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의 자만과 지금이라는 유일한 생명
1. 죽음을 다 안다는 듯 말하는 슬롯
매일 접하는 뉴스는 사고와 사건으로 가득하다. 언론은 수많은 이의 죽음을 전하고, 의사는 환자의 숨이 거두어지는 순간 무덤덤하게 "운명하셨습니다"라며 사망을 선고한다. 그러나 이 충격적일 만큼 자연스러운 묘사 속에는 거대한 언어적 자만이 숨어 있다. 의사가 확인한 것은 환자의 생물학적 삶의 현상이 멈추었다는 사실뿐이다. 인간은 죽음 이후의 상태나 그 의미를 전혀 알지 못한다. 그럼에도 우리는 완전히 알지 못하는 영역에 대해 마치 이미 잘 알고 있다는 듯 죽었다는 단어를 무감각하게 사용한다.
뇌과학은 의식의 종료를 말하지만, 이 역시 삶의 그침을 가리킬 뿐, 죽음 이후의 세계를 설명하진 못한다. 윤회, 우주의식으로의 통합, 천국과 극락에 대한 이야기 역시 살아있는 자가 직접 경험하여 검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인간은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는 경험할 수 있어도, 삶이 종료된 직후 "내가 죽었다"라는 사실을 인식할 수 없는 한계적 구조를 지닌다. 만약 누군가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다면, 그는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2. 물질과 의식, 그리고 순환하는 우주
반면, 우리는 삶의 시작과 끝에 위치한 물질적 진실에 대해서는 매우 명확히 알고 있다. 하나의 정자와 하나의 난자가 만나는 그 순간이 인간의 진짜 생일이다. 부모의 몸속에서 콜레스테롤을 기반으로 태어난 단 두 개의 세포, 그리고 그 핵 속에 담긴 30억 쌍의 유전 정보가 복제되고 분화하며 지금의 우리가 되어가고 있다. 죽음 이후 역시 명확하다. 신체는 땅속에서 미생물에 의해 기본 원소로 분해되어 또 다른 우주 만물을 구성하는 재료로 돌아간다. 의식 또한 이 물질적 맥락과 궤를 같이한다. 수태의 순간 싹튼 두 세포의 미세한 세포 의식은 개체가 성장함에 따라 확장되고, 삶이 끝나는 순간 조용히 사라진다. 마치 비가 내리는 동안 먹구름이 짙게 끼어 있다가, 해가 뜨면 구름 자체가 흔적 없이 소멸하는 것과 같다.
이 관점에서 보면 의식이란 특별하고 거창한 무엇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 작동하는 30조 개 세포가 빚어내는 연합 의식이다. 이러한 의식은 인간뿐만 아니라 침팬지, 개, 식물, 심지어 단세포 생물에도 저마다의 형태로 존재한다. 물질 우주가 정확히 어떤 이유로 시작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빅뱅이나 블록우주론도 현대 과학의 한계에서 나타난 추정일 뿐이다. 중요한 사실은, 어떤 방식으로든 출현한 물질 우주가 존재하고 있는 동안 '자신을 인식하는 의식 현상'을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다. 복잡한 사후세계나 의식에 대한 거창한 추론들은 사실 물질 우주가 순환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뿐이다.
3. 우리는 죽음이 아니라 삶을 모른다
사람들이 죽음에 대해 놀라지 않고 무덤덤하게 보도할 수 있는 이유는 역설적이게도 죽음의 본질을 암묵적으로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죽음이란 그저 '삶의 정지 상태',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진짜 문제는 죽음이 아니라 '삶'에 있다. 우리는 죽음보다 오히려 삶이 무엇인지 잘 모른다. 어디까지가 진정 살아있는 상태인지조차 혼란스러워한다. 원래 삶이란 오직 '지금 이 순간'에만 존재한다. 그러나 인간은 어두운 뇌 속에서 과거를 반추하고 미래를 미리 보기(preview) 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쏟는다. 지나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엄밀히 말해 '지금의 삶'이 아니다. 환상에 불과한 시공간을 오가느라 정작 지금 살아있다는 진짜 감각을 놓쳐버리는 것이다.
4. 삶의 실시간 구현
죽음은 거대한 미지가 아니라 단지 현상의 멈춤이며, 물질이 우주의 원래 흐름으로 돌아가는 담담한 순환이다. 모든 주장은 인간이 뭔가 대단하고 거창하다는 주관적인 관점에서 나온다. 알 수 없는 사후세계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이나 관념적인 억측을 내려놓을 때, 비로소 우리의 시선은 진짜 알아야 할 단 하나의 대상을 향하게 된다. 시끄러운 뇌가 만들어내는 과거와 미래의 환영에서 벗어나, 내 몸 속의 30조 개의 세포가 지금 이 순간 우주를 인식하고 있는 생생한 기적을 매순간 느낄 필요가 있다. 오직 '지금'에만 존재하는 진짜 삶을 온전히 감각하는 것, 그것이 죽음이라는 현상 앞에 서 있는 살아있는 자들의 유일한 과제이다.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