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의 야구르트 아줌마

by모리

해가 숨어버리고 바람이 매섭던 어느 겨울날의 오후,

나는 장을 봐 양손 가득 먹거리를 들고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오다가

야쿠르트 아줌마를 보았다.


그녀는 본래의 몸매를 알 수 없을 만큼 두터운 점퍼를 입고, 점퍼에 달린 모자를 쓴 채였다.

그 위로 목도리를 둘렀고, 마스크를 썼다. 두 손은 점퍼 깊숙이 찔러넣었다.

두툼한 부츠도 신고 있었다. 노출된 것이라고는 두 눈과 약간의 이마라인뿐이었다.

수많은 겨울을 밖에서 보내는 사람의 내공 같은 옷차림이었다.


그녀의 야쿠르트 카트는 그녀로부터 스무 걸음 이상 떨어진 곳에 놓여 있었다.

그녀와 한 몸인 듯한 그 카트로부터 거리를 둔 그녀는

무언가를 보고 있었다.

그녀는 마치 박물관의 명화를 보듯 그것을 집중해 바라보고 있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것을 나도 보았다.

그녀는 바랜 베이지 색 아파트 외벽에 비친 나무 그림자를 보고 있었다.

나무 그림자는 우아하게 흔들리고 있었지만

야쿠르트 아줌마는 작은 미동도 없이 집중해서 흔들리는 잎사귀의 댄스를 감상하고 있었다.

그것들은 아주 빠르지도 느리지도 않은 속도로 움직이며 콘크리트 외벽 위를 유영했다.


그녀는 그저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지 않았다.

나는 유일하게 노출된 그녀의 신체 일부인 눈을 훔쳐 보았는데

그 눈에서 빛 같은 것이 느껴졌다.

아름다운 것을 볼 때, 그 어떤 것이 내 심장을 관통하여 내가 세상과 하나로 이어지는 듯한

고통 속의 기쁨 같은 것, 그녀는 그런 것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았다.


그녀는 나무의 춤을 보았고, 나는 나무의 춤을 보는 그녀를 보았다.

몹시 추웠고, 야쿠르트 카트는 한참 멀었고,

우리는 그 순간 고요하게 하나였다.


내가 무거운 짐을 지고 그녀를 멀리 떠날 때까지

그녀는 그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날이 얼른 풀렸으면 좋겠다.



온라인카지노 서랍에 넣어두었던 글을 우연히 다시 읽어보니, 어느 겨울에 쓴 글이었습니다. 지금은 6월 중순, 매우 무덥고 습한 여름의 초입입니다. 우리의 머리는 현재보다 과거와 미래에 더 많이 머물러있지만, 시간을 건너 계절의 감각을 떠올리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겨울에 썼던 이 글이 너무나 낯설게 느껴집니다. 얼른 가버렸으면 싶은 지독한 한여름도, 손끝이 아려오는 겨울도, 정신 차려보면 저 멀리 떠나 있습니다. 날이 무덥습니다. 이 글을 봐주시는 분이 계시다면, 무더운 계절에 건강하길 바랍니다. 물론 저도, 야쿠르트 아줌마도 그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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