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의 현업의 요구사항문서

대충대충의 시대에서 진짜 요구사항을 찾아내는 미션을 받은 PM/PO

by도그냥

요즘 요청서를 받으면 먼저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이 사람, 이걸 직접 썼을까?'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생각은 할 필요가 없었어요.

이해를 돕기 위해 가상의 사례를 하나 들겠습니다. 제 업계 이야기는 아니지만, 구조는 어느 회사나 똑같습니다. 자동차 회사의 개발을 잘 모르는 마케팅 담당자가 신차 출시 이벤트를 요청했다고 해봅시다.

예전이라면 요청은 대충 이렇게 왔을 겁니다.

"신차 출시 이벤트를 하려고 하는데 담당자 지정해주세요. 고객들이 미리 신차에 대해서 알게 되고 선착순 + 추첨 식의 이벤트에 참여하게 하고 싶어요. 공유기능도 있어야 해요."


세 줄입니다. 부족하죠. 선착순 몇 명인지 없고, 추첨은 어떻게 하는지 없고, 공유는 어디로 하는지도 없습니다. 그런데 부족한 게 눈에 보입니다. 그래서 기획자는 반드시 물어보게 되고, 회의가 열리고, 그 회의에서 합의가 만들어집니다.

지금은 이렇게 오지 않습니다.


같은 요청이 2026년에 도착하면, 이렇게 생겼을 겁니다.

[요청] 신차 출시 사전 관심고객 확보 이벤트 — 요구사항 정의서 첨부 ? 신차_출시_이벤트_PRD_v1.2.docx

열어보면 막 12페이지예요. 개요가 있고, 배경 및 문제 정의가 있고, 목표 사용자가 페르소나 표로 정리되어 있습니다. 사용자 스토리는 전문적으로 쓰인 것처럼 US-01부터 US-14까지 우선순위가 매겨져 있고, KPI 표에는 숫자가 딱딱 박혀 있어요.

응모 전환율 15%. 사전 관심고객 DB 15,000건. 동시 접속 10,000명 처리.

이걸 받으면 기획자는 어떤 생각을 할까요.


아, 이거 AI로 썼구나. 미팅해서 다시 물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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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커머스에서 일하는 서비스기획자,PM. PO 여러가지로 불리며 엄마이자 아내이기도 합니다. 거창한 방법론이 아닌, 현실에서 일하고 생각하고 살아가는 모습을 말과 글로 나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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