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니까 반도체가 부족하지"라는 말의 무게

by페르세우스

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요즘 우연히 3D 시뮬레이션 쇼츠를 보게 되었습니다. 참고로 저는 숏폼 동영상을 경계하는 사람인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습니다.


사람 몸속이나 기계 내부를 반으로 잘라서 보여주는, 이른바 컷어웨이(cutaway) 방식의 짧은 세로 영상이었습니다. 자동차 엔진이 어떻게 연료를 터뜨려 바퀴를 굴리는지, 심장이 어떻게 피를 밀어내는지가 눈앞에서 척척 펼쳐졌습니다. 짧다고 얕보았다가 퀄리티에 깜짝 놀랐습니다.


평소 정말 궁금했지만 직접 안으로 들어가 볼 수 없던 원리들을 단 몇 초 만에 보여주니 내용이 단번에 와닿더군요. 백 번 설명을 듣고 글로만 봐서 아리송하던 내용들이었기에 교육적으로도 큰 도움이 되는 듯했습니다. 다만 숏폼 동영상의 특성상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점은 아쉽더군요.

https://www.youtube.com/shorts/N7s3UmtKSmI




3D AI 영상은 국민게임이었던 스타크래프트를 실사 영화처럼 만들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쓰려다가 우연히 알게 되었는데 개인 채널에서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정말 놀라운 수준의 퀄리티였죠.

https://www.youtube.com/watch?v=vFs0J_MFD_g




심지어는 빅뱅의 곡을 7080 트로트풍으로 바꾼 패러디 영상까지 보았습니다. AI로 합성했다고 대놓고 표시해 둔 영상이었는데도 완성도가 상당했습니다. 저는 이 순간 생성형 AI가 단순한 정보 검색 도구를 넘어, 교육과 놀이 문화의 영역까지 성큼 들어왔음을 실감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wD9nunl0nKY




이 음악을 들으시고 원곡이 어떠했는지 가물가물해지셨을 듯해서 원본도 올려드립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EQsYfiPR9uM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7080 버전은 더 기가 막힙니다. 헛웃음에서 나중에는 빵 터집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x_lHJE2s_o




그런데 그 패러디 영상에 달린 댓글 하나가 유독 와닿았습니다. "이러니까 반도체가 부족하지"라는 말이었습니다. AI를 이용해서 만든 위와 같은 영상들이 쏟아지는 상황을 짚은 한 마디였는데 곰곰이 따져 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이런 영상 한 편을 만들려면 고성능 GPU가 데이터센터에서 쉼 없이 돌아가야 하고, 그만큼 어마어마한 메모리와 저장 공간이 뒤에서 받쳐 주어야 하니까요.


숫자를 찾아보니 짐작보다 규모가 훨씬 컸습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데이터센터와 AI, 가상화폐가 쓰는 전기가 2026년에 1000 테라와트시를 넘어 2022년의 두 배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전체 전력에서 데이터센터가 차지하는 몫도 2022년 2.1퍼센트에서 2030년 10퍼센트 안팎까지 늘어난다고 합니다. 데이터센터 한 곳이 도시 하나만큼 전기를 삼키는 셈입니다.


거기에 현재는 업계 추정치지만 전 세계 유·무료 사용자가 하루 1,600만 개의 AI 영상을 생성한다고 하더군요. 이는 스마트폰 10만 대 분량의 초고속 메모리(1.6PB)와 아파트 5,000세대의 전력(20MW)을 소비하는 축구장 1개 면적(약 2,000평) 규모의 전용 데이터센터 1동에 맞먹는 규모입니다. 영상 수요가 계속 불어나는 만큼, 이런 데이터센터도 쉼 없이 늘어나야 한다는 뜻입니다.




그 거대한 창고를 채우는 핵심이 바로 우리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만드는 메모리입니다. AI 서버에 들어가는 고대역폭메모리(HBM)는 일반 D램보다 대여섯 배나 비싼데도 없어서 못 파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냈고, 두 회사 모두 올해 역대급 투자를 예고했습니다. 이 순간에도 헤아릴 수 없는 데이터가 세계 곳곳에 쌓이고 있으니 결국 두 회사는 당분간 끄떡없겠다 싶었습니다.




다만 마음 한구석이 마냥 편하지는 않습니다. 이 놀라운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데이터센터가 필요한지 돌아볼 수 있게 되어서입니다. 거기에 신기하다고 지나치게 빠져들지 않도록, 무엇이 진짜이고 무엇이 꾸며낸 가짜인지 스스로 가려낼 비판적 사고를 잃지 말아야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신문의 한 칼럼도 AI가 빚어내는 착시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사람의 미디어 리터러시와 균형 잡힌 판단력이 필요하다고 짚었습니다. 실제로 요즘은 친구 대신 생성형 AI와 대화하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는 소식도 썩 반갑지 않습니다.




쌍둥이를 키우는 아빠로서 저는 이 새로움과 편리함을 반기면서도 아이들에게 화면 너머를 의심하고 질문하는 힘을 함께 길러 주어야겠다고 다짐합니다. 새로운 기술의 신기함에 감탄은 하되 그 감탄이 어디에서 오고 무엇을 남기는지까지 볼 줄 아는 눈. 그 균형이야말로 AI 시대를 살아갈 우리 모두에게 가장 필요한 능력이 아닐까 합니다.


거기에 요즘 AI개발속도를 늦춰야 한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으니 생각은 점점 복잡해집니다. 이 이야기에 대해서도 조만간 정리해서 소통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일단은 잠깐이라도 웃으시게 영상을 안 보셨으면 올라가셔요.


한 줄 요약 : 퀄리티 높은 AI 영상, 세상은 더 편리해지지만 인간에게 요구되는 능력도 그만큼 많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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