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라는 섬에서 다시 태어나는 과정, 그리고 그 속에 외계인 친구의 조우
오랜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보고 싶었지만 좀처럼 시간을 내지 못했던 영화였다. 극장으로 향하는 길에 예전에 보았던 《그래비티》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우주 한가운데 홀로 표류하는 여성의 감정을 담아낸 그 영화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가를 다시금 생각하게 해 주었다. 우주로 가기 전 무료한 나날을 보내며 스스로 죽음까지 생각했던 주인공 산드라 블록이, 동료들을 잃고 홀로 살아남아 지구로 돌아오기 위해 사투를 벌이는 장면들은 아름답고도 고귀하게 느껴졌다. 깊은 사색을 하게 만드는 영화였다.
《프로젝트 헤일메리》 역시 《그래비티》처럼 무언가 머리를 탁 치는 영화일 것 같았다.
이 영화는 우주에서의 외계인과의 조우를 그리며, 삶의 의미와 소중한 것들이 무엇인지를 묻는다. 또한 정의란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만드는 장면들도 인상적이었다.
'헤일 메리(Hail Mary)'란 성공 확률은 낮지만 기적을 바라며 마지막으로 던지는 승부수를 뜻한다. 미식축구 경기 종료 직전, 패배를 뒤집기 위해 아주 멀리 던지는 도박성 롱패스에서 비롯된 말이다.
주인공 그레이스는 생물과학자이자 중학교 과학교사다. 미혼으로 혼자 살아가던 그는, 자신의 박사 논문을 보고 찾아온 정부 고위 관계자로부터 거대한 프로젝트에 합류할 기회를 얻는다. 그 프로젝트의 이름이 바로 '헤일 메리'다.
태양의 밝기가 급격히 감소하면서 지구에 빙하기가 찾아오고, 인류 멸망이 가시화된다. 원인은 태양 에너지를 먹고 증식하는 외계 미생물이었다. 헤일 메리 프로젝트는 이 미생물에 감염되지 않은 인근 항성계 '타우 세티(Tau Ceti)'로 편도 탐사선을 보내 해결바카라을 찾으려는 계획이다.
그레이스에게는 단 세 시간만이 주어진다. 지구로 돌아올 수 없는 여행을 떠날 것인지 결정할 시간이다. 그는 가고 싶지 않았지만, 결국 국가의 강제에 의해 우주로 보내진다.
그 순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이 떠오른다. 개인의 생명에 대한 선택권이 거대한 권력에 의해 짓밟히는 장면이다. 지구의 미래와 인류 전체를 위해 한 사람의 희생을 당연한 듯 받아들이는 시선이 불편하게 다가온다.
긴 동면에서 깨어나 보니 동료들은 이미 죽어 있고, 그레이스는 홀로 우주선에 남아 연구를 이어간다. 그러던 중 뜻밖의 존재를 만난다. 같은 위기를 겪고 있는 에리드 행성의 외계인 로키다. 그 역시 자신의 행성을 구하기 위해 홀로 우주로 날아온 존재였다.
살아온 환경은 전혀 다르지만, 느끼는 감정은 놀랍도록 닮아 있었다. 처음의 낯섦은 서서히 사라지고, 어느새 둘은 진정한 버디가 되어 있다. 폐쇄적이고 고독했던 공간이 따뜻하고 충만한 곳으로 변해간다.
혼자서는 불가능한 일들을 함께 헤쳐나가며, 두 사람은 마침내 원인을 밝혀낸다. 어떤 미생물이 태양 에너지를 흡수하는 물질을 먹어치우며, 결과적으로 태양의 빛을 지켜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레이스는 그 미생물 샘플을 지구로 보내는 데 성공한다. 그리고 돌아올 수 없는 지구 대신, 자신을 진심으로 아껴준 로키의 행성으로 동행하는 길을 선택한다. 그곳에서 외계인 아이들을 가르치며 새로운 삶을 시작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조용히 막을 내린다.
이 영화에서 외계인은 싸워야 할 미지의 존재가 아니다. 감정이 있고 소통하며, 겉모습은 다르지만 느끼고 공감하는 방식은 인간과 다르지 않다. 우주에는 인간만이 아닌 다양한 생명체가 저마다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음을 이 영화는 담담하게 보여준다.
러닝타임은 2시간 30분으로, 초반부 설명이 다소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다. 그러나 그레이스와 로키가 교감을 나누는 장면에 이르면 어느새 그 지루함을 잊고 깊이 몰입하게 된다.
막막한 우주 한가운데서의 외로움은 그 자체로 극한의 고통일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가능성이 희박한 싸움을 함께할 동반자가 곁에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일이 아닐까.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잔잔하지만 인간의 본성을 극한 상황 속에서 아름답게 그려낸다. 따뜻한 해피엔딩도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가슴에 스며든다.
그럼에도 영화관을 나오며 더 오래 남는 것은 《그래비티》였다. 외로움의 극치는 그 영화가 단연 최고였고, 절망 속에서도 살아 있다는 것이 왜 소중한지를 온몸으로 느끼게 해 주었다.
《그래비티》가 삶에 대한 철학적 질문을 던진다면, 《프로젝트 헤일메리》는 낯선 존재와의 우정과 서로의 희생을 감싸안는 따뜻한 감동을 선사한다.
우리의 삶은 도박이 될 수 없다.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승산 없는 승부를 강요할 수는 없다. 아마도 이 영화는 그러한 극단적인 선택과 감정을 우주라는 공간과 절박한 상황 속에 밀어 넣음으로써, 우리가 평소에 쉽게 마주하지 못하는 질문들을 던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라, 바카라을 먼저 읽은 분이라면 더욱 깊이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자극적이지 않고 처음에는 다소 밍밍한 느낌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보다 보면 어느새 괜찮다는 생각이 든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그래비티》를 함께 보면, 우주의 고독 속에서 살아 있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훨씬 깊이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두 영화를 나란히 보고 비교해 보길 권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 나오는 'sign of the times_ Harry Styles' ost를 들으면 감동이 배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