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태기가 왔을 때 루틴 관리

작가로서 한 뼘 더 자라기 위해 숨을 고르는 시간

by무하

소설을 쓰다 보면 누구나 커다란 벽 앞에 마주 선 것 같은 순간을 만납니다.

그동안 잘 굴러가던 이야기가 갑자기 한 발짝도 나아가지 않고, 내가 쓴 문장들이 모두 형편없어 보이기도 합니다. 나만 뒤처지는 것 같고 내 재능에 절망하게 되는 이 시기를 우리는 보통 '글태기(글쓰기 슬럼프)'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것은 작가라면 누구나 거쳐야 하는 필수적인 통과의례라는 점입니다.


1. 글태기는 내 글이 성장했다는 신호입니다

글태기가 찾아왔다는 건 결코 나쁜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내 글이 지금보다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되었다는 기분 좋은 신호입니다.

처음 글을 쓸 때는 내 눈에 보이지 않던 단점들이, 눈이 높아지면서 비로소 보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내 안의 안목은 이미 저만큼 성장했는데, 손이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해서 답답할 뿐입니다.


어느 작가든 글을 쓰다가 절망하고, 나 혼자만 제자리에 멈춰 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습니다. 처음부터 막힘없이 글을 쭉쭉 잘 쓰는 작가는 없습니다. 지금 글이 안 써진다고 해서 스스로를 괴롭히거나 자바카라할 필요가 전혀 없습니다. 지극히 정상적인 과정입니다.


2. 이야기가 막힌다면, 인물의 '신발'을 점검하세요

글이 나아가지 않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작가가 머릿속으로 정해둔 결론이나 사건을 향해 인물을 억지로 끌고 가려고 하기 때문입니다. 사건에만 집중하다 보면 인물이 가짜처럼 느껴지고 손이 움직이지 않게 됩니다.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보겠습니다.

주인공이 오랜 친구의 배신을 겪고 큰 충격을 받아 슬퍼해야 하는 장면이 있습니다. 그런데 막상 쓰려고 하니 한 줄도 쓰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슬퍼하는 장면'이라는 사건에만 매몰되어 있을 뿐, 정작 그 인물이 평소에 어떤 신발을 신는지, 말투는 어땠는지, 어떤 사소한 습관을 지녔는지 같은 구체적인 일상이 작가 자신에게 아직 와닿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럴 때는 억지로 스토리를 진행하지 마세요. 대신 노트북을 덮고, 그 인물이 오늘 아침에 일어나서 무엇을 먹었는지, 출근길 버스에서 어떤 표정을 지었는지 같은 아주 사소하고 일상적인 행동을 한 페이지 정도 따로 적어보세요. 인물의 구체적인 삶이 내 눈에 보이기 시작하면, 막혔던 다음 행동은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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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문학 21> 수필 등단, 2008년 불교신문 <신춘문예> 단편소설 부문 당선. 2008년 <실크로드의 왕 고선지 1, 2권>을 펴냈습니다. 현 <세종교육센터>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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