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하거나 소유하는 사람을 타락과 파괴로 이끄는 강력한 물건이다. 실제로 도움이 되는 힘 때문에 그것을 내려놓기 더 어려워진다.
길에서 주운 공바카라에 이름을 적었더니 사람이 죽는다. 처음에는 우연일 수 있다. 그런데 시험해 볼수록 적힌 규칙이 실제로 작동한다. 그다음부터는 공바카라을 쓸 수 있느냐보다 누구의 이름을 적어도 되느냐가 문제가 된다.
오바 츠구미와 오바타 다케시의 만화 〈데스노트〉에서 고등학생 야가미 라이토는 이름을 쓰면 그 사람이 죽는 노트를 얻는다. 범죄자의 이름을 적어 효력을 확인한 뒤, 그 힘으로 범죄가 없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결심한다. 누군가에게 허락을 받거나 다른 사람을 설득할 필요가 없다. 한 사람의 판단과 죽음 사이에 공바카라과 펜만 있으면 된다.
라이토가 위험하다는 이유로 노트를 버렸다면 사건은 짧았을 것이다. 그러나 노트는 실제로 그의 목적을 이뤄 준다. 자신이 처벌해야 한다고 판단한 사람이 죽는다. 위험한 물건이 인물을 붙드는 첫 번째 이유는 바로 그 유용함이다. 나쁜 결과가 전혀 나지 않아서가 아니라, 원하는 결과도 너무 잘 나기 때문에 멈추기 어렵다.
라이토는 노트를 갖기 전보다 훨씬 많은 것을 결정할 수 있게 된다. 그 힘을 버리는 일은 물건 하나를 포기하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만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생각까지 내려놓아야 한다. 공바카라의 소유가 인물의 자기평가와 붙는 순간, 쓰지 않겠다는 선택은 갈수록 어려워진다.
〈데스노트〉의 노트를 살아 있는 악마의 명령서처럼 생각하면 라이토의 선택이 흐려진다. 노트가 이름을 대신 고르는 것은 아니다. 누구를 적을지 정하고, 그 죽음을 정당화하는 사람은 라이토다. 사신 류크가 곁에 있지만 라이토가 하는 모든 판단을 명령하는 지휘관도 아니다.
이 차이 때문에 노트가 놓인 바카라상을 보는 장면에도 긴장이 생긴다. 격렬한 싸움 대신 평범한 필기 동작이 있다. 펜을 멈출 수도 있고, 이름을 쓰지 않을 수도 있다. 독자는 한 사람의 작은 행동이 멀리 있는 다른 사람에게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안다. 겉으로 보이는 움직임이 조용할수록 선택의 크기가 더 크게 느껴진다.
처음의 명분을 지키려면 아무나 죽여서는 안 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행적을 추적하는 사람이 생기면 라이토에게 새로운 종류의 적이 생긴다. 그가 생각하는 새 세상에 반대하거나 자신을 붙잡을 수 있는 사람이다. 노트의 사용 범위를 판단하는 기준이 조금씩 자신을 보존하는 쪽으로 움직인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독자도 사용법을 익히게 된다는 점이다. 어떤 이름이 필요한지, 무엇을 확인해야 하는지 규칙을 이해할수록 다음 수를 예상하게 된다. 그러다가 효율적으로 사용할 방법을 궁리하는 동안, 그 행동을 해도 되는지 묻는 시간이 줄었음을 알아차리게 된다. 라이토에게 일어나는 변화를 독서의 속도에서도 느낄 수 있다.
J. R. R. 톨킨의 소설 〈반지의 제왕〉에서 프로도는 물건을 이용해 새 세상을 만들려는 사람이 아니다. 절대반지를 없애기 위해 여행하는 사람이다. 반지를 지배하려는 야심이 비교적 적은 인물이 임무를 맡지만, 오래 지니고 가는 동안 그 힘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가장 아슬아슬한 순간은 목적지에 도착한 뒤다. 운명의 산에서 반지를 없앨 수 있게 되었을 때, 프로도는 그것을 자기 것이라고 선언한다. 거기까지 가는 데 성공했는데 정작 놓아주는 행동을 하지 못한다. 전투의 승패나 문을 여는 수수께끼가 마지막 장애물이 아니다. 지금 손에 든 것을 버리겠다는 선택이 남아 있다.
이 장면을 처음부터 프로도가 탐욕스러웠다는 증거로만 읽으면 긴 여행의 무게를 잃는다. 톨킨도 편지에서 그 순간을 단순한 도덕적 실패로 보지 않았다. 프로도는 반지가 가하는 압박과 고통을 오래 견디며 그것을 파괴할 수 있는 곳까지 왔다. 그 노력을 알고 있기 때문에 마지막의 꺾임이 더 무겁다.
라이토는 노트의 힘으로 자신을 더 크게 생각한다. 프로도는 반지를 없애려다 그 압박에 소진된다. 위험한 물건을 내려놓지 못했다는 결과만 보면 비슷하지만, 두 사람이 거기까지 온 과정은 다르다. 한쪽에서는 자기 확신이 커지고, 다른 쪽에서는 견디는 힘이 줄어든다.
결국 반지의 파괴에는 골룸의 개입이 필요하다. 임무를 맡은 사람이 마지막 순간까지 완벽한 의지를 발휘해서 끝나는 결말이 아니다. 프로도가 앞서 살아남게 둔 존재와 오래 얽혀 온 일이 마지막 행동에 이어진다. 반지를 손에 쥔 사람의 힘만으로 반지의 이야기가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 남는다.
게임 〈워크래프트 III: 레인 오브 카오스〉의 왕자 아서스는 백성을 지키려다 점점 복수에 사로잡힌다. 적을 쫓아 북방까지 간 그는 강력한 검 서리한을 얻으려 한다. 동행한 무라딘의 경고가 있지만 아서스는 물러서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승리를 얻을 수 있다면 그 대가도 감당할 수 있을 것처럼 행동한다.
플레이어는 이미 아서스의 군대를 이끌고 적을 무너뜨리는 데 익숙해져 있다. 강력한 무기를 얻는 일은 보통 도움이 되는 진전이다. 그런데 이 검 앞에서는 그 익숙한 기대가 불편해진다. 전투를 잘 수행하게 해 주는 힘이 아서스가 지키려던 것을 파괴하는 쪽으로 향하기 때문이다.
검을 지키는 존재와 나누는 대화도 그 불안을 만든다. 아서스는 상대가 검을 지키려 한다고 여기지만, 상대의 경고는 오히려 아서스를 검으로부터 지키려는 뜻이다. 앞으로 가는 길을 막는 존재를 치우면 보상이 나온다는 게임의 익숙한 순서가 여기서 뒤집힌다. 장애물을 모두 넘어선 뒤 손에 넣는 것이야말로 진짜 위험일 수 있다.
서리한을 얻은 아서스는 적을 쓰러뜨릴 힘을 얻는다. 하지만 그 성취를 백성을 구한 영웅의 귀환으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가 돌아온 뒤 누구에게 검을 겨누는지가 달라졌기 때문이다. 원하는 무기를 얻었는지와 처음 바라던 사람이 되었는지는 같은 질문이 아니었다.
노트와 반지를 본 뒤 이 검을 보면 경고의 존재도 다르게 읽힌다. 위험을 모르고 사용한 사람만 파멸하는 것이 아니다. 충분히 경고를 듣고도, 지금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라고 믿어서 손을 뻗는다. 아서스에게 필요한 것은 검에 대한 추가 설명보다 그 검 없이도 멈출 수 있다는 선택지였을지 모른다.
이 물건들이 모두 같은 방식으로 사용자를 망가뜨리지는 않는다. 라이토는 공바카라을 통해 남을 심판하는 자기 권한을 키운다. 프로도는 파괴하려는 반지를 오래 지닌 대가를 치른다. 아서스는 경고를 들은 뒤에도 복수를 끝낼 무기를 취한다. 힘을 쓰려는 사람, 힘을 없애려는 사람, 힘을 얻으려는 사람의 손에 각기 다른 사건이 생긴다.
그래서 위험한 물건을 발견했을 때의 표정보다 그것을 내려놓으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행동이 더 흥미로울 수 있다. 무엇을 포기해야 한다고 느끼는지 드러나기 때문이다. 완벽한 세상을 만들 권한일 수도 있고, 마지막까지 견뎌 온 임무의 무게일 수도 있으며,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확신일 수도 있다.
작은 소품이 이야기의 중심에 놓이는 순간은 그 물건의 능력이 설명될 때만이 아니다. 버려도 된다는 것을 알고, 버려야 한다는 말까지 들었는데도 인물이 손을 거두지 않을 때다. 그 손에 무엇이 들었는지와 함께, 그 사람이 거기서 무엇을 잃을까 두려워하는지를 보게 된다.
흩어진 조각을 모아라 — Dismantled MacGuffin: 중요한 물건이 나뉘어 있어 여러 조각을 찾아야 완성된다.〈캐슬바니아 II: 사이먼의 퀘스트〉(게임): 사이먼은 드라큘라의 신체 일부를 모아 그를 부활시킨 뒤 다시 쓰러뜨리려 한다.
누군가에게 받은 물건 — It Was a Gift: 물건이 선물이었다는 사실로 주인과 준 사람의 관계가 드러난다.〈블리치〉(만화): 오리히메는 죽은 오빠가 선물한 머리핀을 소중히 간직한다.
없으면 버틸 수 없는 물건 — Amulet of Dependency: 힘을 주던 물건에 의존하면서 그것을 잃는 일이 큰 위협이 된다.〈샌드맨〉(만화): 모피어스는 루비에 힘을 맡겨 둔 탓에 약해졌지만 루비가 부서지자 그 힘을 되찾는다.
평범해 보이는 위험물 — Happy Fun Ball: 겉보기에는 무해하고 사소한 물건에 터무니없이 큰 위험이 숨어 있다.〈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 Happy Fun Ball〉(TV 코미디): 장난감 공을 파는 가짜 광고에서 주의사항이 점점 무시무시한 내용으로 늘어난다.
희망을 지키는 물건 — Artifact of Hope: 강력한 물건이 선한 목적과 보호의 역할을 갖는다.〈사무라이 잭〉(애니메이션): 잭의 검을 빼앗은 아쿠가 잭을 베려 하지만 선을 위해 만들어진 검은 그를 해치지 못한다.
성스럽지만 위험하다 — Holy Is Not Safe: 신성한 존재나 물건도 함부로 대하면 인간에게 치명적이다.〈레이더스〉(영화): 언약궤를 열어 힘을 확인하려는 사람들과 달리 인디와 매리언은 눈을 감는다.
기존 능력을 키우는 장치 — Amplifier Artifact: 이미 가진 능력을 특별한 도구로 크게 증폭한다.〈왁푸〉(애니메이션): 엘리아큐브의 힘은 사용자의 마력을 끌어올려 그가 혼자 낼 수 없는 규모의 마법을 가능하게 한다.
가면을 쓰면 생기는 힘 — Mask of Power: 가면을 착용하는 행위가 특별한 능력의 사용 조건이 된다.〈페르시아의 왕자: 전사의 길〉(게임): 왕자는 망령의 가면으로 같은 시간대에 두 모습으로 존재하게 된다.
얻는 만큼 내놓는 법칙 — Equivalent Exchange: 힘이나 결과를 얻으려면 그에 맞먹는 대가를 내야 한다.〈강철의 연금술사〉(만화): 에드워드와 알폰스는 무엇을 얻으려면 무엇을 내놓아야 한다는 연금술의 법칙과 그 한계를 겪는다.
몸을 차지한 악령 — Demonic Possession: 악마나 악령이 살아 있는 사람의 몸에 들어와 행동을 지배한다.〈엑소시스트〉(영화): 리건에게 나타나는 낯선 목소리와 행동 때문에 신부들이 구마 의식을 행한다.
세계가 기대 선 하나 — Cosmic Keystone: 특정 존재나 구조물이 사라지면 세계의 질서 전체가 무너진다.〈다크 타워〉(문학): 탑과 그것을 지탱하는 빔의 위협은 한 장소를 넘어 연결된 여러 세계의 운명과 이어진다.
마법으로 움직이는 기술 — Magitek: 기계와 기술의 기능을 마법이 수행하거나 마법과 기계가 결합한다.〈파이널 판타지 VI〉(게임): 제국은 마법의 힘을 병기에 이용하며 테라 일행은 마도 아머를 타고 나르셰로 진입한다.
미움이 번지는 재난 — Hate Plague: 특정 영향에 노출된 사람들이 이성을 잃고 서로에게 공격적으로 변한다.〈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영화): 밸런타인의 신호가 공격성을 키우고 억제를 풀면서 주변 사람들이 서로를 공격한다.
무덤에서 가져온 것 — Grave Robbing: 무덤이나 납골당에서 시신과 유해를 훔치거나 훼손한다.〈프랑켄슈타인〉(문학): 빅터는 생명을 만들기 위해 납골당과 해부실 등에서 신체의 재료를 모은다.
신이 만들어 준 물건 — Forged by the Gods: 인간의 제작 능력을 넘어서는 장비를 신적 존재가 만든다.〈일리아스〉(문학): 헤파이스토스가 아킬레우스에게 새 갑옷과 방패를 만들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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