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것은 인간이지만, 그걸 바라보는 부모의 마음은 답답합니다.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며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흔들린다는 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고 있습니다. 누구나 살다 보면 흔들리고 넘어지기도 합니다. 무엇인가를 하고 있으니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그 흔들림을 본인은 잘 모를 수도 있습니다. 어떤 관점으로 보느냐에 따라 흔들림이 흔들림이 아닐 수도 있고 흔들림일 수도 있습니다. 부모 입장에서는 고등학생으로서의 약속들을 어기는 것이 흔들림의 시작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학교에 야간 학습이 있는데 그 시간을 빠지는 행동을 합니다. 고등학교에서 야간 학습은 자신에 대한 약속이라고 생각하는 부모 입장에서는, 스스로 그 시간을 어기고 다른 것들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것과, 그것이 선생님과 부모에게 어떤 이유에서 빠졌는지 설명 없이 진행되었다는 것에 걱정을 하게 됩니다. 별것 아닐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이 한 번이 아니라 자주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우연인지 모르겠으나 여자친구가 생기면서 여러 문제들이 발생합니다. 여자친구가 생기니 당연히 안 하던 행동들을 하게 되고, 남녀가 만난다는 것은 다른 것들은 소홀히 하게 되고 둘 사이의 일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되어 버립니다.
요즘은 일찍 이성 친구를 사귀는 게 대세라지만,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도 되고 중요한 시점에 절제되지 않은 행동들에 화가 나기도 합니다. 그렇다고 화난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지는 않고 지켜보며, "스스로의 삶이니 네가 바카라임져야 할 부분은 네 스스로 증명해 달라"라고 신신당부를 합니다.
하지만 몸은 어른이지만 생각은 아직 미숙하기에, 지금 시점에 무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지 스스로 자제력을 잃어가는 것 같습니다. 새벽까지 SNS를 하며 학교 야간 학습에 무단으로 미참석하고, 자신이 해야 할 일들에 집중력을 잃어갑니다.
그것을 보는 부모 입장에서는 걱정스러운 눈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심적으로는 '우리가 걱정한다고 풀릴 문제는 아니다'라며 아들의 행동을 너무 제지하지는 않습니다. 여자친구가 생기면 벌어질 수밖에 없는 일이기에 한편으로는 그러려니 하지만, 스스로 지켜야 할 고등학생 신분으로서의 약속을 어길 때는 화가 납니다.
며칠 전 학교 야간 학습을 몰래 빠지다가 학교에서 온 미참석 통지 문자를 받고, 아들에게 따끔하게 문자로 조언을 남깁니다.
"자신을 증명하는 것은 성적만이 아니라 너의 태도와 마음가짐이다. 벌써부터 여자 친구 때문에 야간 학습을 무단으로 빠지는 행동은 너 스스로의 약속을 어기는 거야. 네가 여자 친구를 사귈 때 아빠에게 한 약속도 '너를 증명하겠다'는 말이었는데, 벌써부터 고등학생 신분에서 지킬 것을 안 지키는 태도와 마음가짐은 네 스스로 네 약속을 어기는 것이야.
아빠는 네가 스스로 중심을 잡았으면 한다.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흔들릴 수 있다고 생각해. 친구든 여자친구든 그 누구보다 너를 아끼고, 네가 흔들릴 때 손 잡아줄 수 있는 사람은 부모일 거다. 쓴소리는 듣고 싶지 않지, 누구나. 하지만 지금 진짜 너에게 필요한 것은 그런 쓴소리일 수도 있어.
달콤하고 있어 보이고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악마의 유혹일 거야. 힘들고 지쳐도 스스로 해나가며 그 과정을 겪어 나가는 게 너의 진짜 근육을 만드는 것일 거야.
넌 지금 고등학생이고, 경제적 자유를 이루지 못한 학생 신분이야. 성인이 아니라고. 고등학생 때는 네가 해야 할 역할을 해 나갔으면 해. 권리만 말하지 말고, 네가 지켜야 할 기본적인 태도를 실천해 나갔으면 해. 만약 기본을 지키지 않는 태도로 살아가려 한다면, 네 인생 진로를 다시 스스로 점검해 봐야 할 듯해.
삶은 누구와의 비교가 아닌 너 스스로의 싸움이야. 누구와 비교한다고 달라지지도 않고, 누구를 탓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어. 네가 고등학생으로서 지켜야 할 약속도 못 지키면서 너의 미래를 장밋빛으로만 그리지 않았으면 한다.
한번 지켜야 할 약속들이 어긋나기 시작하면 그게 습관이 되고, 너의 삶을 흔들어 놓을 거야. 다시 제자리로 돌아가고 싶어도 너무 힘든 시간이 반복될 거야.
그리고 약속을 어긴 것에 대해서는, 적어도 걱정하는 부모님께 미안해하고 사과하는 것은 기본예절이니 지켜주었으면 한다. 아빠 엄마가 나이가 들어가고 언젠가는 네 곁을 떠나는 존재이지만, 살아 있는 동안은 누구보다 너를 사랑한다. 네가 지금까지 어리지만 현명하게 살아왔던 것처럼, 스스로 절제하며 학생다운 모습으로 되돌아왔으면 한다.
너를 증명하는 것은 단지 점수가 아니라 너의 태도와 마음가짐이라는 것을 꼭 기억했으면 한다. 아들아, 꼭 기억해 줘라. 너의 미래는 너의 여자친구도 너의 친구도 아닌, 너의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그것을 얼마나 인내하고 절제하며 지속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을.
네가 지금 무엇을 해야 하는지, 절실히 해나가야 할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행동하다 보면 우선순위가 정리되고, 삶에서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될 거야. 네가 중심을 잡고 너의 미래를 다시 고민해 봤으면 좋겠다. 시간은 되돌릴 수도 없고 되돌아오지도 않는다는 것을 명심해라.
시간을 너의 가치로 만들어 가고, 너의 미래를 의미 있게 조각해 나가라. 그 시작은 지금 여기서의 너의 태도와 마음가짐, 그리고 실천이다."
아들은 답장을 줍니다. "알았어."
그래도 마땅치 않지만, 짧은 답장이라도 준 게 어디인가 싶어 스스로 위로합니다. 이런 문자를 보내고 한편으로는 아버지의 욕심이 듬뿍 담긴 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이건 아들만의 문제가 아니라 회사에서도 후배들에게 해 주고 싶은 이야기들입니다.
남을 탓하기 전에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시간은, 아들과 온라인 게임인들, 그리고 저까지 포함한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