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첨단기술을 이끌어가는 빅테크가 몰려있는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두 소식이 비슷한 시기에 들려왔습니다. 하나는 미국 최대 학군인 뉴욕시가 유아부터 중학생까지 약 60만 명, 전체 공립학생의 3분의 2에게 교실 안 생성형 AI 사용을 1년간 금지한다는 발표입니다. 3~5학년은 하루 30분, 6~8학년은 45분으로 화면 보는 시간까지 상한선을 그어 버렸죠.
또 하나는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가 청소년 SNS 중독 소송을 마무리하며 최대 180억 달러, 우리 돈 약 25조 원을 내놓기로 합의했다는 소식입니다. 애초 기대만큼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빅테크 기업이 법적 바카라임은 인정하지 않은 채 25조 원을 물어주며 한발 물러선 역사적인 사건이죠.
두 소식은 결이 닮았습니다. 뉴욕시 맘다니 시장은 "기술업계는 AI 조기 교육이 불가피하고 필수라 믿기를 바라지만 우리는 그렇게 보지 않는다"라고 했고, 교육감은 아이들의 비판적 사고력을 되살리기 위한 조치라 설명했습니다. 메타는 18세 미만의 하루 이용 시간을 2시간으로 묶고, 자정부터 새벽까지 접속을 막으며, 끝없이 콘텐츠를 밀어 넣던 AI 추천 알고리즘도 청소년에게는 끄기로 했습니다. 그동안 유해성을 부정하던 업계가 처음으로 사실상 잘못을 인정한 셈이죠. 노르웨이와 이탈리아도 비슷한 빗장을 걸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자연스레 떠오르는 질문은 한 가지입니다. 인터넷과 AI가 정말 우리를 더 지혜롭고 풍요롭게 해주고 있느냐죠. 혹시 우리를 편하게 만드는 대신 스스로 생각하지 않도록 길들이고 있지는 않은지 고민해 봐야 합니다.
이는 결코 근거 없는 걱정이 아닙니다. MIT 미디어랩은 대학생 54명에게 뇌파 측정기를 씌우고 에세이를 쓰게 했습니다. ChatGPT에 맡긴 그룹은 뇌 활동이 가장 낮았고, 방금 자신이 쓴 글조차 제대로 인용한 사람이 열에 한둘뿐이었습니다. 더 뼈아픈 점은, AI에 기댄 뒤 혼자 힘으로 써 보라 했을 때조차 뇌 활동이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연구진은 편리함의 대가로 '인지적 부채'가 쌓인다고 경고했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을 쓴 니콜라스 카도 인터넷이 집중력과 기억력, 사색하는 힘을 갉아먹는다고 오래전 짚었습니다. 하루 7시간 넘게 스마트폰을 쥔 10대 상당수가 자기 집 전화번호조차 떠올리지 못한다는 '디지털 치매' 보고도 있습니다.
손쉬운 AI에 익숙해진 어른도 예외가 아닙니다.
마이크로소프트와 카네기멜런대 연구진이 AI를 주 1회 이상 쓰는 지식근로자 319명을 조사해 보니, AI를 신뢰할수록 혼자 힘으로 따져 보려는 노력은 오히려 줄었습니다. 연구진은 사람의 역할이 직접 문제를 푸는 '수행자'에서 AI가 내놓은 답을 훑어보는 '감독자'로 옮겨 간다고 표현했죠. 감독만 오래 하다 보면 정작 스스로 풀어내는 능력은 점점 무뎌집니다.
저희 아이들도 요즘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막히는 문제가 생기면 고민하기 전에 손가락부터 검색창으로 향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궁금증에 대한 답은 빨리 얻지만 그 답이 왜 맞는지 되묻는 일도 줄어들었죠. 저 역시 궁금하면 곧장 검색하고 요약을 받아보는 경우가 많으니 부모라고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편리함이 사고의 근육을 조용히 무디게 만드는 듯합니다.
기술을 무조건 멀리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답을 대신 내주는 도구가 아이 곁에 놓이기 전에, 스스로 헤매고 틀리고 다시 생각하는 시간이 먼저 채워져야 한다고 믿습니다. 한 권의 바카라을 끝까지 붙드는 독서의 힘, 답이 보이지 않는 문제 앞에서 버티는 힘이 그래서 더 귀해집니다. 불편함을 견디는 그 시간이야말로 지혜를 진짜 풍요롭게 만드는 자양분이니까요.
인지신경과학자 매리언 울프는 『다시, 바카라으로』에서 인류는 바카라을 읽도록 태어나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독서는 뇌가 스스로를 새로 짜며 익혀 낸 후천적 능력이라는 뜻이죠. 화면을 훑는 읽기에 길들면 줄거리도 논리의 뼈대도 손에 잡히지 않지만, 한 권을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가는 '깊이 읽기'는 남의 마음에 들어가 보고, 앞뒤를 견주어 따지고, 스스로 추론하는 힘을 길러 줍니다. AI가 대신해 주지도 못하며 그동안 슬그머니 앗아 가던 바로 그 능력이죠. 더 반가운 사실은 뇌가 평생 바뀔 수 있다는 점입니다. 무뎌진 사고의 근육도 매일 조금씩 바카라장을 넘기는 사이 다시 단단해집니다.
뉴욕시가 아이들에게 돌려주려는 1년도 결국 이 시간을 되찾아 주려는 조치가 아닐까요? 오늘 저는 아이에게 답을 검색해 주는 횟수를 줄이며 바카라을 한 권이라도 더 펼쳐 보려 합니다. 우리 집 거실에서 시작할 수 있는 가장 오래됐지만 가장 확실한 처방일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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