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예언을 피하려다 예언 적중 시키기.

by김동은WhtDrgon

스스로 실현한 예언 Self-Fulfilling Prophecy: 불길한 미래를 피하려던 행동이 그 미래를 만들어 낸다. 예언의 정확성보다, 예언을 들은 사람이 무엇을 두려워하고 누구에게 어떤 행동을 하는지에 주목한다.


09_안으로 자란 방어_금속아상블라주_초현실주의오브제_오펜하임풍_황동·철못·납판_안으로돌출한왕관.png09_안으로 자란 방어_금속아상블라주_초현실주의오브제_오펜하임풍_황동·철못·납판_안으로돌출한왕관

미래를 먼저 알게 된 사람이 현재의 선택을 망치는 방식

한 남자가 부모를 떠난다. 부모를 미워해서가 아니다. 자신이 아버지를 죽이고 어머니와 결혼하리라는 예언을 들었기 때문이다. 멀리 떨어져 살면 그 끔찍한 일만은 막을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다.


그가 길에서 다른 남자와 시비 끝에 싸우고, 나중에 낯선 도시의 왕비와 결혼하는 동안 관객은 다른 사실을 알고 있을 수 있다. 그가 떠나온 집의 부모는 친부모가 아니었다. 피하려던 사람들은 그가 향하는 쪽에 있었다.


소포클레스의 〈오이디푸스 왕〉에서 오이디푸스는 미래의 행위를 전해 들었지만, 그 행위에 관련된 사람들의 정체는 알지 못한다. 희곡에서 그가 회상하는 코린토스 출발과 갈림길의 사건은 이 차이 때문에 연결된다. 부모를 지키려는 의도와 실제로 부모에게 일어난 일이 정반대다.


관객에게는 이미 유명한 결말일 수 있다. 그래도 오이디푸스가 자신이 아는 사실을 하나씩 대조하는 과정에는 긴장이 남는다. 잘못된 답을 가진 사람이 점점 정확한 질문을 하기 시작하기 때문이다.


TV Tropes의 Self-Fulfilling Prophecy는 예언에 대한 반응이 그 예언의 실현에 기여하는 구조를 가리킨다. 이야기에서는 특히 재앙을 막으려는 조치가 재앙의 조건을 만드는 경우가 익숙하다. 미래를 미리 아는 일이 곧 미래를 다룰 능력을 갖는 일은 아니다.


하지만 예언이 있는 이야기를 모두 같은 방식으로 읽을 수는 없다. 어떤 인물은 예언 때문에 잘못 행동하고, 어떤 인물은 정확한 문장을 잘못 해석한다. 또 어떤 인물은 미래를 보았기 때문에 실제로 그 미래를 피한다.


떠나야 한다는 판단에 빠져 있는 정보

오이디푸스가 세운 대바카라은 그가 아는 사실 안에서는 이해할 만하다. 부모와 함께 있지 않으면 부모에게 그런 일을 할 기회도 없을 것이다. 문제는 행동을 시작할 때 이미 ‘누가 내 부모인가’라는 전제가 잘못되어 있었다는 데 있다.


이때 예언은 모든 것을 알려 주는 설명과 다르다. 결말에 해당하는 몇 가지 사실만 전달하고, 그 사실을 올바르게 이해하는 데 필요한 정보는 남겨 둔다. 듣는 사람은 빈 부분을 자신이 이미 안다고 믿는 내용으로 채운다.


오이디푸스의 사정은 단순히 예언을 믿은 대가로 정리하기 어렵다. 그는 재앙을 원하지 않으며, 자신을 길러 준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지 않으려 한다. 선한 의도가 잘못된 정보와 결합해도 비극적인 행동이 나올 수 있다는 점에서, 그의 도피는 권력자의 선제 살해와 다르다.


그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면 안전했을 것이라고 확정할 수도 없다. 희곡 안에서 관객에게 주어진 것은 실제로 일어난 사건의 연결이다. 일어나지 않은 모든 선택의 결과까지 검증된 것은 아니다.


You Can’t Fight Fate는 운명을 피하려는 시도가 결국 실패하는 이야기를 넓게 묶는다. 이 가운데 예언에 대한 대응 자체가 원인이 되는 경우를 따로 보면 인물의 판단이 더 중요해진다. ‘정해져 있었다’는 결론만 남기면 어떤 오해와 행동이 사건을 이어 주었는지 놓치기 쉽다.


〈오이디푸스 왕〉의 현재 시점에서는 이미 일어난 일을 조사한다. 오이디푸스가 앞으로 실수할까 걱정하는 긴장과, 이미 저지른 일을 언제 알아차릴까 기다리는 긴장은 다르다. 늦게 도착한 정보는 과거를 고치지 못하지만 그가 자신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꾼다.


그 때문에 예언의 실현 장면만 떼어 놓으면 비극의 상당 부분이 사라진다. 살인과 결혼은 사건이고, 그것들이 자신에게 무엇이었는지를 깨닫는 일은 별도의 사건이다. 관객은 두 사건 사이의 시간도 지켜보게 된다.


적을 없애려던 사람이 적을 고른다

〈해리 포터〉의 볼드모트는 자신에게 위협이 될 아이에 관한 예언을 듣는다. 그는 그 가능성을 견디며 기다리는 대신, 위협이 자라기 전에 없애려 한다. 이때 아직 자신과 대등한 적이 아닌 아이를 먼저 적으로 취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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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의 조건에는 해리뿐 아니라 네빌도 들어맞을 수 있었다. 볼드모트가 해리를 공격하고 그에게 상처를 남긴 선택이 두 사람의 관계를 결정한다. 공식 해설에서 정리한 해리와 네빌의 공통 조건은 ‘선택받은 아이’라는 표현에 선택한 가해자도 포함되어 있음을 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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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메제웍스 CEO. 배니월드,BTS월드, 세계관제작자. '현명한NFT투자자' 저자. 본질은 환상문학-RPG-PC-모바일-쇼엔터-시네마틱-게임-문화를 바라보는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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