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구멍이 많습니다

by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 아빠 양원주입니다.


허경영 씨는 202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출마하면서 후보 등록 서류 봉투에 이런 문구를 적었습니다.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이 많다는 내용이었죠. 그의 신뢰도와는 별개로 사실 이 말이 틀렸다고 단호하게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그런 사례들이 너무 잦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행정력의 부재와 제도의 허점을 이용한 경우도 제법 있어서 나라의 곳간에는 늘 구멍이 있고 그곳을 통해 돈은 줄줄 샙니다.


실업급여를 부정으로 받는 사람, 국민연금을 조금만 내고 엄청나게 많이 받아 가는 사람, 빚을 탕감해 줬더니 돈을 숨겨놨던 사람이 있습니다. 받아야 할 돈을 제대로 받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세금을 걷는 쪽에서도 구멍이 확인됐습니다. 하나씩 살펴보겠습니다.


1. 실업급여, 332억 원이 샜습니다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은 2만 5천여 건, 332억 원으로 역대 최대였습니다. 정부는 단속이 강화돼 적발이 늘어난 영향도 있다고 설명합니다.

대표적인 수법은 스스로 그만두고도 해고된 듯이 꾸미는 방식입니다. 노동부 기획조사에서 2022년부터 2025년까지 이렇게 받은 사람이 412명, 31억 원으로 확인됐습니다.




2. 국민연금, 한 달 가입하고 평생 연금?

추납은 내지 못한 보험료를 최대 119개월 치까지 나중에 낼 수 있게 한 제도입니다. 연금을 받으려면 최소 10년을 가입해야 합니다.

국내 가입 기간이 한 달뿐인 외국인이 60세가 되자 119개월 치를 한꺼번에 내고 10년을 채워 매달 노령연금을 받는 사례가 있었습니다. 실제 거주 기간은 짧은데 평생 연금을 받으니 제도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추납으로 연금을 받는 외국인은 올해 6월 기준 2,250명으로 2016년 27명의 83배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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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빚 탕감, 갚을 돈을 숨겼다는 의심

회생은 빚을 갚기 어려운 사람이 일부만 갚고 나머지는 면제받는 제도입니다. 어려운 분들의 재기를 돕는 좋은 제도인데 이 제도를 악용했다는 의심을 받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검찰은 한 병원 운영자가 약 11억 5천만 원을 빌린 뒤 갚지 않다가 채권자가 강제집행에 나서자 2022년 회생을 신청했다고 봅니다. 원금과 이자의 45%를 면제받고 나머지를 2032년까지 나눠 갚겠다는 계획이었지만, 가족 계좌로 수익금을 옮기는 등 9억 8천만 원 상당의 재산을 숨겼다는 판단입니다.




4. 건강보험, 못 걷은 돈이 2조 6천억 원

병원은 원칙적으로 의사만, 약국은 약사만 열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의사나 약사가 아닌 사람이 돈을 대고 실제 운영까지 맡으면서 의사나 약사의 면허만 빌려 병원이나 약국을 차리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런 곳은 법으로 허용되지 않아서 건강보험공단이 이미 지급한 진료비와 약값을 되돌려 받아야 합니다.

올해 6월 말 기준 적발된 기관은 1,822곳이고 환수가 결정된 금액은 누적 2조 9천억 원입니다. 그런데 실제로 걷은 돈은 2,600억 원 남짓으로 9%에 그칩니다. 환수 대상자의 70% 이상이 재산이 없고 수사가 길어지는 사이 재산이 숨겨지기 때문이라고 공단은 설명합니다.




5. 국세청이 걷지 않고 지워 버린 세금

이번에는 세금을 걷는 쪽입니다. 올해 1월 감사원은 국세청이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1조 4,268억 원의 국세 채권을 위법하게 없앴다고 발표했습니다.

2020년 누적 체납액이 122조 원으로 집계되자 국세청은 이를 100조 원 아래로 줄이려 했습니다. 지방청마다 20% 감축 목표를 내렸고 체납액을 줄인 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주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소멸시효가 시작되는 날짜를 규정과 다르게 앞당겨 적용하는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멸시효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받을 권리가 사라지는 제도입니다. 이렇게 고액 체납자 1,066명의 7,222억 원이 소멸 처리됐고 특별관리 대상 289명도 포함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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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이런 와중에 한쪽에서는 임대료를 못 내서 퇴거를 걱정하는 아이들도 보입니다.

국정감사 자료로 공개된 LH 전세임대 현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올해 8월 기준 소년소녀가구 5,197가구 중 2,378가구가 임대료를 석 달 이상 내지 못했습니다. 비율로는 약 46%이고 2022년 31%에서 크게 늘었습니다.

체납이 석 달을 넘으면 해지 안내와 소송으로 이어져 재계약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LH는 일부 가구에 임대료와 관리비를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하지만 자료를 공개한 의원은 단순한 독촉은 행정 편의적 대응이라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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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구들의 체납액은 모두 합쳐 약 24억 원입니다. 성격이 다른 돈이라 단순 비교는 조심스럽지만 지난해 실업급여 부정수급액 332억 원의 14분의 1이고 건강보험에서 걷지 못한 2조 6천억 원의 1,100분의 1 수준입니다. 아이들을 키우는 아빠로서 이 숫자가 더 마음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써야 할 곳과 아껴야 할 곳을 아는 일은 재정을 담당하는 사람들이 가장 기본으로 갖춰야 할 덕목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정리해 보니 이 원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사실 의문입니다.


그래도 구멍을 막으려는 움직임도 있다는 점은 다행입니다. 보조금에서도 지난해 부정수급이 14만 건 넘게 적발돼 1,296억 원의 환수가 결정됐습니다. 정부는 이런 부정수급자에게 추가로 물리는 제재부가금을 최대 5배에서 8배로 높이는 방안을 추진합니다. 건강보험공단은 직접 수사권을 가진 특별사법경찰을 도입해 수사 기간을 3개월 이내로 줄이면 연간 최대 1,798억 원을 아낄 수 있다고 추산합니다.


이런 구멍들이 조금씩 줄어든 슬롯가 되어야 결국 제대로 된 슬롯안전망을 갖추고 재정이 튼튼한 나라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개인의 살림도 마찬가지입니다. 돈을 잘 버는 것도 좋지만 새는 돈을 잘 막는 일도 중요합니다. 나라 살림도 다르지 않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 줄 요약 : 새는 곳은 막고 필요한 곳은 채우는 재정이 튼튼한 나라를 만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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