모형이 처음 만들어지던 시기의 이론만으로는 입자들이 어떻게 질량을 갖는지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이 문제가 풀리지 않으면 표준모형이라는 설계도는 마지막 순간에 흔들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1960년대 피터 힉스를 비롯한 학자들은 대담한 아이디어를 제안했습니다. 우주 전체에 보이지 않는 ‘힉스 장’이 가득 차 있으며, 입자들이 이 장과 상호작용하는 정도에 따라 질량을 갖게 된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어떤 입자는 힉스 장과 강하게 얽혀 무거워지고, 어떤 입자는 거의 영향을 받지 않아 가볍게 남습니다. 비유하자면 텅 빈 운동장을 달릴 때와 물속을 걸을 때의 차이와 비슷합니다. 운동장에서는 몸이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물속에서는 움직임이 둔해집니다. 힉스 장은 입자들에게 이런 ‘저항’을 주는 보이지 않는 배경처럼 작동합니다.


이 가설이 맞다면 반드시 확인되어야 할 것이 있었습니다. 힉스 장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그 흔적으로 나타나는 힉스 입자도 발견되어야 했습니다. 힉스 입자는 표준모형의 마지막 빈칸이었습니다. 이 입자를 찾지 못한다면 질량의 기원을 설명하는 전체 이야기가 흔들릴 수 있었습니다.


문제는 힉스 입자가 평소에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힉스 입자는 매우 무거운 입자라서 엄청난 에너지가 모이는 순간에만 잠깐 만들어졌다가 곧바로 다른 입자들로 붕괴합니다. 따라서 물리학자들은 힉스 입자를 직접 오래 관찰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그것이 사라지고 남긴 흔적을 찾아야 했습니다.


이를 위해 건설된 장치가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거대 강입자 충돌기(LHC)였습니다. 스위스와 프랑스 국경 지하에 둘레 27km의 원형 터널을 만들고, 그 안에서 입자들을 빛에 가까운 속도로 가속한 뒤 정면으로 충돌시켰습니다. 충돌 순간의 엄청난 에너지가 새로운 입자를 만들어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인슈타인의 식 E=mc²이 말하듯, 에너지는 질량을 가진 입자로 바뀔 수 있습니다.

4Ay7vUxsLk3pe0EddNortQslXLjvSakI8QfKtEbTyeikxVENUm3ADBghRCflLTxJQO9vFvMGiV5IXgri-8vSZbifWslnJ29FKlTGekGuN7h8DQi-_jfow0Rdvaa4qSU7F3zJL2JnJYlriHM_rPQd9XcH0kZSoSKf-mr_-J4wst061Yet7juf0wnHFDHFXdHk.jpg
c1eh2U.gif
힉스 입자는 직접 관측할 수 없을 만큼 짧은 순간만 존재합니다. LHC는 우주 탄생 직후의 환경을 재현해 그 흔적을 찾기 위해 만들어진 거대 실험 장치입니다.


물리학자들이 노린 것은 바로 그 찰나였습니다. 입자들이 충돌하는 순간 힉스 입자가 잠깐 태어나고, 곧바로 사라진 뒤 검출기 안에 남긴 흔적을 포착하는 것. 이것은 곧 우주 탄생 직후의 극한 환경을 인공적으로 재현하려는 시도였습니다.


마침내 2012년 7월 4일, CERN은 힉스 입자로 보이는 새로운 입자를 발견했다고 발표했습니다. 1960년대에 이론으로 예측된 마지막 조각이 거의 반세기 만에 실험으로 확인된 것입니다. 이 발견의 의미는 새로운 입자 하나를 찾았다는 데 있지 않았습니다. 뉴턴 이후 물리학자들이 추구해 온 '복잡한 세계를 더 적은 수의 원리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정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었기 때문입니다. 원자에서 전자와 쿼크로 이어진 물질 탐구의 역사와, 중력·전자기력·핵력을 이해하려는 역사가 표준모형이라는 하나의 설계도 안에서 만난 것입니다.


우주의 설계도에서 마지막 빈칸 하나가 채워진 듯했습니다. 언론은 이를 두고 ‘신의 입자’를 찾았다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힉스 입자의 발견으로 표준모형은 눈부신 승리를 거두었고, 인류의 환원주의적 모험은 대단원의 막을 내린 것처럼 보였습니다.


표준모형이 설명하지 못하는 것들


하지만 과학의 역사에서 영원하고 완벽한 승리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하나의 산맥을 정복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너머에 더 높은 산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표준모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2012년 힉스 입자의 발견은 분명 현대 물리학의 위대한 승리였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그 성공 덕분에 물리학자들은 자신들이 아직 모르는 것들을 더욱 뚜렷하게 보게 되었습니다.

RUvuFKD3Ee01tJk41LURsUmXjKYVkVGNrE8fjXdaUOyjzvszKKFZcbRJU2AMbVvRTxNeHgIud0ZrwN_cjlvm7E4NuuG9mZU8MQdcD4DycUy_3GhXXbEYaIxHu2JlHLTEsmWV5cYTuklNJmxr_Es_8vxnZQUFNIDAZL5cT87dNyh-rLUS6VtXLpOiU4TfOsa4.jpg
OYKM0_8GlIA0HaUuIaT31WkXZe7lbTUtCBlN60K6zEpYWrswgC90JXU_JGegJL8wB1s2JtTcW_pfjgBEWXS4RAQQ-lUoUcRvK7Ev3nrTmPKBM6SS2h7VlCCxv0HOGv-JCQaGy2bSp0hd2K-WixP01PJlT4X6lHdsD2TZbuNPPXnS3IYHXspBF9yvC7MlX0EK.jpg
반세기 동안 추적한 힉스 입자를 발견한 순간. 하지만 물리학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마지막 퍼즐 조각을 끼워 보니, 퍼즐판 바깥에 더 큰 그림이 남아 있었습니다.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중력이었습니다. 앞에서 살펴보았듯 우주에는 네 가지 기본 힘이 존재합니다. 표준모형은 전자기력과 강한 핵력, 약한 핵력을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게 설명합니다. 그러나 정작 행성을 궤도에 붙잡아 두고, 우리를 지구 표면에 서 있게 만드는 중력은 이 이론 안에 들어 있지 않습니다.


중력은 아인슈타인의 일반상대성이론으로 설명됩니다. 그런데 일반상대성이론이 묘사하는 거대한 우주와 양자역학이 지배하는 미시 세계는 서로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블랙홀의 중심이나 우주 탄생 직후처럼 두 이론이 동시에 필요한 상황에 적용하면 계산은 '무한대'라는 엉터리 값을 내놓으며 멈춰 버립니다. 지구 전체 지도를 설명하는 규칙과 원자 하나를 설명하는 규칙이 따로 존재하는 셈입니다.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20세기 후반 천문학자들은 또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합니다. 우리가 별과 행성, 인간의 몸, 공기와 바다를 통해 관측하는 모든 물질을 합쳐도 우주 전체의 약 5%에 불과하다는 것입니다. 나머지 95%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채워져 있습니다.


암흑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중력을 통해 은하들을 붙잡아 두고 있습니다. 암흑에너지는 반대로 우주를 점점 더 빠르게 팽창시키고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그 존재를 여러 관측을 통해 확인했지만, 그것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표준모형은 이들에 대해 거의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합니다. 지금까지 인류가 만든 가장 성공적인 물질 이론이 정작 우주의 대부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래서 물리학자들은 다시 한번 더 큰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중력과 양자역학을 하나로 묶고,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까지 설명할 수 있는 더 근본적인 이론은 없을까? 이 질문은 자연스럽게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라는 꿈으로 이어졌습니다. 모든 자연 법칙을 하나의 틀 안에서 설명하는, 그야말로 궁극의 이론입니다.


과학의 역사에서 이런 꿈은 새로운 것이 아닙니다. 뉴턴은 하늘과 땅의 운동을 하나의 법칙으로 통합했고, 맥스웰은 전기와 자기를 하나로 묶었습니다. 아인슈타인은 생애 마지막 수십 년을 중력과 전자기력을 통합하는 통일장 이론에 바쳤습니다. 비록 성공하지는 못했지만, 그가 남긴 질문은 오늘날 물리학자들에게 그대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유망한 후보 가운데 하나는 초끈이론(String Theory)입니다. 초끈이론은 전자나 쿼크 같은 기본입자를 크기가 없는 점이 아니라, 매우 작은 진동하는 끈으로 바라봅니다. 바이올린 현이 서로 다른 진동으로 다양한 음을 만들어 내듯, 끈의 진동 방식에 따라 서로 다른 입자가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이 이론의 가장 큰 매력은 중력을 전달하는 입자가 자연스럽게 등장한다는 점입니다. 만약 초끈이론이 옳다면 물질과 힘, 그리고 중력까지 하나의 원리로 설명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그 대가로 우리는 10차원 또는 11차원의 우주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우리가 경험하는 3차원 공간 너머에 보이지 않는 차원들이 숨어 있다는 뜻입니다.

image.png초끈이론을 시각화한 상상도. 초끈이론은 우주의 모든 입자와 힘이 미세한 끈의 진동에서 비롯된다고 설명하며, 보이지 않는 추가 차원이 존재할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또 다른 후보는 루프 양자중력(Loop Quantum Gravity)입니다. 초끈이론이 새로운 기본 구성요소를 도입하는 방식이라면, 루프 양자중력은 시공간 자체를 다시 들여다봅니다. 우리가 연속적이라고 생각하는 공간이 사실은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작은 양자 단위들로 이루어져 있다고 가정하고, 일반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을 연결하려고 합니다.


끝나지 않는 질문


그렇다면 인류는 우주를 설명하는 단 하나의 이론에 도달할 수 있을까요? 고대 그리스의 자연철학자들이 만물의 근원을 고민하기 시작한 이래로 이어진 이 긴 탐험은 끝을 맞이할 수 있을까요? 이에 대해서는 물리학자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그 가운데 흥미로운 문제를 제기한 사람이 수학자 쿠르트 괴델입니다.


괴델은 1931년 '불완전성 정리'를 발표했습니다. 아무리 정교한 수학 체계를 만들더라도, 그 안에는 끝내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완벽한 규칙으로 모든 것을 설명하려는 꿈에 작은 균열을 낸 셈이었죠.


한때 우주의 최종 공식을 찾을 수 있다고 믿었던 스티븐 호킹도 괴델의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는 우리가 우주 바깥에 서 있는 관찰자가 아니라는 사실에 주목했습니다. 우리의 몸도, 우리의 뇌도, 우리가 만든 망원경과 가속기도 모두 우주 안에 존재합니다. 쉽게 말해 우리는 소설 속 등장인물이면서 동시에 그 소설 전체를 이해하려고 애쓰는 셈입니다. 그렇다면 우주 전체를 완벽하게 설명하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어려운 문제일 수 있습니다.


물론 이것이 모든 것의 이론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언젠가 모든 힘과 입자, 시공간을 하나로 설명하는 아름다운 이론이 등장할지도 모릅니다. 다만 지금 단계에서 그것을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생각해보면 인류 문명을 바꾼 수많은 발견도 처음부터 정답을 알고 시작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의 이론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이 발견될지, 발견된다면 언제일지, 혹은 애초에 가능한 목표인지조차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인류는 언제나 답을 알았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간 것이 아니라, 답을 몰랐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갔습니다. 대양을 건넌 항해사들도, 별의 움직임을 계산한 천문학자들도, 원자를 쪼갠 물리학자들도 자신이 어디에 도달하게 될지 알지 못했습니다. 그들이 확신할 수 있었던 것은 단 하나, 아직 밝혀지지 않은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뿐이었습니다.


우주를 하나의 이론으로 설명하려는 꿈도 같은 역사의 경로를 따라갈 것입니다. 그것이 인류를 어디로 데려갈지는 아무도 알지 못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역사가 보여주듯, 인류의 가장 위대한 발견들은 대부분 아직 지도에 그려지지 않은 세계를 향한 첫걸음에서 시작되었습니다.

WXlYi12ucErurzu6-DGNkYi6h0Le8VSYvlNB5tNkd5usTAtrR2DmN4yZuBlrZjjhAsKjy-U7I4WKlGWzreEngJUEwYPvUx2fefy4AjO6WsfYeiC61lTjNx-I49PXDek1YcVFx0u0v-hsendcTWm9xsKwlwAUCRDbTgLRo94v8Ze3O9dySRI_dhTayba2l_E1.jpg제임스 웹 우주망원경이 촬영한 심우주 이미지. 작은 점처럼 보이는 대부분의 천체는 은하입니다. 인류는 우주를 이해할수록 더 넓은 미지를 발견해왔습니다.


카지노 게임의 이전글인공 태양을 만들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