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하면 받고 기대하면 잃는다

종교, 마음공부 그리고 선행

byNorah

인생살이가 어려워 과감히 개종을 하신 선생님이 계셨다. 몇 년 후, 선생님을 다시 만났을 때도 그 분은 달라진 게 전혀 없었다. 여전히 힘들다고 하셨고, 삶을 부정적으로만 보셨으며, 종교를 바꿔도 달라진 게 없다고 하셨다. 듣는 내내 즐겁지가 않았고 함께 할 이유가 없었다. 그 뒤로 나는 그 선생님을 찾아 뵌 적이 없다.


오랫동안 마음공부를 그렇게 했는데도 삶이 그대로라며 지친다는 사람을 보았다. 그 사람은 수학 공식은 외웠지만 응용문제를 풀지 못하는 사람처럼, 그 긴 시간을 지식을 쌓는 데만 허비한 것 같았다. 아는 것과 이해하는 것과 적용하는 것과 행하는 것을 연결 짓지 못했고, 마음 공부를 기복용으로만 이용했기 때문이다.


나는 아주 어릴 때부터 육교에 있는 거지들을 보면 주머니에 있는 돈을 다 털어주었다. 학교에서 먹을 게 생기면 다른 친구들에게 줘버리고, 밥도 늘 내가 샀다. 몇 십 년 째 봉사와 기부를 하고 있지만 생색낸 적이 없어서 모르는 사람도 많다. 그게 선행이라고 생각한 적도 없고 그냥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절에 가고, 명상을 하고, 일기를 쓰는 것도 끌리니까 하는 것일 뿐, 좋은 일이나 복에 대한 기대감으로 하지 않는다. 그런 계산적인 마음은 번뇌를 일으키기 때문이다.


사람이 배우고, 닦고, 좋은 일을 하는 이유는 삶을 바꾸기 위함이 아니라 삶을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기 위함이다. 비관론자들은 아무리 좋아 보이는 삶 속에서도 흉과 흠을 찾아낸다. 제대로 배운 사람은 삶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을 수용하고, 자신에게 행복하고 유리하게 해석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삶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보다는 마음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관찰한다. 마음이 곧 현실이 됨을 알기 때문이다.


복을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되는 모든 행위는 순수하지 못할 때가 많다. 순수하지 못한 기대가 깔려있으니 실망이 뒤따른다. 뭔가를 바라고 접근한 일이 더 틀어지고, 뭔가를 얻으려고 다가간 사람과는 더 멀어지게 되는 이유이다. 우주는 자연스러운 것에 반응한다. 억지스러움은 자연을 거슬러 역행하게 되어 힘이 들어가지만, 순수함은 모든 일을 순리대로 가볍게 흘러가도록 만든다. 순수함은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진실되게 생각하고, 솔직하게 행동하는 것이다. 사람은 순수할 때 행복해지고 순수할 때 저절로 이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