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관계에서 크게 기대하게 되는 걸까?

이상화의 방어기제

by따스한 골방


인간관계가 기대와 실망의 반복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 사람에게 더 이상 기대하지 말아야지'라는 다짐을 하다가도 나도 모르게 상대방에게 기대를 하게 되죠. 그러다가 '그래도 저 사람이라면 나의 모든 것을 좋아해 주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을 갖게 되지만, 결국에는 관계에서 좌절과 실망을 경험하게 되기도 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어느 한 사람에게만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사람은 왜 관계에서 실망하게 되는가?'라는 질문은 정신분석에서도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다뤄지고 있는 주제입니다. 사람은 타인과의 관계에서 최소한의 기대를 하게 될 수밖에 없습니다. 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적지 않은 노력을 필요로 하는 일입니다. 서로 다른 성격과 가치관을 갖고 있는 두 사람이 서로를 좋아하고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서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서로 마음이 통하고 결국 서로에게 호감과 신뢰감을 느끼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노력과 최소한의 운이 필요한 일이 아닐까요. 그렇기에 관계가 점차 깊어질수록 서로에게 기대를 크게 가지게 되는 것은 사람이라면 자연스럽게 느낄 수 있는 마음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관계에 대한 기대가 삶에 늘 긍정적인 영향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인간관계에 대해서 지나치게 높은 기대를 갖는 것은 대인관계에서 더 많은 상처를 받도록 만들기도 합니다.




타인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을 갖는 것은 정신분석에서 이야기하는 이상화(idealization)의 방어기제에 가깝습니다. 이상화는 상대를 실제보다 훨씬 더 완벽하고 좋은 사람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면 이상화가 너무 심각한 방어기제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사실 이상화는 우리네 삶에서 귀여운 수준으로 종종 표현될 때도 있습니다.


연애 초반에 상대에게 느꼈던 콩깍지가 벗겨지는 경험을 해본 적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분명 모든 것이 완벽해 보였고 서로 마음이 모두 통한다고 느꼈던 사람이었는데 언젠가부터 실망하는 일이 잦아지게 됩니다. 나의 연인이 사실은 완벽하지 않고 오히려 허물이 있는 사람이고 실은 나와 마음이 통하지 않는 부분도 있다고 느끼기 시작합니다. 이러한 일들은 연애 관계에서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다만 콩깍지가 벗겨진다고 해서 꼭 연인 관계가 비극적인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 것도 아닙니다. 이제까지 써왔던 콩깍지가 벗겨지고, 이상화의 방어기제가 깨진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상대방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될 수 있습니다. 그리되면 적당히 실망하면서도 적당히 사랑하며, 서로에 대한 사랑을 계속해서 키워나가며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어떻게 사람이 완벽할 수 있겠어'라고 생각하면서 여생을 함께 보내게 되는 것이지요.




그러나 사람마다 인간관계에서 이상화의 방어기제를 사용하는 정도가 다를 수 있습니다. 이상화의 덫에 놓여 관계에서 많은 실망과 불행을 경험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습니다. 대부분의 인간관계에서 과도한 기대를 했다가 결국엔 실망하며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점차 단절해가며 외로움 속에서 살아갈 수도 있습니다. 이들도 머리로는 '내가 관계에서 지나치게 기대하는 것이 문제였구나'라는 사실을 알 때도 있습니다. 그러나 머리로 이를 이해하는 것과 실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은 다르기에 이상화의 덫에서 쉽게 벗어나지 못하기도 합니다.


관계에 대한 기대가 없으면 새로운 관계를 시작하거나 기존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힘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관계를 위해서 노력하는 것에는 최소한의 동기부여가 필요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이상화를 내려놓고, 기대를 낮춘 상태에서 인간관계를 관리하는 것은 동기가 잘 부여되지 않아 어려울 수 있습니다. 관계에서 큰 기대를 품을 때에만 행복을 느껴왔던 사람에게는 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살아가는 일이 처음에는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상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이상화는 어느 정도 삶에 즐거움을 줄 때도 있습니다. '이 사람과 함께한다면 나의 인생이 행복할 것 같아'라는 생각은 힘든 순간에도 웃으면서 버틸 수 있는 힘을 주기도 합니다. 그러나 지나친 수준의 이상화는 비현실적인 꿈과 같아서 언젠가는 큰 실망과 깊은 좌절을 안겨다 줄 수 있습니다. 기대가 컸을수록 상처도 더 받게 됩니다. 조금 평범하고 밋밋하게 느껴지더라도, 적당히 기대하고 적당히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이 차라리 행복한 일이 될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은 인간관계에 대해서 얼마나 기대를 하면서 살아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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