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그냥에게 물어봐
저는 원래 요구사항 잘 커팅하는 PM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저는 변화중입니다.
데이터기반 프로덕트 조직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이 있습니다. “그거 정말 필요해요?”, “MVP에서는 빼시죠”, “다음 분기에 다시 봅시다.” 한때 이 말들은 PM의 핵심 역량처럼 여겨졌습니다. 요건 하나 추가하면 개발자 2주, 디자이너 1주, QA 며칠이 추가로 들던 시절에는, 잘 스코핑하는 사람이 곧 팀을 살리는 사람이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은 그 전제 자체가 무너졌습니다. 프로세스플로우 30분, PRD 초안은 5분, 프로토타입은 반나절에 나옵니다. 이 환경에서 “그거 굳이 해야 돼요?“가 디폴트인 PM은 세 가지 역설에 동시에 빠집니다. 스코핑을 판단하느라 쓴 시간이 그냥 만들어보는 시간보다 길어지고, 협업자에게는 “왜 이 사람은 매번 막죠?“라는 감정 부채만 쌓이고, 시도와 학습의 사이클이 멈춰서 본인의 감각도 함께 노후화됩니다.
예전의 좁은 스코핑은 합리적인 행동이었습니다. 자원이 유한했고, 그 유한함이라는 공동의 적이 있었기 때문에 범위에서 잘려도 받는 쪽이 납득할 수 있었습니다. “어쩔 수 없잖아요, 리소스가요”라는 말이 모두를 설득했던 시대입니다.
지금은 그 공동의 적이 사라졌습니다. 그래서 스코핑이 더 이상 구조적 제약의 결과로 보이지 않고, 그 사람의 취향이나 권위 행사처럼 보입니다. 변화은 시기동안 우린 서로 얼마나 일의 생산성이 향상됐는지 서로 알고 있으니까요. 거절 당하는 쪽의 상처가 훨씬 깊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같은 거절이라도 의미가 완전히 달라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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