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를 빼앗기는 몸 Organ Theft:
영화 <리포 맨>의 레미는 대금을 내지 못한 고객에게서 인공 장기를 회수한다. 그에게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간 기계는 회사의 미수금이다. 그런데 업무 중 사고로 자신에게도 인공 심장이 필요해진다. 남의 몸에서 물건을 꺼내던 사람이 자기 몸의 가격을 갚아야 하는 고객이 된다. 배급사의 공식 소개도 이 채무와 추격자의 역전을 영화의 출발점으로 제시한다.
주인공은 심장 때문에 살아났고, 바로 그 심장 때문에 쫓긴다. 구조와 위협이 같은 서비스에 묶여 있다. 처음부터 의사가 그를 죽이려 했다면 의료 범죄를 폭로하면 되겠지만, 이 세계에서는 수술의 성공과 회수의 잔혹함이 모순 없이 영업의 앞뒤를 이룬다.
TV Tropes의 Organ Theft는 타인의 장기를 빼앗는 행위를 묶는 이름이다. <리포 맨>처럼 회사가 회수권을 주장하는 경우에는 소유물을 되찾는다는 명분으로 상해까지 저지르는 Ridiculous Repossession이 결합한다. 장기를 훔치는 범죄와 계약을 앞세운 인공 장기의 회수는 법적 명분이 서로 다르다. 다만 두 경우 모두 당사자의 생존보다 몸 일부의 교환가치가 앞선다는 공통점이 있다.
회수 담당자의 시점을 택하면 폭력은 먼저 직업의 동작으로 소개된다. 대상자를 찾고, 상태를 확인하고, 회사 물건을 가져간다. 처리해야 할 업무의 순서가 또렷할수록 그 안에서 지워진 사람이 눈에 들어온다. 기계가 다시 재고가 되는 순간에도, 그것을 쓰던 몸은 계속 살아 있어야 한다.
레미가 고객으로 바뀌는 사건은 이 구분을 몸으로 되돌려 준다. 예전에는 지불 능력과 제품의 위치를 확인하면 충분했지만, 이제는 빼앗긴 뒤에도 자신이 살 수 있는지를 묻게 된다. 회수인의 솜씨가 좋아졌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업무가 성공할수록 고객이 위험해지는 구조 자체가 문제다.
이런 설정의 설득력은 잔혹한 수술 장면의 길이와 비례하지 않는다. 회수 기한, 수리 가능 여부, 연체를 알리는 말투 같은 일상적인 절차가 먼저 구체적이어야 한다. 회사가 악하다는 설명보다, 오늘 하루 살아 있으려면 누가 어떤 청구서를 처리해야 하는지가 더 직접적인 압박이 된다.
창작에 적용한다면 회수 기한을 폭탄의 타이머처럼만 쓰지 않는 편이 좋다. 돈을 마련할 일자리에서 그 장기를 계속 사용해야 한다거나, 부품을 반납하면 빚은 없어져도 일할 능력을 잃는다면 인물이 할 수 있는 행동이 더 복잡해진다. 이는 영화의 추가 줄거리가 아니라 같은 전제에서 확장할 수 있는 갈등이다.
뮤지컬 영화 <레포! 더 제네틱 오페라>의 진코 역시 장기를 공급하고, 대금을 내지 못하면 회수인을 보낸다. 그러나 이 작품의 세계에는 치료의 필요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몸을 바꾸는 수술이 과시와 소비의 일부가 되고, 회사의 권력은 무대와 가족의 비밀 속으로 스며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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