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위의 삶,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최선을 다하는 철학
노자의 <도덕경>에서 말하는 무위(無爲)는 흔히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으로 오해되기도 한다. 그러나 노자가 말한 무위는 게으름도 방관도 아니다. 그것은 억지로 하지 않는 것이며,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는 삶의 태도이다. 인간의 욕망과 집착이 만들어내는 불필요한 개입을 줄이고, 사물의 이치에 따라 행동하는 태도가 바로 무위이다.
노자의 무위 개념은 라인홀트 니버(Reinhold Niebuhr)의 평온을 구하는 기도(Serenity Prayer)와 거의 같은 구조를 가지고 있다. 니버는 인간의 선의만으로는 정의로운 슬롯가 이루어질 수 없다고 보았으며, 인간의 한계와 죄성을 인정하면서도 슬롯적 바카라임을 다해야 한다는 기독교 현실주의(Christian Realism)를 발전시킨 인물이다. 니버의 기도는 다음과 같다: "하나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평온을 주시고, 바꿀 수 있는 것은 바꾸는 용기를 주시며, 그 둘을 구별하는 지혜를 주소서." 흥미로운 점은 노자와 니버가 전혀 다른 시대와 문화권에 살았음에도 인간의 삶을 바라보는 구조가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다는 것이다. 또한 이는 스토아 철학이 강조한 통제 가능한 것과 불가능한 것의 구분과도 비슷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노자의 무위를 조금 다른 의미로 확장해서 이해할 수 있다. 인간은 3차원 시공간에 갇힌 조건적인 존재다. 따라서 인간에게는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할 수 없는 일이 있다. 무위(無爲)란 내가 할 수 없는 것에 마음과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는 것이며, 위(爲)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온 힘을 다하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삶은 두 영역으로 나뉜다.
하나는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다.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 아직 오지 않은 미래, 타인의 생각과 감정, 세상의 모든 일에 대한 결과는 지금 내 의지로 바꿀 수 없다. 후회한다고 과거가 달라지지 않고, 걱정한다고 미래가 앞당겨지지도 않는다. 타인을 강제로 변화시킬 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무위의 대상이다. 무위란 그것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받아들임은 체념이 아니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진정한 용기이다.
다른 하나는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 오늘의 행동, 내 마음가짐, 나의 노력은 여전히 나의 몫이다. 여기가 바로 위(爲)의 영역이다. 현재만이 인간이 실제로 행동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다. 과거는 기억 속에 존재하고 미래는 상상 속에 존재하지만, 행동은 오직 현재에서만 가능하다.
그래서 무위와 위는 서로 반대가 아니다. 무위는 해야 하지 않을 것을 아는 지혜이고, 위는 해야 할 것을 끝까지 실천하는 용기이다. 사람들은 흔히 결과에 집착한다. 성공을 원하고 실패를 두려워한다. 질병이 나을지 걱정한다. 그러나 결과는 언제나 현재의 바깥에 있다. 결과를 지금 손으로 만질 수 없다. 또한 결과는 수많은 조건이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지 개인의 의지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결과를 붙잡으려 할수록 현재를 놓치게 되는 역설에 처하게 된다.
반대로 현재에 충실한 사람은 결과를 통제하려 하지 않는다. 그는 결과를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결과에 이르는 가장 올바른 길이 현재의 행동임을 안다. 씨앗을 심는 사람은 꽃을 억지로 피우지 않는다. 시간을 빨리 감아 피울 수도 없다. 그는 물을 주고 햇빛을 받게 하며 기다린다. 꽃은 그의 의지가 아니라 자연의 질서 속에서 핀다. 이것이 무위이면서 동시에 가장 적극적인 위이다. 이러한 삶은 인간을 무수한 불안으로부터 자유롭게 한다. 과거에 머무는 사람은 후회 속에 살고, 미래에 머무는 사람은 불안 속에 산다. 그러나 현재에 머무는 사람은 행동 속에 산다. 행동하는 사람에게는 후회도 걱정도 줄어든다. 지금 할 수 있는 일을 다했기 때문이다.
무위의 삶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하지 않아야 할 것을 분별하고, 해야 할 것에 온전히 자신을 바치는 삶이다. 지나간 것은 흘려보내고, 오지 않은 것은 맡겨두며, 지금 이 순간만은 결코 놓치지 않는 삶이다. 노자는 물을 가장 높은 덕의 비유로 삼았다. 물은 흐를 수 없는 곳에서는 억지로 흐르려 하지 않고, 흐를 수 있는 곳에서는 멈추지 않는다. 바위를 밀어내려 하지 않지만, 오랜 시간 끝에 바위를 깎아낸다. 그것이 무위의 힘이다.
우리의 삶도 그러해야 한다. 바꿀 수 없는 것에는 평온함을 가지고, 바꿀 수 있는 것에는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과거는 무위로 보내고, 미래는 무위로 기다리며, 현재에는 온전한 위를 다하는 것이다. 무위의 삶이란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삶이 아니라, 오직 지금 해야 할 일만을 하는 삶의 자세이다. 그리고 그런 삶은 가장 단순하면서도 가장 깊은 자유를 우리에게 선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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