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소원을 이루면 불행해지는 전통

by김동은WhtDrgon

소원을 조심하라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바라던 일이 실제로 이루어졌는데도 그 결과를 후회한다. 소원의 크기보다, 무엇을 얻으려고 누구의 선택과 안전을 빠뜨렸는지 살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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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하는 결과와 원하는 삶이 어긋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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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 W. 제이컵스의 〈원숭이의 손〉에서 화이트 씨가 원하는 것은 세계의 지배권이 아니다. 집의 빚을 갚을 수 있는 200파운드다. 가족은 소원을 이루어 준다는 물건을 반쯤 농담처럼 대하고, 돈이 생기면 생활이 조금 편해질 것이라 기대한다. 다음 날 찾아온 사람이 전하는 소식은 그 기대와 전혀 다르다.


아들은 일터의 기계 사고로 죽었고, 회사가 제시하는 보상금이 200파운드다. 원하는 액수는 맞지만 그 돈을 받게 된 이유는 받아들일 수 없다. 돈이 없어서 했던 소원이 돈보다 중요한 것을 잃는 사건과 연결된다. 제이컵스 원문


이 이야기를 욕심 많은 사람의 벌이라고만 읽으면 불편한 부분이 남는다. 빚을 갚고 싶다는 바람은 특별히 터무니없지 않기 때문이다. 소원이 위험해지는 까닭은 언제나 과도한 욕심에 있지 않다. 결과의 한 부분만 지정해도, 그 결과가 생기는 과정까지 함께 정한 것은 아니라는 데 있다.


얻고 싶은 것은 물건인가, 그 뒤의 생활인가

소원을 조심하라는 바랐던 결과를 얻고도 후회하는 상황을 다룬다. 소원을 이루어 주는 존재가 꼭 악할 필요는 없다. 기대하지 않은 부작용이 생기거나, 원했던 것을 얻어 보니 자신의 문제가 다른 곳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도 있다. 우연히 바람이 실현되는 이야기에도 같은 구조가 가능하다.


부자가 되고 싶다는 말 안에는 여러 기대가 섞인다.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을 수도 있고, 무시당하지 않고 싶을 수도 있으며, 특정한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을 수도 있다. 돈만 주면 첫 번째 문제의 일부는 풀릴 수 있다. 그러나 나머지 관계까지 저절로 바뀔지는 알 수 없다.


소원 서사는 이 차이를 사건으로 만든다. 원하는 신분을 얻었는데 믿을 사람이 없어지거나, 인기를 얻었는데 사생활을 잃는 식이다. 처음에는 한 가지처럼 보였던 욕망을 결과 앞에서 나누어 보게 한다. 주인공은 자신이 정말 원했던 것이 무엇인지 뒤늦게 구체화한다.


그렇다고 모든 소원의 실패를 주인공의 미숙함으로 돌릴 필요는 없다. 조건을 숨긴 상대가 악의적으로 해석했을 수도 있고, 소원을 이룰 능력이 있다고 과장했을 수도 있다. 누가 어느 정보를 알고 있었는지에 따라 바카라임은 달라진다. 소원이 이루어졌다는 말만으로 그 과정이 공정했다는 결론을 낼 수는 없다.


말을 곧이곧대로 듣는 것과 악의를 품는 것은 다르다

문자 그대로의 소원은 요청의 표현을 좁게 해석하면서 의도와 다른 결과를 만든다. 지니는 말한 대로 했다고 생각하지만 소원을 빈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느낀다. 서로 같은 단어를 다른 범위로 이해한 데서 문제가 생긴다. 실수를 알아듣고 고쳐 줄 가능성도 남아 있다.


악의적인 소원 성취자는 그보다 적극적이다. 상대가 불행해질 해석을 찾고, 필요하면 소원에 없던 불이익까지 붙인다. 이 경우 문장을 길고 정확하게 만들기만 하면 안전해진다고 기대하기 어렵다. 상대의 목적 자체가 요청자를 돕는 데 있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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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가지 유혹〉의 2000년 영화판에서 엘리엇이 바라는 부와 사랑은 그가 기대한 생활로 이어지지 않는다. 악마는 부유한 신분을 주면서도 그 신분에 위험과 불행을 결합한다. 엘리엇이 조건을 고쳐 다시 소원을 빌어도 또 다른 문제가 드러난다. 수정된 문장보다 해석권을 가진 상대가 더 큰 변수다.


이 차이는 희극의 웃음을 만드는 방식도 바꾼다. 오해에서 생긴 결과는 말장난의 기발함으로 웃길 수 있다. 악의적인 해석은 주인공이 상대의 수법을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싸움이 된다. 둘을 구분하지 않으면 피해를 본 사람에게 더 정확하게 말했어야 한다고만 훈계하기 쉽다.


〈원숭이의 손〉은 소원을 처리하는 존재가 눈앞에 앉아 해명을 늘어놓지 않는다. 따라서 어떤 문구를 덧붙이면 완벽히 안전했을지 확정할 수도 없다. 돈과 비극이 맞아떨어진 결과만 남는다. 이 불확실성은 계약의 허점을 찾아 이기는 이야기와 다른 공포를 만든다.


세 번이라는 수가 선택을 어렵게 한다

세 가지 소원은 능력에 한도를 붙인다. 소원을 무한히 고칠 수 있다면 실수의 대가는 작아진다. 남은 횟수가 줄어들면 다음 선택에 이전의 실수까지 포함해야 한다. 처음에는 더 얻는 데 쓰려던 힘을 원래 상태로 돌아가는 데 써야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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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은 반드시 같은 순서로 사용되지 않는다. 사소한 시험 뒤에 큰 욕망이 오고 마지막에 수습하는 구성이 흔하지만, 그것이 모든 이야기의 법칙은 아니다. 중요한 것은 관객이 남은 기회를 셀 수 있다는 점이다. 두 번째 소원이 끝나는 순간 마지막 선택에 무엇을 남겨 둘지 예상하게 된다.


1992년 디즈니 애니메이션 〈알라딘〉의 지니도 세 가지 소원을 허용한다. 동시에 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사랑을 강제로 만들 수 없다는 제한은 왕자의 외양을 얻는 일과 누군가의 마음을 얻는 일을 분리한다. 마법이 모든 갈등을 한 번에 해결하지 못하도록 관계의 일부를 남겨 두는 것이다. 디즈니 작품 소개


알라딘이 왕자처럼 보일 수 있어도 재스민을 대하는 태도는 직접 선택해야 한다. 멋진 행렬과 옷차림은 만날 기회를 만들지만 대화의 결과까지 보장하지 않는다. 소원으로 얻은 조건과 스스로 감당할 행동을 나누면 마법 이후에도 이야기가 계속될 이유가 생긴다.


순간의 말이 최종 결정으로 처리될 때

〈라비린스〉의 사라는 어린 동생을 돌보는 일에 지쳐 도깨비들이 데려가기를 바란다. 그 바람이 실제가 되자 곧바로 동생을 되찾으려 한다. 말하기 직전의 짜증과 동생이 정말 사라진 뒤의 판단은 다르다. 사라는 자신의 말이 만들어 낸 상황을 되돌리기 위해 미궁으로 들어간다. 루카스필름 공식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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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소원에는 충분히 생각한 결정과 순간적인 감정 사이의 문제가 있다. 말한 적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결과를 끝까지 원한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마법은 망설임이나 정정의 시간을 주지 않을 수 있다. 일상에서 흘려보낼 문장을 되돌리기 어려운 사건으로 만드는 것이다.


이 설정을 쓸 때 주인공이 왜 그런 말을 했는지 보여 주면 후회의 성격도 달라진다. 단순히 멍청한 선택을 했다고 처리하면 이후의 모험은 벌을 받는 과정처럼 보인다. 피곤함과 억울함이 구체적으로 제시되면 관객은 순간의 바람과 지속적인 애정을 함께 이해할 수 있다. 잘못한 행동을 인정하는 것과 인물 전체를 악하게 보는 것은 다르다.


반대로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가 이 순간을 기다렸다면 그 존재의 바카라임도 커진다. 불안정한 감정을 이용해 계약을 성립시킨 셈이기 때문이다. 인물이 성장한다는 이유로 그 착취가 없어지지는 않는다. 소원 서사의 갈등은 요청자의 욕망과 성취자의 의도를 함께 볼 때 더 입체적이다.


규칙이 있다면 강한 쪽도 묶여야 한다

소원의 위험을 피하는 인물은 때로 규칙을 역으로 이용한다. 이미 정해 둔 제한이 힘을 가진 존재에게도 적용된다면 약한 쪽이 대응할 수 있다. 이때 통쾌함은 문장의 교묘함만으로 생기지 않는다. 상대가 자신에게 유리할 때만 규칙을 적용하지 못하게 만드는 데서도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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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의 자파는 지니의 강력한 힘을 원한다. 그 힘을 얻는 선택에는 램프에 묶이는 조건도 따라온다. 자파는 능력만 탐내고 그 능력을 가진 존재의 처지를 충분히 보지 않는다. 앞서 지니에게 주어진 제한이 뒤의 해결에 사용되기 때문에 결과를 납득할 수 있다.


반대로 마지막 순간에 한 번도 없던 금지 조항을 꺼내면 주인공의 승리는 임의적으로 느껴진다. 상대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은 못 하는지 먼저 제시해야 관객도 대응을 상상할 수 있다. 강한 존재의 능력을 설명하는 장면은 장식적인 세계관 소개에 그치지 않는다. 나중에 그 능력을 제한할 근거를 마련한다.


모든 이야기가 이런 승리를 약속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해할 수 없는 힘의 공포를 다루려면 끝까지 완전한 규칙을 주지 않을 수도 있다. 다만 공정한 말싸움을 기대하게 해 놓고 결말만 알 수 없는 마법으로 해결하면 앞의 기대와 어긋난다. 어떤 종류의 소원 이야기를 쓰는지 초반부터 구분할 필요가 있다.


남의 소원을 들어주는 존재도 원하는 것이 있다

지니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만 묻는다면 그는 편리한 장치로 남는다. 무엇을 원하고 왜 스스로 이루지 못하는지 묻는 순간 별개의 인물이 된다. 〈알라딘〉에서 강력한 마법과 램프에 묶인 생활이 함께 제시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남에게 줄 수 있는 것과 자신에게 허용된 것은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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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딘이 마지막 소원을 지니의 자유에 사용하는 선택은 소원 사용의 기준을 바꾼다. 자신에게 필요한 조건을 더 얻는 대신, 자신을 도운 존재가 자기 삶을 고를 수 있게 한다. 주인이 좋은 명령만 내리겠다고 약속하는 것과 주인의 권한을 내려놓는 것은 다르다. 자유는 더 친절한 명령의 다른 이름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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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스 올마이티〉에서 브루스가 그레이스의 행복을 바라게 되는 변화도 이와 비교할 수 있다. 자신에게 돌아오게 만드는 결과보다 상대가 잘 살기를 바라는 쪽으로 소원이 달라진다. 상대의 마음을 자신이 원하는 상태로 바꾸는 일과 상대의 행복을 원하는 일 사이에 차이가 생긴다. 영화의 소원은 힘의 크기보다 그것을 사용하는 태도의 변화로 읽힌다.


그렇다고 자신을 위한 소원이 언제나 나쁘다는 결론을 만들 필요는 없다. 집의 빚을 갚거나 배고픔을 해결하려는 바람은 그 자체로 비난할 이유가 없다. 중요한 것은 소원을 이루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을 단순한 수단으로 취급하는지다. 필요한 것을 바라는 일과 타인의 선택까지 소유하려는 일은 구분할 수 있다.


마지막 소원은 무엇을 남기는가

소원을 처음 말할 때 인물은 얻을 결과를 상상한다. 몇 번의 실패를 겪은 뒤에는 그 결과를 얻는 방법과 잃을 것까지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마지막 소원의 변화는 인물의 변화를 짧게 보여 줄 수 있다. 같은 힘을 갖고도 더 이상 같은 것을 요구하지 않는 것이다.


돌이키는 결말도 여러 의미를 가진다. 사건 이전으로 돌아가 아무것도 배우지 않은 것처럼 끝날 수도 있고, 되돌렸기 때문에 지켜 낸 관계의 가치를 알게 될 수도 있다. 소원이 취소되었다는 사실보다 취소를 선택한 이유가 중요하다. 원래의 생활이 더 이상 같은 의미로 보이지 않는다면 변화는 남는다.


소원 서사는 욕망을 없애라고만 하지 않는다. 한 문장으로 적은 결과와 실제로 살고 싶은 삶 사이의 차이를 드러낼 수 있다. 무엇을 얻을지 정하는 동안 어떤 사람과 어떤 조건을 빠뜨렸는지 보게 한다. 원하는 것을 전부 받았는데도 행복하지 않은 순간, 인물은 처음의 소원을 다시 설명해야 한다.


함께 읽는 15가지 클리셰와 트롭스

소원을 조심하라 — Be Careful What You Wish For: 바랐던 일이 이루어져도 예상하지 못한 결과 때문에 후회한다.〈원숭이의 손〉: 200파운드를 바라던 소원이 아들의 죽음에 따른 보상금과 연결된다.

문자 그대로의 소원 — Literal Genie: 요청을 문자대로 해석해 말한 의도와 다른 결과를 낳는다.〈티미의 못 말리는 수호천사: Fairly Odder〉: 키가 커지고 싶다는 바람이 천장에 닿을 만큼 커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악의적인 소원 성취자 — Jackass Genie: 상대가 불행해질 해석을 일부러 골라 소원을 실현한다.〈일곱 가지 유혹(2000)〉: 악마는 엘리엇이 요구한 부와 신분에 그가 원하지 않은 불행을 붙인다.

세 가지 소원 — Three Wishes: 소원 횟수를 세 번으로 제한해 사용과 수습의 선택을 어렵게 한다.〈알라딘(1992, 디즈니)〉: 알라딘은 남은 소원을 자신과 지니 중 누구를 위해 쓸지 결정해야 한다.

선의의 소원 성취자 — Benevolent Genie: 소원을 빈 사람을 해치려 하지 않고 가능한 범위에서 돕는다.〈알라딘(1992, 디즈니)〉: 지니는 알라딘의 조력자가 되며 악의적인 소원 비틀기와 다른 관계를 만든다.

램프에 묶인 존재 — Genie in a Bottle: 강력한 존재가 물건에 갇히거나 그 소유자에게 복종하도록 묶여 있다.〈알라딘(1992, 디즈니)〉: 지니는 막대한 마법을 지녔어도 램프와 주인의 소원에 구속된다.

지니를 풀어 주다 — Freeing the Genie: 주인에게 복종하던 존재를 그 관계에서 해방한다.〈알라딘(1992, 디즈니)〉: 알라딘은 마지막 소원으로 지니에게 자유를 준다.

지니가 된 소원자 — Becoming the Genie: 강력한 지니가 되면서 그 힘에 붙은 구속까지 떠안는다.〈알라딘(1992, 디즈니)〉: 자파는 지니가 되는 힘을 얻은 뒤 램프에 묶인다.

뜻하지 않게 효력이 난 소원 — Accidental Wish: 실제로 이루어질 줄 모르고 한 말이 소원으로 처리된다.〈라비린스〉: 사라가 짜증 속에 뱉은 바람대로 도깨비들이 동생을 데려간다.

소박한 소원 — Mundane Wish: 큰 힘을 사용할 수 있어도 일상적이고 작은 것을 요구한다.〈일곱 가지 유혹(2000)〉: 엘리엇은 악마의 능력을 확인하려고 햄버거와 콜라를 원한다.

타인을 위한 소원 — Selfless Wish: 자신이 바라던 보상을 포기하고 다른 사람을 위한 바람을 선택한다.〈브루스 올마이티〉: 브루스는 그레이스가 자기에게 돌아오기보다 행복하기를 바란다.

소원의 한계 — Wish Limitations: 실현할 수 없는 범위나 횟수를 정해 만능 해결을 제한한다.〈알라딘(1992, 디즈니)〉: 지니는 다른 사람의 사랑을 강제로 만들어 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소원을 더 달라는 소원 — Wishing for More Wishes: 한정된 소원의 횟수 자체를 늘리려 한다.〈그로즈밴드: Wish Upon a Jug〉: 트리나는 백만 가지 소원을 달라고 빌어 횟수의 제한을 우회한다.

소원으로 위협을 끝내다 — Wishplosion: 소원을 사용할 규칙을 이용해 위험한 성취자나 그 영향에서 벗어난다.〈티미의 못 말리는 수호천사: Fairy Idol〉: 체스터는 놈의 램프를 발견하기 전처럼 되돌려 달라는 마지막 소원을 쓴다.

규칙의 허점 이용 — Loophole Abuse: 규칙을 문자대로 지키면서 의도하지 않았던 결과를 얻는다.〈알라딘(1992, 디즈니)〉: 알라딘은 정식 소원을 말하지 않고 지니를 자극해 동굴 밖으로 빠져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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