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직이란 무엇일까

by펑예

"그 사람은 그 일이 완전 천직이에요."


두 번째 가게를 열고서 나는 가족들에게 J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뜻하지 않은 단어를 입어 올렸다. 천직이라... 굉장히 문어체적인, 일상 속 대화에서 쉽게 나올 법하지 않은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천직이라니. 그런데 과연 그건 정말이었다. 내 머릿속 J에 대한 것을 연구하는 J시냅스의 결론이었다.


내가 느닷없이 천직에 대해 관심을 갖는 것은 고망이 역시 혼돈의 AI시대에서도 자기만의 천직을 찾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좋은 대학 가길, 편하고 돈 많이 버는 길을 찾길 바라지 않는다. 그저 제 아빠처럼 천직을 찾았으면 한다.


J에 대해 살펴보자면 처음엔 스시에 외골수인 사람이었다. 그러다 우리 가게를 처음 열었을 때는 생각보다 '실력파'라는 걸, 머릿속이 나와 고망이 약간 외엔 온통 스시라는 걸 알았다. 저렇게까지 해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데 그렇게 갈아 넣고 워라밸 없는 만큼 피드백이 점점 좋아졌다.


J에겐 뭐가 있나? 특유의 분석병으로 하나씩 따져보기 시작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강인한 체력

-샤이한 가운데 주목받는 건 또 좋아하는 성격

-단조로운 일을 깊이 있게 파는 걸 좋아함

-술을 좋아함

-아날로그적 감성, 낭만주의

-승부욕, 완벽주의


J의 이런 요소들이 셰프라는 옷이 딱 맞게끔 하는, 타고난 재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외부 요소, 바로 조력자다.


그는 강력한 조력자들(특히 와이프 '나'와 어머니)을 운 좋게 만나 순간순간의 위기를 모면했고, 죽을 둥 살 둥 하는 과정에서 멘탈을 놓지 않을 수 있었으며 귀인들(직원)을 영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조력자는 단골이다. 그들의 지속된 지지가 없다면 동기 부여가 됐으려나 싶기도 하다.


최근 15년 세월 연을 이어오고 있는 VVIP가 가족들을 데리고 왔다. J가 가게를 옮길 때마다 방문해주셨고 어려운 일이 생길 때 큰 도움도 주셨다. 이제는 예전처럼 많이 먹지 못해서 룸이 있는 고깃집, 한식이 더 편하다고 하셨지만 그래도 잊지 않고 우리 가게에서 이따금 가족 모임이나 회식을 하신다. 그러니까 진짜 맛있어서 오는 게 아니라 완전 의리다. 그런가 하면 어떤 손님은 우리 가게 관련 리뷰마다 적극적으로 칭찬 옹호 글을 올려주시기도 한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내부 사람 아니냐고 할 정도로.


인간의 뇌는 슬롯적 뇌라고 한다. 타고난 자질이 있더라도 이것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키게 하는 것은 주변의 인정과 지지, 지원. 천직은 이것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의미를 포함한다는 생각에 이르렀다.


테오 없는 고흐가 있을 수 있을까. 테오의 와이프인 요안나 없이 지금의 고흐는 또 있을 수 있나?(최근 요안나의 기여에 대한 칼럼을 읽었는데 실로 놀라운 여성이다. 고흐가 세상을 떠나고 얼마 후 테오는 처와 갓난 아들을 두고 형을 따른다. 집안 어른들은 고흐가 테오까지 잡아먹었다고 분노하며 그의 작품들을 다 불태우려고 했는데 요안나가 그것을 지켜냈단다. 살아있을 때도 사고 치는 아주버님 때문에 고생 많았을 텐데 결국 형을 따라가버린 남편을 보면서도 그들의 예술과 우애를 이해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 작품을 보는 눈이 상당한 미술 애호가였던 모양이다. 여하튼 그래서 우리가 오늘날 고흐의 눈부신 노란색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에 더해 천직이 빛을 발할 수 있는 것은 본인만을 위해서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무엇이 있을 때가 아닌가 싶다. 스시라는 음식에 매료되어 더 완성도를 추구하고픈 마음에 저렇게 시간을 쏟지만 하이라이트는 그것을 먹고 "맛있다", "행복해졌다"라는 반응을 만날 때다. 나 역시도 손님 뒤편에 서서, "오늘 정말 힘들었는데 숨이 탁 트인다." "이러려고 사는 것 같다"라는 반응을 나누는 걸 들을 때 마음이 짜릿해지고 벅차다. 이건 최고 매출 찍는 것보다 더한 보상이다. 이 맛에 J가 저렇게 하는구나 싶어지기도 한다.


고망이가 나뿐만이 아닌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기쁨을 알 수 있는 그런 일을 찾길 바라며 이를 위해 힘껏 돕고 싶다. 그러고 보면 나의 천직은 조력자라 해야 할까. 내 잠재력을 닫아두고 싶진 않지만 일단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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