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자녀교육에 진심인 쌍둥이아빠 양원주입니다.
저희 가족은 입맛이 비슷한 편이기에 식사 메뉴를 정할 때 불만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닙니다. 하지만 가끔은 선호도가 다른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아내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 중 하나가 타코인데 그 메뉴가 바로 그러합니다. 아이들이 몇 번 따라가서 먹어본 뒤로는 별로 내키지 않는다고 말을 하곤 하죠. 그럴 때면 아내는 서운함을 금치 못합니다.
이런 상황이면 결국 누가 남겠습니까.
바로 접니다.
아내는 아이들이 토요일 오후에 학원 가는 시간에 타코를 먹으러 다녀오자는 제안을 해왔죠. 꼭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는 마음이 생기지만 그 말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습니다. 제가 생명의 위협에 대한 감지능력이 뛰어나기 때문이죠. 부부 사이에서 살아남는 법은 타이밍을 아는 것도 지혜입니다
저희 동네에서 가장 유명한 타코집은 바로 아차산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멕시칼리라는 곳입니다. 참고로 서울의 3대 타코가 있는데 이곳 멕시칼리(아차산역)와 비야게레로(삼성동), 올디스타코(을지로) 이렇게라고 한다더군요.
집에서는 차로 10분 거리라 아이들이 학원으로 향하자마자 서둘러서 출발했습니다. 잽싸게 먹고 돌아오기 위해서였죠. 아내를 근처에 먼저 내려준 뒤 주차를 하고 식당으로 가려고 하는데 갑자기 아내에게서 전화가 걸려옵니다.
지~~~~ 잉 지~~~~ 잉
뭔가 느낌이 좋지 않더군요. 토요일 오후, 인기 많은 식당에 자리가 금방 생겼으니 빨리 와야 한다는 다급한 전화는 당연히 아니었을 테니까요.
전화를 받으니 뭔가 해탈한 사람같이 느껴지는 아내의 목소리가 저 멀리서 들려왔습니다.
"천천히 와. 우리 대기 68번이야"
당황스러움을 넘어 어처구니가 없었습니다.
여기가 뭐길래 음식 하나를 먹기 위해서 67팀이나 기다리고 있나 싶었죠. 1번부터 67번까지 앞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순서대로 상상해 봤습니다. 그 옆에 앉아야 한다니!!!
식당에 도착하니 기다리는 사람들로 내부 대기실은 물론 바깥까지 붐볐습니다. 이렇게까지 많을 줄은 몰랐는데 방심한 모양입니다.
결국 저희는 온라인으로 접수를 한 뒤 줄어드는 속도 추이를 살폈습니다. 저와 아내는 말없이 주식시세를 보듯 숫자만 바라봤습니다. 1분에 한 팀씩 줄어들더군요. 엄청 빠른 속도였지만 단순히 계산하면 1시간 10분은 기다려야 한다는 뜻이기도 했습니다. 아이들이 학원 끝나는 시간 전에는 돌아가서 저녁을 챙겨줘야 했기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돌아올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고서 얼마 뒤 저희는 절치부심, 와신상담하여 평일 오후 5시에 와서 기어이 이곳을 정복하고야 말았습니다. 저도 휴무일이었고 아내도 일찍 퇴근을 했는데 그 소중한 시간을 타코를 먹는 데 할애하기로 한 거죠. 평일 오후에 도착한 식당은 토요일에 봤던 전쟁터 같던 혼잡함은 온데간데없이 평화로웠습니다.
빈자리가 제법 많았고 일하시는 분들의 눈빛에도 여유가 느껴지더군요.
아이들과 함께 왔다면 골고루 주문했을 텐데 둘밖에 없었던 관계로 올 때마다 먹었던 몰카헤떼 믹스토라는 음식을 주문했습니다. 쇠고기, 돼지고기, 닭고기, 새우, 가지, 호박, 파를 돌그릇 안에 넣어 소스와 함께 나옵니다. 이 재료들을 취향껏 토르티야에 싸 먹으면 됩니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맛있기는 했습니다. 아이들을 두고 온 미안함에 타코를 몇 개 포장해 갔습니다. 가기 싫다더니 포장된 타코 앞에서는 아무 말도 없이 잘만 먹더군요 이곳에 가기 싫다고 했던 이유가 맛이 없어서가 아닌 기다리기 싫어서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되었죠.
한 맺힌 음식이 될 뻔했는데 그래도 이렇게 먹을 수 있어서 다행이었습니다. 한편으로는 블루리본 서베이에 선정되고 서울 3대 타코라는 명성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해서 먹을 정도인가 싶기도 했습니다.
어쨌든 아내가 음식을 먹은 뒤 기분이 좋아졌으니 멕시칼리는 이제부터 평일 이른 점심때나 오후에 오는 걸로 생각해 놔야겠습니다. 또다시 68번까지 기다리지 않으려면요.
※ 번역 : 맛있습니다. 드셔보세요. 대신 사람 없을 때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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