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13
나는 쿠팡 회원이 아니다. 이용하지 않으며 이용한 적도 없다. 지난 4월 초에 우리 집으로 쿠팡 물품이 배달되어 왔다. 주문한 적 없지만 주소가 맞고 받는 사람 이름이 내 이름으로 보였다. 쿠팡의 개인정보 유출 뉴스가 있던 터라 뭔가 홍보물이 온 줄 알았다. '회원이 아닌 사람에게 무작위로 보내나?' 고개를 갸웃거리며 봉투를 뜯었다. 아주 얇고 A4 만한 봉투 모양이라 전단지 같은 게 들어있을 줄 알았다. 뜯어보니 3M 원형 양면테이프 6개가 들어있었다. 이상했다. 주소를 다시 봐도 우리 집 주소다. 받는 사람 이름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교묘하게 다르다. 성은 같은데 이름 첫 글자가 뒤에 있다. 즉, 내 이름이 박유미라면 박*유 이렇게 적혀있다. 이미 봉투와 송장을 다 뜯어버려서 돌려보내기도 애매했다. 쿠팡 사이트에 가보니 그 원형 양면테이프 가격은 3,000원이 좀 넘었다. 주문자는 물건을 못 받았겠지만, 본인이 주소를 잘못 기입했음을 뒤늦게 깨달았을 것으로 이해했다. 난 '극히 소량의 물품을 주문하기도 하는구나'라고 신기하게 여기며 오배송 건으로 그냥 넘겼다.
2주쯤 후에, 초인종이 울려 열었더니 음식이 배달되었다. 주문한 적 없는데 온 것이다. 비닐에 붙어있는 영수증에 식당이름과 번호가 있었다. 주소와 받는 사람은 없었다. 식당에 전화해 음식이 잘못 배달된 것 같다고 알렸다. 식당에서는 쿠팡이츠에 연락하라고 했다. 나는 주문하지도 않은 내가 왜 쿠팡이츠에 연락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식당에서는 알았다며 처리하겠다고 했다. 난 그거로 끝난 줄 알았다. 배달한 사람이 필시 멀리 가지 않았을 테니 그 사람이 다시 와서 가져갈 줄 알았다. 잠시 후 쿠팡이츠 고객센터라며 전화가 왔다. 배달이 잘못되었다며 음식을 자체 폐기처리해도 된다고 했다. 난 주문한 사람이 음식을 기다릴 텐데 다시 가져다주면 되지 않냐고 물었다. 고객센터 상담원은 주문자에게는 새로 음식을 배달할 것이므로 내게 잘못 온 것은 나더러 자체 처리해도 된다고 했다. 말인즉슨 먹어도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난 그러고 싶지 않아서 도로 가져가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우리 집 주소를 물어봤다. 회수 담당한테 주소를 알려줘야 한다면서. 황당했다. 식당에서 음식을 픽업해서 배달한 사람이 잘못 놓고 갔으므로 그 사람에게 연락해서 도로 가져가라고 하면 되는 일 아닌가? 상담원은 어디로 잘못 배달되었는지 알 수 없으므로 주소를 알려달라고 반복했다. 해당 배달원에게 물어보면 되지 않냐고 했더니 그렇게 할 수 없다는 말을 한다. 회수를 원하면 주소를 알려주고 아니면 나더러 버리든 먹든 하라는 의미로 '자체폐기'라는 말을 되풀이했다. 배달한 사람을 특정할 수 없는지 의아했다. 상담원은 배달하는 사람과 회수하는 사람이 다르고 회수할 사람을 찾아야 한다는 말을 했다. 이해하기 어렵다. 시스템이 복잡하다. 음식은 음식대로 버리고 시간은 오래 걸리고 불필요하게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배달하는 사람이 식당 소속 직원이던 옛날에는 어느 집에 잘못 갔는지 바로바로 알았다. 잘못 가져다 놓은 곳에 달려가 도로 가져왔다. 오래 기다릴 일이 아니었다.
난 음식을 배달시켜 먹지 않는다. 배민도 쿠팡이츠도 요기요도 이용하지 않는다. 배민은 수년 전 딱 한 번 이용했을 뿐이다. 배달 시스템이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지만, 잘못 온 음식을 도로 가져가라고 하는데 내 집 주소를 밝히고 전화번호를 남기는 일이 불합리하게 느껴졌다. 망설이다 할 수 없이 알려줬다. 상담원은 당장 회수할 수 없고 시일이 걸린다고 했다. 문 밖에 내놓으면 가져가겠다고. 거의 반나절이 흐른 후 쿠팡이츠 고객센터에서 문자가 왔다. 회수해 갔다고. 회수 이후 개인정보를 폐기한다고 하는데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리고 오늘 아침 출근하려고 현관을 열었는데 쿠팡 프레시 물품이 와있다. 역시 주문한 적 없는 것이다. 자세히 보니 4월 초에 받았던 대로 주소는 딱 우리 집이고 받는 사람도 지난번처럼 교묘하게 다르다. 이번엔 운송장 사진을 찍었다. 쿠팡 고객센터에 연락하려다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3M 원형 양면테이프를 주문했던 그 사람은 주소가 잘못된 걸 아직도 모르는 걸까? 주문할 때 주소 확인하지 않나? 뭔가 찜찜해서 경찰서로 갔다. 자초지종을 얘기했다. 수상한 물건일 수도 있고 누군가 일부러 장난을 치는 것 같기도 하다고. 경찰은 소유권자가 있는 물건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며 일단 쿠팡 고객센터에 연락해 회수 요청을 하라고 했다. 개인 휴대폰 번호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경찰관이 자신의 폰으로 하라고 줬다.
쿠팡 고객센터에서는 주문번호를 확인하더니 신선식품이므로 자체처리를 해도 된다고 했다. 난 회수해 달라고 했더니 3~4일이 걸린다고 했다. 어이가 없었다. 내가 시키지도 않은 물건을 그렇게 오래 갖고 있어야 한단 말인가. 상담원은 쿠팡이츠 상담원처럼 자체폐기를 권유하는 말을 반복했다. 난 당장 오늘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주장했다. 상담원은 기다리라고 하더니 제일 빠른 시간이 내일이라고 했다. 원 주문자에게는 환불처리를 할 것이라고 했다. 난 주문자가 자신의 주소를 연속해서 틀리게 주문하는 일이 있는지 문의했으나 상담원은 모른다고 했다.
쿠팡은 회수비용이 드니까 배달을 잘못 받은 사람에게 먹든 버리든 알아서 하라는 것 같은데 그건 일을 바로 잡는 것이 아니다. 자신들의 비용절감을 위해 마치 선심 쓰듯 공짜로 먹으라며 선량한 사람을 현혹시키는 일이다. 비용이 들더라도 잘못된 것이라면 회수해가야 한다. 주소 기입을 지속적으로 잘못하는 고객에게는 경고를 해야 하지 않을까. 정상적인 주문자라면 프레시 배송이 오지 않았을 때 문의를 했을 테고 그 기록이 고객센터에 남았을 텐데 그건 나도 모를 일이다.
주문자의 의도는 무엇이었을까? 애초 3M 원형 양면테이프를 받지 못했을 때 주소 기입을 잘못했음을 확인했을 텐데, 두 번씩이나 모를 수 있을까? 이건 신종범죄 수법인가? 사기 치기 위한 빌드업인가? 식품 환불을 받는다면 주문자는 피해가 없는 셈이다. (주문자의 잘못으로 물건을 받지 못해도 환불을 다 해주는가?) 피해는 내가 봤다. 주문하지도 않은 물건 때문에 신경 쓰고 시간 쓰고 차비 들고 별의별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정신이 사납다. 이 과정에서 쿠팡 같은 플랫폼 유통 회사가 할 건 아무것도 없는가?
디지털 세상이 되면서 내 개인정보는 이미 통신사, 카드사 등에 의해 노출이 되었고 이를 악용하는 범죄가 어떤 방식으로 내게 피해를 줄지 알 수 없다. 이 일련의 일이 그저 단순한 해프닝이길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